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순서까지 미국 입맛대로…日네티즌 "뭘 위한 올림픽?"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입력 2021-07-23 22:26   수정 2021-07-23 22:39



일본 국민들의 싸늘한 여론 속에 가까스로 막을 올린 도쿄올림픽이 개막식 입장순서를 놓고도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23일 저녁 8시 일본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미국대표 선수단은 하이라이트인 종반부에 입장했다.

개막식 입장 순서는 근대 올림픽이 처음으로 열린 그리스가 가장 먼저 입장하고, 개최국이 마지막에 등장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번에도 그리스와 난민대표팀에 이어 일본어 순서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기준에 따라 203개국 및 지역 선수단이 입장했다.

일본어 50음은 '아이우에오'의 순으로 진행된다. 이 순서대로라면 일본어로 '아메리카'인 미국은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아제르바이젠 등에 이어 극초반에 등장해야 했다.

하지만 미국 선수단은 끝에서 세번째로 입장했다. 이번 대회부터 입장 순서가 향후 개최국 선수단이 종반부에 등장하는 것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 원칙에 따라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개최국인 미국과 2024년 파리올림픽 개최국인 프랑스, 이번 대회 개최국인 일본이 마지막 하이라이트를 수놓았다.

미래의 개최국을 띄우는 연출 같아 보이지만 실은 거액의 중계권료를 지불한 미국 TV방송국의 의향이 반영된 것이라고 마이니치신문은 보도했다. 미국 선수단이 초반에 입장해 지나가버리면 미국 시청자들이 채널을 돌려버릴까 우려했다는 것이다.

세계 200여개국에서 모인 선수단의 입장 행진은 대회 전체의 하이라이트 가운데 하나다. 올림픽이 상업화 노선을 걷기 시작한 1984년 LA올림픽 이후 개최국들은 호화스러운 연출을 통해 대회의 주목도를 높이는데 주력했다.

극적인 연출이 더해질 수록 올림픽 개막식은 TV방송국의 현금창출기(캐시카우)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개막식을 전세계에 중계하기 시작한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이후 중계권료와 중계시간이 크게 늘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따르면 2016년 리우올림픽까지 4년간(2013~2016년) 중계권료는 41억5700만달러(약 4조7868억원), 중계시간은 7100시간으로 16년새 2배 이상 늘었다.

코로나19 여파로 대회를 1년 연기한 일본 측은 늘어난 비용과 싸늘한 여론을 의식해 도쿄올림픽을 간소화해서 진행하려 했다. IOC는 도쿄올림픽의 간소화에 동의하면서도 개회식 만큼은 손대지 못하도록 했다.

토머스 바흐 IOC 위원장이 "개회식은 개최국의 쇼케이스이므로 형식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독점중계권을 따낸 NBC를 의식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NBC는 14년 소치 동계올림픽부터 2032년 브리스베인 올림픽까지 10개 대회의 독점중계권료로 총 120억3000만달러를 지불했다.

개회식의 구성은 물론 입장순서까지 미국 방송국의 입맛대로 바뀌면서 일본 최대 포털사이트인 야후재팬은 네티즌들의 성토장이 됐다. 한 네티즌은 "결국 전부 미국을 위한 것"이라며 "도대체 무엇을 위한 올림픽인가"라고 비난했다.

한편 IOC의 권고에 따라 이번 대회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거의 모든 참가팀이 남녀 공동 기수를 앞세웠다. 한국은 '배구 여제' 김연경과 수영 메달에 도전하는 황선우를 기수로 내세워 103번째로 입장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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