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리스크 더 못 참아"…사조산업 소액주주들 '집단행동'

입력 2021-06-03 17:20   수정 2021-06-04 02:24

사조산업은 한국 경제의 파고를 헤쳐온 식품회사다. 1971년 중고 원양어선 한 척으로 시작해 50년 만에 매출 3조원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꼼수상속’ 의혹으로 소액주주와 갈등을 빚고 있다. 급기야 최근 소액주주들은 “오너리스크로 인한 기업가치 저평가를 참을 수 없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동학개미운동’으로 발언권을 키운 소액주주의 집단행동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말 사조산업은 경영권 분쟁 관련 내용을 공시했다.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가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냈다는 내용이었다. 이들은 지난달 10일 주주명부를 열람하겠다고 했으나 회사가 응답하지 않자 법적 절차에 들어갔다. 송종국 사조산업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우호 지분을 모아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투명 경영 및 주주가치 제고 등과 관련된 주주 제안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소액주주들은 사조산업 주가가 오너리스크로 저평가돼 있다고 본다. 사조산업은 2014년 501오룡호 침몰 사고 당시 사측이 유족에게 폭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매운동의 대상이 됐다. 실적은 뒷걸음쳤다. 매출이 연결기준 2018년 7820억원, 2019년 7354억원, 2020년 6219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순이익은 2018년 411억원에서 2019년 -144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가 지난해 121억원의 이익을 내며 겨우 한숨을 돌렸다. 사조산업의 작년 말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9배 수준이다.

사조산업 소액주주들은 올초 회사가 추진했던 골프장 법인 캐슬렉스서울과 캐슬렉스제주 간 합병에 찬성한 이사들을 배임 혐의로 해임하자고 제안할 계획도 갖고 있다. 앞서 2월 사조산업은 두 골프장을 합병한다고 했다가 소액주주 반발에 계획을 철회했다. 캐슬렉스제주는 자본잠식 상태로 지난해 8억원의 순손실을 내는 등 실적 부진에 빠져 있다. 반면 캐슬렉스서울은 지난해 9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캐슬렉스제주는 주진우 회장의 장남인 주지홍 부사장이 지분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 사실상 주 부사장의 개인 회사다. 캐슬렉스서울은 사조그룹의 지분율이 99% 수준이다. 송 대표는 “두 자회사 합병을 추진한 건 오로지 주 부사장의 지분 확보를 위한 것”이라며 “오너 이익을 위해 상장사인 사조산업과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치려 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앞으로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한 주주 제안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부터 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룰’이 시행되면서 소액주주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졌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지난해 동학개미운동 열풍 이후 회사로 걸려오는 소액주주들의 문의와 항의 전화가 증가했다”고 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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