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달라진 베이지북, 살아난 기술주 꺾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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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4-15 08:11   수정 2021-05-15 00:03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달라진 베이지북, 살아난 기술주 꺾나



금융주를 필두로 1분기 어닝시즌이 14일(현지시간) 막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금융주 실적은 예상보다도 더 좋았습니다. 뉴욕 증시 개장 전 실적을 발표한 JP모간과 골드만삭스, 웰스파고 모두 '환상적' 이익을 공개했습니다.

JP모간은 쌓아놓았던 대손충당금 중 52억 달러를 환입했고 순이익은 143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주당순이익(EPS)은 4.50달러로 전년동기 0.78달러, 예상치 3.10달러를 48%나 웃돌았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순이익은 68억4000만 달러였고, EPS는 18.60달러였습니다. 전년동기 3.11달러보다 6배나 많았고, 예상치 10.22달러를 82%나 상회했습니다. 웰스파고의 분기 순이익도 47억4000만 달러로 전년동기보다 7배 이상 증가했고 EPS는 1.05달러로 예상치 0.71달러를 넘었습니다.

이들은 활발한 자금시장 활동과 주식 및 채권 트레이딩에 힘입어 막대한 이익을 냈습니다. 즉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붐 및 게임스톱 사태 등으로 거래량이 폭증하고 변동성이 커진 걸 잘 활용한 것입니다.

오전 9시 반 뉴욕 증시가 개장하자 주가 향방은 약간씩 달랐습니다. 가짜계좌 등 온갖 스캔들로부터 회복한 웰스파고의 주가는 5.53% 급등했고 골드만삭스도 2.34% 올랐지만, JP모간의 주가는 1.87% 하락했습니다. "모기지 등 대출 수요가 정체되고 있다"는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의 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주요 지수는 보합권에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가는 길이 엇갈렸습니다. 다우는 상승세를 보였고 나스닥은 하락세를 나타냈습니다. 결국 다우는 0.16% 올랐지만 나스닥은 0.99% 떨어졌고, S&P 500지수는 그 중간쯤인 0.41% 하락으로 마감됐습니다.



이달 들어 금리가 안정되면서 대형기술주가 부활하자 그동안 나스닥이 상대적 강세를 지속해왔습니다. 그런데 약간 다른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한 겁니다.

특히 이날 오후 2시는 큰 변곡점이었습니다. 미 중앙은행(Fed)이 베이지북을 공개하자 나스닥은 심하게 미끄러졌습니다. 베이지북은 Fed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발간하는 경기 동향에 대한 보고서입니다. 2주 뒤 열리는 FOMC의 기초 자료로 쓰이지요.



4월 베이지북은 "경제 활동이 지난 2월 말부터 4월 초까지 '완만한 속도'(moderate pace)로 가속화됐다"고 평가했습니다. 고용은 대다수 지역에서 '완만하고, 보통 수준'으로 보고했으며, 임금 상승률은 약간 전체적으로 가속화됐으며 제조업과 건설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임금 압박이 커졌다고 밝혔습니다. 또 물가는 지난번보다 "약간 가속화됐다"고 진단했습니다(이날 발표된 미국의 3월 수입물가는 6.9%, 수출물가는 9.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면서 결론적으로 경제 전망이 백신 접종 확대로 6주 전 발간한 이전 보고서보다 더 낙관적이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베이지북에선 '보통, 완만한' 등 '괜찮다'는 의미로 쓰이는 'moderate'라는 단어가 105차례나 쓰였습니다. 6주 전의 73회에 비해 급증한 것입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베이지북 단어들을 분석해 "이전보다 팬데믹, 코로나, 불확실성 등의 부정적 의미의 단어가 감소했고 백신과 보통이라는 단어가 크게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베이지북 내용을 본 투자자들은 지난 11일 일요일 밤 "미국 경제가 변곡점(Inflection point)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경제가 훨씬 더 빨리 성장하기 시작하고 고용 창출이 훨씬 더 빨리 도래하는 지점에 있는 것처럼 느낀다"는 제롬 파월 Fed의 의장의 발언을 머릿속에 다시 떠올렸습니다. 그는 이날도 워싱턴DC 경제클럽과의 인터뷰에서 같은 말을 반복했습니다.

투자자들은 또 "미국인의 75%가 백신을 맞는 건 테이퍼링의 필요조건인 '코로나 위기가 끝났다'는 신호"라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총재의 말도 되새겼습니다. 불현듯 테이퍼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걸 다시금 곱씹게된 겁니다.

기술주의 기세는 급속히 위축됐습니다. 여기에 오후 1시24분께 첫 거래를 시작한 가상화폐거래소 코인베이스의 주가가 장 초반 반짝한 뒤 급락하자 기술주 전반의 분위기가 더욱 냉각됐습니다.



