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상류서 막아라…하류서 허우적대지 말고

입력 2021-07-01 18:27   수정 2021-07-02 02:37


우선 개념부터 정리해두자. 업스트림은 ‘상류’라는 뜻이지만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사고방식과 시스템을 말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을 다운스트림이라고 한다면 소를 잃지 않도록 하는 게 업스트림이다. 누구나 하류에서 허우적대기보다는 상류의 물살을 살펴보고 대비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론 그렇지 못하다.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생각의 전환만으로 1억달러를 아낀 여행전문 웹사이트 익스피디아의 예를 보자. 이 회사의 라이언 오닐 대표는 콜센터의 데이터를 검토하다가 믿기 어려운 사실을 발견했다. 예약 고객 100명 중 무려 58명이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2012년 한 해에만 여행 일정표를 얻기 위한 전화가 2000만 통 왔다니! 전화 한 통을 처리하는 데 5달러 정도 비용이 든다고 치면 자그마치 1억달러짜리 문제인 것이다.

회사는 곧바로 원인 파악에 나섰다. 우선 음성안내 시스템에 일정표를 다시 받을 수 있는 자동옵션을 추가하고 이메일 발송 방식을 변경해 스팸 필터를 피했다. 고객이 직접 처리할 수 있는 온라인 도구도 만들었다.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가 58%에서 15%로 대폭 줄어들었다. 성공적인 업스트림의 위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러나 여기서 한 번쯤 생각해보자. 익스피디아는 전화가 700만 통쯤 왔을 때 뭔가를 눈치챘어야 하지 않을까.

또 다른 예를 보자. 네덜란드의 자전거 회사 반무프는 운송 과정에서 파손되는 자전거와 물품이 많다는 불만을 접수했다. 그로 인해 회사는 큰 손해를 봤고, 고객들은 짜증을 냈다. 팀원들은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다. 그들은 평면 스크린TV와 모양이 비슷한 상자를 만들어 거기에 TV 화면에 나오는 이미지를 인쇄했다. 상자 안에 귀중한 물건들이 들어 있을 거라는 생각에 택배기사들은 상자를 조심스럽게 다루기 시작했다. 그 결과 물품 파손이 70~80%까지 감소했다.

이 외에도 서비스를 해지할 고객을 예측함으로써 해지율을 50% 낮춘 링크트인, 고등학교 1학년에 자원을 집중함으로써 졸업률을 20% 이상 올린 시카고 공립학교 등 조직의 함정에 빠졌지만 이를 극복한 사례는 부지기수로 많다.

업스트림의 관점에서 생각해 볼 여지가 많은 것 가운데 하나가 미국 의료시스템이다. 미국은 병을 고치는 데 좀 더 많은 지출을 하고 건강을 지키는 데에는 덜 쓴다. 다른 선진국들은 건강 지원 예산이 미국의 세 배에 달하지만 미국은 고령인구를 위한 지출이 다른 나라보다 30% 많다. 국내총생산(GDP)으로 따졌을 때 노르웨이와 미국은 의료비 지출이 비슷하다. 그런데 결과는? 노르웨이는 세계에서 유아 사망률이 다섯 번째로 낮지만 미국은 서른네 번째다. 노르웨이의 기대수명은 5위, 미국은 29위다. 다운스트림에 지출하느냐 업스트림에 지출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천양지차다.

업스트림은 이처럼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회사 운영, 공공의 문제 등 수많은 사회현상을 꿰뚫어 보고 문제를 찾아낼 수 있는 ‘프레임’을 준다. 상류에서 원천적으로 해결하느냐, 하류에서 막느냐에 따라서 조직과 인생이 달라진다는 것을 극명하게 대비시킨다.

그러나 장기적인 목표와 비전이 뚜렷하더라도 원래 의도했던 혁신 자체가 왜곡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힘들여 교통사고를 예방하기보다는 교통위반을 잡아내는 경찰들, 졸업률을 높이기 위해 부적응 학생을 전학시키기에 급급한 학교장. 이처럼 거창한 목표를 내걸고 달성률만 높이며 자화자찬하는 ‘놀이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저자가 제시한 것 중 특히 흥미로운 게 ‘이중측정법’이다. 단순한 데이터만으론 문제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므로 질과 양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것. 예를 들어 보스턴시에서는 보도블록 손상이 심각한 가난한 동네가 아니라 멀쩡한 부자 동네에서 수리가 집중되는 기현상이 발견됐다. 가난한 사람들은 정부가 자기들을 돕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민원을 넣지 않았고, 정치인들은 부자들의 말에만 귀 기울였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민원전화 처리 건수라는 양적인 데이터에만 의존해선 개선될 수 없다. 리더들은 자신들이 데이터를 상벌용 채찍으로만 활용함으로써 조직원을 노예로 만들고 결국 부지불식간에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저자는 눈앞에 있는 문제가 뭔지 모르는 불감증과 ‘과연 내가 나서도 될까’라는 주인의식 부재, 오늘 해야 할 일을 다음으로 미루는 ‘터널링 증후군’이 우리가 어제와 같은 문제로 여전히 씨름하는 이유라고 말한다. 그 해법으로 7가지 행동전략을 제시한다. 위험을 예측하는 시스템을 만들라는 것,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코브라 효과’를 경계하라는 것, 문제를 유발하는 구조를 재설계하라는 것 등이다.

전 세계에서 300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 《스틱!》 《스위치》의 저자인 댄 히스는 “업스트림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예방하는 것”이라며 다운스트림에서 벗어나 업스트림으로 가기 위해선 문제를 늘 곁에 두고 일상에서부터 출발하라고 조언한다. 조직을 바꾸고 싶다면, 혹은 나를 바꾸고 싶다면 지금 당장 시작하라! 그리고 도전하라!

전장석 기자 sak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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