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프리즘] 이건희 회장이 남긴 세 가지 질문

입력 2021-05-20 17:26   수정 2021-05-21 00:16

이건희 삼성 회장이 별세한 지난해 10월 이후 상속세는 우리 사회의 빅이슈로 떠올랐다. 학계와 언론, 정부와 정치권 등에서도 논쟁이 벌어졌다. 특히 지난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이 회장의 유족들이 유산 처리 방침을 발표하자 외신들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 회장이 평생 수집한 국보급 미술품을 기부키로 하면서 한국의 기부문화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2021년 우리 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토론의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한국의 상속세율은 적절한 수준인가 하는 점이다. 이 회장 유족들이 납부해야 하는 상속세는 12조여원. 외신들은 일제히 “삼성 일가가 세계 최대 규모의 상속세를 납부하게 됐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삼성 일가가 납부하는 상속세의 세율은 60%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상속세율 최고구간 50%에 20%의 최대주주 할증이 붙은 결과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 50%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위다. 일본이 55%로 가장 높다. 하지만 일본에는 자녀가 가업을 물려받을 경우 최대주주 할증이 없다. 이를 감안하면 실제론 한국이 OECD 1위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은 상속 재산이 30억원을 웃돌면 최고 상속세율이 50%이며 지분 상속은 최고 60%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적었다.

정부 관계자들도 60%의 세율은 높은 수준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상속세율을 당장 인하할 계획은 없고 국민 정서를 고려해야 한다며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두 번째 논쟁은 한국에선 왜 미술품으로 상속세를 못 내는가이다. 현행 세법에선 현금이 아닌 자산 중 상속세 납부가 가능한 것은 부동산과 유가증권뿐이다. 미술품이나 골동품은 안 된다. 정부는 부동산·유가증권과 비교해 미술품은 객관적 가치를 산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하고 있다. 일부 미술품이 과거 위작 논란에 휩싸인 적도 있다.

하지만 미술품에 투자하는 사람이 늘고 거래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속세 물납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만만치 않다.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은 미술품으로 상속세를 받고 있다. 영국은 조건 없이, 프랑스는 상속세액이 1만유로 이상일 때 5년 이상 소유한 미술품으로 세금을 낼 수 있게 해놓고 있다. 일본은 현금을 우선으로 하되 어려우면 국보 등의 미술품으로 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세 번째 논점은 공익을 위해 기부했을 때 우리 사회가 적절히 대우하고 있는가이다. 영국은 상속 재산 중 10% 이상을 자선단체에 기부하면 나머지 상속 재산에 대해 상속세 10%를 감면해 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은 상속세에 기부를 감안하는 제도 자체가 없다. 생전에 납세자가 기부하면 최대 30% 세액공제해 주는 게 전부다.

오히려 좋은 뜻으로 기부를 했다가 엉뚱하게 유족들이 거액의 상속세를 무는 경우도 있다. 백범 김구 선생의 차남인 김신 전 공군 참모총장의 기부로 13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내게 된 자손들이 대표적인 예다. 2016년 5월 작고한 김 전 총장은 타계 직전까지 42억원을 미국 하버드대와 브라운대, 대만 타이완대 등에 기부했다. 한국학 강좌 개설과 장학금 지급 등에 써달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김 총장의 유족들은 거액의 상속세를 내야만 했다. 현행 상속증여세법은 상속인(자녀 등)이 아닌 제3자에게 준 재산이라도 상속인들이 여기에 대한 상속세를 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평생 모은 재산을 가급적 많이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다는 것은 인지상정에 가깝다. 이를 무거운 세금으로 꺾어서는 사회가 지속가능하지 않다. 재산을 공익을 위해 써달라는 것은 본성을 뛰어넘는 숭고한 정신이다. 우리 사회도 이를 제대로 평가해 줄 정도로 성숙해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중 상속세 관련 연구용역 결과를 받는다고 한다. 과거에만 얽매이지 말고 바뀐 시대상황을 고려해 제대로 다시 설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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