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지지에도 '아마존 노조' 무산…한국이었다면?

입력 2021-04-11 18:12   수정 2021-04-12 00:39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 내 첫 노동조합 설립 시도가 무산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우선 노동운동이 쇠퇴일로를 걸어온 미국에서 노조 설립이 이제 지지를 얻기 어렵게 됐다는 점이다. 미국 민간기업의 노조 조직률은 1973년 24.2%였으나 현재는 6.3%에 불과하다. 앨라배마주 아마존 창고 직원 중 71%가 이번에 노조 결성에 반대했다. “노조 없이도 회사 내 문제를 해결할 수단이 있는데, 왜 노조에 회비를 내야 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아마존 사례에서 정작 놀라운 점은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에도 노조 결성이 좌절됐다는 점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혔고 민주당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아마존은 ‘25년 무(無)노조 경영’ 원칙을 고수했고 근로자들도 이에 화답했다. 만약 한국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면 어땠을까.

실제 몇 년 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대선 직전 삼성의 무노조 경영에 대해 “헌법이 보장한 노동기본권을 부정 및 배척하는 위헌적 권한 남용으로 폐기돼야 한다”고 했다. 당선 후에도 삼성의 이른바 ‘노조 와해공작’에 대해 재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슬 퍼런 권력의 호통에 삼성은 몸을 낮췄고,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80년을 이어온 무노조 경영 폐기를 공식 선언했다.

노조의 유무는 옳고 그름이나 당위의 문제가 아니다. 위법한 부분만 없다면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노조 편향 정책을 쏟아냈고, 노조는 무소불위에 가까운 행태를 보여왔다. 한국의 노조 조직률은 1989년 19.8%를 고점으로 2010년 9.8%까지 떨어졌다가 현 정부 들어 오름세를 지속해 지난해 12%를 넘었다.

아마존 사례를 보며 전체 근로자의 10% 남짓 가입한 노조가 노동정책을 사실상 좌지우지하는 한국의 현실이 오버랩된다. 그리고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를 등에 업은 노조 결성 압박을 보기좋게 물리칠 수 있는 미국 기업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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