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겨냥한 與…"온라인도 골목상권처럼 규제"

입력 2021-06-22 17:36   수정 2021-06-30 16:31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쿠팡, 네이버, 배달의민족 등 온라인 플랫폼의 e커머스(전자상거래)를 규제하는 법안을 본격 추진한다. 이들 법안은 그동안 부처 간 관할권 다툼으로 심사에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당정이 주요 입법과제로 추진하기로 했다. 소상공인 등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지만 시장 위축 등 부작용이 생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당정 “입점 업체 보호 제도 마련”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22일 당·정·청 을지로 민생현황회의에서 “거대 플랫폼의 우월적 지위로부터 중·소상공인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며 “코로나19로 비대면 거래가 급증하면서 온라인플랫폼 문제점도 생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입점 업체와 이용자를 보호하는 제도가 신속하게 마련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임서정 청와대 일자리수석도 “코로나19 때문에 여러 경제적 여건이 변해서 온라인플랫폼 독점사업자들의 불공정 행위가 있는 상황”이라며 “법안들이 조속히 통과돼 불공정이 해결되는 제도적 기반이 강화되길 바란다”고 했다.

온라인플랫폼 관련 법안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발의한 안과 전혜숙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방송통신위원회 안, 당정 차원에서 공정위 안 보완 성격으로 논의한 중소벤처기업부 안(이수진 민주당 의원 발의) 등이 국회에 올라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오늘 회의의 결론은 국민은 어느 부처가 뭘 하는지 궁금해하지 않으니 최대한 빨리 처리하자는 것”이라며 “각 상임위에서 각 법안을 심사하고 일부 중첩되는 부분은 당이 나서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플랫폼법들은 네이버, 카카오, 배달의민족 등 온라인플랫폼을 겨냥하고 있다. 공정위 안은 입점 업체와의 거래 조건을 플랫폼 기업이 일방적으로 변경하거나 부당하게 비용을 전가하는 ‘갑질’을 막는 게 핵심이다. 입점 업체와의 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하고 불공정 행위 적발 시 플랫폼 기업에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했다. 전 의원 안은 플랫폼 기업의 검색 순위 조작 등을 금지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수진 의원이 발의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 개정안은 플랫폼의 수수료 인상 등을 제한하는 내용이 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인 진성준 의원은 “각 법안의 규율 범위가 조금씩 달라 일부 중첩되는 내용이 있지만 법안이 모두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고 말했다.
e커머스업계 “부작용 생길 것”
배달의민족의 B마트 등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를 규제하는 법안도 발의된다. 이동주 민주당 의원이 준비하고 있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법 개정안은 온라인플랫폼의 장보기 서비스로 피해가 예상되는 소상공인이 중소기업중앙회에 사업 조정을 신청해 플랫폼의 영업 시간과 판매 품목 등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일각에선 이로 인해 골목 상권 매출이 하락한다고 지적해 왔다. 이에 따라 B마트와 마켓컬리 등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동주 의원실 관계자는 “지금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법 중 사업조정제도가 특정 업종 안에서만 가능해 (플랫폼 업체들이 서비스하고 있는) 일반 소매 부문까지 늘리겠다는 것”이라며 “지역 상인단체 등에서 사업 조정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여당 주도로 여러 방식의 플랫폼 규제법이 추진되는 데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빠르게 발전하는 신산업에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는 일이란 것이다. 김진우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청회에서 “법안에 플랫폼 업체의 수수료 인상을 제한하는 내용이 있는데 현재 플랫폼들은 경쟁적으로 수수료율을 낮추고 있는 상황”이라며 “잘못된 사실관계는 법안 전체의 신뢰성을 낮춘다”고 지적했다.

국내 플랫폼 업체에만 제재가 가해져 해외 플랫폼과의 역차별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플랫폼 이용자 보호법 개정안에 담긴 검색 알고리즘 공개 조항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이 같은 핵심 정보를 한국 정부에 제공할 리 없기 때문이다. 중복 규제 문제도 제기된다. 플랫폼법이 정의한 다섯 가지 불공정 행위가 기존 공정거래법과 겹친다는 주장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상공인들에게 새로운 판매처를 열어준 e커머스를 규제하면 부작용만 일어날 수 있다”며 “오프라인 점포가 문을 닫았을 때 온라인으로 급하게 주문할 수 있는 소비자 편의성이 있는데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약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이/노유정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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