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 살해 조현병 30대 '무죄'…법원, 치료감호 명령

입력 2021-07-06 08:17   수정 2021-07-06 08:22


모친을 둔기로 살해한 30대 아들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심신상실로 사물 변별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범행이 이뤄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재범 위험성이 높아 치료감호를 명령했다.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1부(이문세 부장판사)는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31)씨에게 “형법에서 정한 ‘벌하지 않는 때’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하고 치료감호를 명령했다고 6일 밝혔다.

A씨는 작년 10월18일 오후 5시께 경기 고양시 덕양구 자신의 집에서 둔기로 어머니 B(63)씨의 머리 등을 수차례 내려쳐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범행 3일 전 이상 증세를 보였다. 회사에서 일하던 중 갑자기 알 수 없는 이유로 분노하면서 동료를 폭행하는 등 소란을 피웠다. A씨는 2012년에도 비슷한 증상을 보인 적이 있다. 당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를 받았지만 이렇다 할 원인을 찾지 못했고 한동안 정상적으로 생활했다. 이후 8년 만에 같은 증세가 나타나 다시 병원에 갔다. 하지만 일시적 섬망 외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한 채 귀가했다.

A씨는 집에서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죽는 게 행복하다. 하늘나라로 가자”고 말하면서 가끔 폭력적인 행동을 보였다. 범행 당일 새벽에도 이상 행동을 보여 119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이송됐으나 입원하지 않고 약을 처방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A씨는 약을 먹은 뒤 잠을 자고 어머니가 차려 준 밥을 먹는 등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아버지가 출근한 뒤 돌변했고 급기야 어머니를 살해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20년 전 알 수 없는 원인으로 몸에 염증이 생기는 희귀 난치병인 ‘베체트병’을 앓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수사기관에서 범행을 시인했으나 당시 상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법무부 치료감호소 소속 의사는 A씨를 조현병으로 진단하면서 피해망상, 관계 망상, 환청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고 진단했다. 또 자해, 타인에 대한 공격성과 적대감, 분노를 내포해 장기간 입원 치료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이 같은 사정과 증거 등을 토대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치료감호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은 심신장애로 사물의 선악과 시비를 합리적으로 판단해 구별할 수 없다”며 “의지를 정해 자신의 행위를 통제하는 능력이 결여된 상태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는 형법 제10조 1항에 의해 벌하지 않는 때에 해당한다”며 “다만 피고인은 심신장애 상태에서 다시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고 인정돼 치료감시설에서 치료받을 필요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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