오세훈표 재건축 순항할까…정부·시의회와 충돌 불가피

입력 2021-04-08 17:43   수정 2021-04-16 18:17


‘민간 정비사업 규제 혁파’를 기치로 내건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했지만 부동산 공약을 실현하는 데는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서울시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의회를 비롯해 25개 자치구가 대부분 여당 인사들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재건축 시장에 큰 파급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35층룰(층수 규제) 폐지, 용적률 규제 완화 등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보유세 경감 등도 정부 협조 없이는 제대로 진행하기 어렵다.
○서울시의회부터 찾은 오 시장
오 시장이 공약한 서울 공급물량은 5년간 총 36만 가구다. 현재 임기는 1년3개월 정도지만 연임을 가정한 물량이다. 이 중 절반이 넘는 18만5000가구를 재개발·재건축·뉴타운사업 정상화를 통해 실현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35층룰 폐지, 용적률 상향, 여의도·압구정 등 주요 아파트 지구의 지구단위계획 수립 등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이 중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제외하면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가 만만치 않다. 시의회 동의를 얻거나 의결을 거쳐야 하는 사항이어서다. 서울시의회 의원 109명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출신은 101명에 달한다.

35층룰 폐지는 시장의 의지로 관철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법에서 시의회 의견을 듣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행 시기가 수개월 이상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35층룰은 공동주택 등 주거용 건물 층수를 35층 이상 못 짓도록 한 규제로 서울시 주택·도시 정책을 결정하는 근간인 ‘2030 서울플랜’에 규정돼 있다.

오 시장은 연말에 나올 ‘2040 서울플랜’에서 이 내용을 삭제하거나 ‘50층룰’이 반영되도록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시의원은 “의회에서 보완 검토나 철회 요구를 할 수 있다”며 “시장이 반드시 이 요구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압박과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 시장이 이날 취임 후 첫 공식 일정으로 시의회 방문을 택한 것도 이런 상황을 반영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례개정 사항인 용적률 규제 완화는 시의회 동의 없이는 진행하기 어렵다. 서울시는 현재 주거지 용적률을 법 기준보다 30~100%가량 낮게 운영하고 있다. 2종 일반주거지역의 경우 용적률은 최대 200%로 국토계획법상 상한 용적률(250%)보다 50%포인트 낮다. 다만 용도지역 상향을 통해서 용적률을 높여주는 효과를 낼 수는 있다. 용도지역 상향은 시장의 고유 권한이다.
○정부와 협력 가능할까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 등 정비사업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도 서울시장 혼자서 할 수 없다. 재건축의 첫 관문인 안전진단은 사실상 국토교통부 권한이다. 시장은 1차 승인 권한만 있을 뿐 최종 판정은 국토부 산하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나 국토안전관리원이 내린다. 안전진단 기준을 법으로 정하는 것도 국토부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장의 권한으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담보인정비율(LTV)과 같은 대출 규정 등 부동산 규제의 핵심을 건드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로서도 서울시의 협조가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5·6대책’에서 도입한 공공재개발을 비롯해 올해 ‘2·4대책’의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등 대부분 공급대책이 서울시의 협조 없이는 추진이 쉽지 않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주택 공급은 행정 절차상 중앙정부나 광역지방자치단체, 기초지자체가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오 시장에게 사실상의 견제구를 날린 것도 이 때문이다.

당정은 이달 안에 신규 택지를 발표하는 등 주택공급 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사퇴의 뜻을 밝힌 김태년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은 “투기를 막고 주택시장을 안정화시키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며 “2·4 공급 대책도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서울시와 정부가 잘 협력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정책 혼선으로 부동산 시장의 혼란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유정/노경목/고은이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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