코인베이스는 주당 381달러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오후 1시32분께 429.54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미끄러졌습니다. 오후 3시8분께 310달러까지 떨어졌다가 결국 328.28달러로 마감됐습니다. 기준가인 250달러보다는 31% 높았지만 시초가에 비해선 14% 떨어진 겁니다.

코인베이스의 시가총액은 한 때 1000억 달러를 훌쩍 넘었고 857억 달러로 마감됐습니다. 이는 세계 모든 거래소 중의 최대로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을 합친 것과 비슷한 규모입니다.



코인베이스에 대한 시각은 비트코인에 대한 시각과 마찬가지로 크게 엇갈립니다. 비관론자들은 대부분의 실적이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 거래에서 발생하는 점을 지적합니다. 비트코인이 2018년 75% 폭락한 것 같은 일이 재현되면 코인베이스 실적과 주가도 폭락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게다가 경쟁하는 가상화폐 거래소도 많습니다. 1%도 훌쩍 넘는 높은 수수료율이 유지되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상화폐 전도사들은 코인베이스의 장기적 가치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특정 가상화폐를 넘어선다고 봅니다. 비트코인이 흔들린다해도 가상화폐 자체는 계속 확대될 것이란 겁니다. 그리고 코인베이스는 그 중심에서 거래중개뿐 아니라 채굴대행, 보관, 자산운용 등 온갖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특히 세계 경제구조가 점차 가상화폐로 중심으로 바뀌면서 코인베이스가 그 중심에 설 것으로 보는 분석도 있습니다. 스트리밍하면 넷플릭스, 전기차하면 테슬라를 떠올리듯이 가상화폐하면 코인베이스를 생각할 것이란 얘기입니다.

이런 코인베이스에 대한 가장 큰 위험은 역시 규제입니다. 코인베이스의 브라이언 암스트롱 CEO도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정부 규제는 가상화폐 사업과 관련해 가장 큰 위험 중 하나"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기본적으로 우리는 최소한 전통적인 금융 서비스와 같은 수준에서 대우를 받고 가상화폐 공간에 있는 것에 대해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파월 의장은 워싱턴DC 경제클럽 인터뷰에서 "가상화폐는 정말 투기를 위한 수단이다. 결제수단으로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지 못하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가상화폐 등을 포함해 금융 규제를 총괄하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게리 겐슬러 위원장 지명자는 이날 상원에서 최종 인증을 받았습니다. 그는 가상화폐에 정통한 사람입니다. 이날 상원에는 미국 국세청(IRS)의 찰스 레티그 청장도 출석해 탈세 등으로 징수하지 못한 연방 세금 규모가 연 1조 달러에 이를 수 있는데, 비트코인이 그 문제의 일부라고 지적했습니다. 비트코인 거래가 투명하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이날 나스닥은 급락했지만, 뉴욕 채권시장은 베이지북에 크게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HSBC의 스티븐 메이저는 "지난 1분기 채권 시장에서 발생한 일은 지금 2분기에 나타날 일들을 미리 반영했던 것으로 본다. 실질 금리와 기간프리미엄의 상승은 Fed의 테이퍼링을 상당히 가격에 반영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3월 급등한 금리가 이미 이런 테이퍼링 가능성 등을 미리 감안한 것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날 증시 상황은 경기가 살아나고 금리가 올라가고 Fed가 테이퍼링에 나서면 기술주 주가가 취약할 수 있다는 점을 드러냈습니다.

물론 존슨앤드존슨 백신 접종 중단 등이 확대된다면 경기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지연될 수 있습니다. 이날 덴마크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영구히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기술주가 힘을 받을 수 있겠지요.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존슨앤드존슨 백신의 혈전 발생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점, 그리고 다른 백신들이 충분히 공급되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어두운) 뉴스 제목들은 현실보다 매우 부담스럽다"고 비판했습니다.



최근 월가 투자은행(IB)들은 우량주를 집중 추천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인플레이션에 대비해 가격결정력이 높은 주식을 추천합니다. 물가가 올라도 비용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해 이익을 지킬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모건스탠리는 과열로 인해 경기 사이클이 빨리질 수 있다며 사이클이 정점을 찍고 하락할 때도 실적을 낼 수 있는 주식들을 권하고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강력한 실적을 낼 수 있다는 주식을 사라는 겁니다.

실제 지난 3월 초부터 투자자들이 고품질 주식을 찾는 경향(Flight to quality)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재무제표가 좋고 꾸준한 이익을 내는 기업의 주가 수익률이 좋게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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