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잊은 금언' 해주며 떠나는 미군사령관 [여기는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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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5-17 09:10   수정 2021-05-17 09:43

'한국이 잊은 금언' 해주며 떠나는 미군사령관 [여기는 논설실]


“평시에 땀을 흘려야 전시에 피를 흘리지 않을 수 있다”. 지금 한국인들이 꼭 새겨볼만한 무서운 경고다. 유감스럽고 안타까운 사실은 정작 이런 말이 한국인 입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에 한국을 향해 이런 경고를 한 이는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이다. 다음 달 한국을 떠나는 그는 이임 환송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2018년 11월 한국에 부임한 그는 30개월 근무를 마치고 대장 예편과 동시에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로 간다. ‘우병수(禹柄秀)’라는 한국이름도 증정 받았다.

그의 고언은 당연하다 못해 지극히 평범하다. 하지만 대다수 한국인은 잊고 산다. 아니라면 외면하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날로 발전해 이제는 실전배치 단계에 이르고, 심지어 고도의 정밀 감시체계로도 추적이 어려운 잠수함에서 발사까지 눈앞에 다가온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을 보면서도 이렇게 태연할 수가 있겠나. 짝사랑처럼 매달리면서도 민망스러울 정도로 무시당하고 있는 정부 당국만이 문제가 아니다. 집단적으로 핵무기를 움켜쥔 북한을 무심히, 태연히 바라보고 있다. 남의 일로 보는 것인가. 현 정부는 그렇다 치더라도, 다수 한국인의 북한에 대한 태도와 자세에 대해 해외에서는 ‘스톡홀름 증후군(인질이 인질범에게 동화돼 그들에게 동조하는 비이성적 행동)’으로 해석하며 기이해하기도 한다.

중국의 패권적 행보도 결코 가벼이 볼 일은 아니다. 서해안과 동북아 인근 바다에서 활보하고 수시로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를 드나들며 의도적으로 한국의 하늘을 무시하는 중국 해군과 공군을 보면서도 경각심이 없다.

에이브럼스 장군은 이런 한국인에게 “부디 정신 차리시라. 당신들 일이다”라고 호소한 것이다. 그는 군이 정상적 방어 훈련까지 회피하는 문제를 지적하고 양국은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집회의 자유, 종교의 자유, 법치주의 등 자유민주주의의 필수 요소, 이런 가치를 소중히 여긴다”는 말도 했다.
◆반복되는 해외의 '안보 경고'… 정작 한국인은 태무심
한국이 이런 경고 혹은 충고를 듣는 게 처음도 아니다. 늘 나라 밖에서 듣는 게 두렵다. 트럼프 행정부 때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도 그런 말을 했다. 그는 2017년 10월 서울 방문에서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에 대비(준비)하라”라는 말을 했다. 한국군 수뇌부를 비롯해 국무총리 등 요직 공무원과 주한미군 지휘부까지 500여명이 모인 행사의 연설에서 한 말이다. 물론 이 금언은 매티스 장군이 처음 한 말은 아니다. 고대 로마의 장군이자 전략가로 평가받는 플라비우스 베게티우스 레나투스가 본인 저술(군사학 논고)을 통해서 인류에 남긴 말이다.

그런 금언이 아니더라도 강력한 군대, 자주국장에 대한 강한 의지가 평화를 담보한다는 것은 동서와 고금의 진리다. 단지 무기만이 아니라 정신까지 강해야 한다는 얘기일 것이기도 할 것이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도 비슷한 말을 남겼다. ‘必生則死 必死則生(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오,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 1597년 9월15일자 난중일기)라는 전쟁 중에 남긴 유훈이 후세에 두고두고 경구가 되었다.

아무리 첨단 무기를 전시해준들 사용법을 모르면 소용이 없다. 사용법을 알아도 준비가 안 돼 있고, 어떻게라도 평화를 지키겠다는 마음가짐이 없다면 다 무슨 소용인가. 그런 점에서 지금 국군의 행태에 대한 국민 걱정이 커지는 것을 지휘부들은 제대로 알고 있는 지 걱정이다. 훈련 않는 군인, 뒤로 숨는 군인, 정당한 대응을 피하는 군대라는 지적이 한두 번 나왔나. 심지어 "군이 3류 정치 흉내를 내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해묵은 국군의 작전권 환수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다. 과거 정부도 늘 한미 연합사령부 등의 작전권 환수를 외쳤지만, 독자적으로 작전을 수립·전개하고 발전시켜 나갈 자세는 돼 있나. 미군은 수시로 ‘여건 부족’이라고 완곡하게 말해왔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준비가 안 돼 있다” “자립적으로 작전을 수행할 역량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의미일 것이다. 부끄러운 얘기다. 매년 수십조 원씩 지출하는 막대한 국방예산은 다 어디에 쓰이고 있나. 국방부를 비롯해 각 군이 단순히 ‘월급쟁이’로 전락한 것인가. 그러면서 어쩌면 “연금 나올 때까지 군복 입고만 있으면 된다”는 식의….
◆미국 주도 한·미·일 안보협력 재구축, 한국 적극 동참해야
안보를 중시하라, 자주독립 국방을 이룩하라, 전쟁을 잊지 않아야 막을 수 있다, 이런 금언과 경구는 얼마든지 더 있다. 비슷비슷한 그런 말을 더 찾아낸들, 더 외친들 수용자가 들을 자세가 돼 있지 않으면 소용없다.

이르면 6월에 한국 미국 일본 3국 국방장관 회담이 열린다. 앞서 3국 간 외교장관 회담에 뒤이어진 지역안보 협력 채널이다. 한·미·일의 전통적인 3각 안보협력체의 복원 노력이 바이든 정부 주도로 시도되는 것이다.

이 회담에서 한국 국방장관은 어떤 말을 할 것이며, 무슨 얘기를 듣게 될까. 바이든 행정부 출범이후 3국간의 ‘안보 공조 재구축’ 시도가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다. 3국 안보실장 회의와 합참의장 회의가 먼저 열렸고, 외교장관 회담에 이어 정보기관장 회의도 열렸다. 이른바 쿼드(미국 일본 인도 호주 4개국 안보 협의체)에 한국 참여 문제도 주요한 현안이다. 보다 큰 근본 과제는 북한 핵무기에 대한 제지와 대처이다. 지난 몇 년간 대처를 제대로 못 하고 시일만 보내면서 한참 뒤늦어버렸다. 그래서 더 어렵게 됐다.

이 위협에 가장 크게 노출돼 있는 한국이 가장 태평인 비이성적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까. 한국 국민은 언제까지 위험 경고를 나라밖에서 듣고 있을까.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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