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뛰는데 전기료 또 동결…연료비연동제 무시에 한전 '골병'

입력 2021-06-21 18:02   수정 2021-06-29 18:30


국제 유가 등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연료비가 치솟고 있지만 정부는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전기요금을 동결하기로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고통이 이어지고 있고,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 상승)이 우려된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일각에선 내년 선거를 앞두고 전기료 인상 부담을 한국전력에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전 2분기에 이미 적자
한전은 3분기 최종 연료비 조정단가를 2분기와 마찬가지로 ㎾h당 -3원으로 책정했다고 21일 발표했다. 연료비 조정단가가 이렇게 결정되면 가정과 기업에서는 전기료가 동결된다. 지난 2분기에 이은 두 분기 연속 전기료 동결 조치다.

한전은 조정단가를 2분기 ㎾h당 -3원에서 3분기엔 0원으로 높여야 한다고 정부에 요청했다. 올 3분기 전기료에 반영되는 3~5월 두바이유 평균 가격이 배럴당 64달러 수준으로, 2분기 기준인 작년 12월~올해 2월 평균 가격(55달러)보다 16%가량 오르는 등 연료비가 급등해서다. 평균 350㎾h의 전력을 사용하는 4인 가구는 한 달 전기료를 1050원 올려야 한다는 게 한전의 분석이었다.

하지만 산업부는 한전의 요구를 묵살했다. 연료비 조정단가를 2분기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해 전기료를 동결하는 결정을 내렸다. 코로나19 장기화와 물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의 부담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게 이유다.

전기료 동결에 따른 부담은 한전이 떠안게 됐다. 연료비 상승을 전기료에 반영하지 못하면서 한전의 2분기 실적 전망은 어둡다. 증권사들은 한전이 2분기 8770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적자는 3분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지난해 4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한 한전은 올해 적자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간 연료비 조정단가가 ㎾h당 1원 달라지면 한전 이익은 약 5000억원 변동될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에선 즉각 반응했다. 3분기 전기료 동결이 발표된 이날 한전 주가는 지난 18일 대비 6.88% 떨어진 2만5050원에 마감했다.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는 “한전을 주식시장에 상장시켜놓고 전기료를 정부 마음대로 조정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쓴소리를 했다.
연료비 연동제 무시하는 정부
정부는 올해 전기료 합리화의 일환으로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다.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유류 등 전기 생산에 들어간 연료비 변동분을 3개월 단위로 전기료에 반영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2011년 도입하려 했지만 유가 상승 등의 이유로 시행되지 못했다.

정부가 올해 연료비 연동제 도입을 서두른 것은 에너지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올해 상반기에만 전년 대비 1조원의 전기료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었다. 전기료 인상에 따른 가격저항을 막으면서 원가 연동제를 도입할 절호의 기회로 본 것이다.

하지만 전기요금 합리화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연료비 연동제는 작동을 멈췄다. 제도가 이미 무력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연료비 연동제 파행 운영은 전력시장 규제 전반에 대한 정책 신뢰도 역시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2분기와 3분기 연속해서 연료비 연동제를 적용하지 않는다면 제도 자체가 무산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3분기 전기료 동결에도 불구하고 다음달부터 일부 소비자의 전기료 부담은 늘어날 전망이다. 7월부터 월 200㎾h 이하 전력을 사용하는 약 625만 가구의 전기요금이 기존 대비 2000원 오른다. 전기료 할인액이 4000원에서 2000원으로 줄기 때문이다. 주로 1~2인 가구가 대상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사회취약계층 보호라는 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대부분 1인 가구에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며 정책 변경의 배경을 설명했다.

최근 보급이 늘고 있는 전기차의 충전 기본요금 할인율은 기존 50%에서 다음달부터 25%로 줄어든다. 전기차 전력량 요금에 적용하던 할인율도 30%에서 다음달부터 10%로 줄일 예정이다. 이로 인해 전기차 운행자들은 한 달에 1만~2만원 정도를 더 부담해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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