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카카오엔터 뉴욕 상장 현실화될까

입력 2021-04-13 17:24   수정 2021-04-14 00:17

지난 12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미국 뉴욕증시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는 기사가 블룸버그를 통해 보도되면서 한국거래소는 발칵 뒤집혔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달 취임 100일 간담회에서 “한국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사)들이 국내 상장에 더 큰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한 지 1주일 만에 또 다른 유니콘 기업이 탈출하는 꼴이었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즉각 진위 파악에 나섰다.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 이후 컬리(마켓컬리 운영사), 더블다운인터액티브 등이 줄줄이 미국행을 선택하는 상황에서 카카오엔터까지 해외로 가면 타격이 작지 않다고 판단해서다. “거래소가 뒤통수를 맞았다” “카카오의 배신이다”는 말까지 나왔다. 금융당국은 카카오그룹의 독자 행동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정부의 ‘눈치’를 본 탓일까. 카카오엔터 측은 “뉴욕증시 상장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오보라고 즉각 반박했다. 그러나 시장에선 카카오엔터가 해외 상장 카드를 쉽게 포기할 것으로 보지 않는 분위기다. 이미 자회사 픽코마를 통해 일본 웹툰 시장을 장악했고 미국 웹소설 분야까지 진출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 인지도를 높이고 있어서다.

카카오엔터는 지난해부터 웹툰 플랫폼을 전 세계에 구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을 합병한 뒤에는 사업 영역을 영화, 음악, 영상 등 디지털 콘텐츠 전반으로 확대했다. 콘텐츠 사업은 언어 장벽을 뛰어넘어 세계 시장에서 확장 가능성이 크다. 카카오엔터가 미국에서 상장한다면 한국 내 사업만 하던 쿠팡보다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진수 카카오엔터 대표가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은 카카오엔터처럼 글로벌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기업이 이전보다 훨씬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다”고 언급한 점도 의미심장하다. 카카오엔터는 내년 상장에 앞서 올해에만 국내외에 약 1조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 대표는 상장 시 카카오엔터의 기업가치가 178억달러(약 20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서 카카오엔터가 그 정도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국내 주재 외신 기자들은 쿠팡의 상장 이후 국내 유니콘 기업들에 매일 전화를 걸어 미국 상장 계획이 있느냐고 묻는다고 한다. 쿠팡의 파급 효과로 인해 한국 유니콘 기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방증이다. 경쟁력 있는 기업들의 해외 상장을 막을 수는 없다. 거래소가 국내 상장의 이점을 부각해 기업을 적극 유치하고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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