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규제하고 이익단체는 고소…스타트업 "성장이 죄인가"

입력 2021-08-06 17:14   수정 2021-08-07 00:55


“정부와 정치권이 최근 제정한 스타트업 규제 방안들에는 공통점이 있어요. 이젠 많이 컸으니까 통제해야 한다는 거죠. 글로벌급 유니콘기업이 지속해서 나올 환경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국내 스타트업을 대변하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최성진 대표의 토로다. 한국 스타트업업계에 돈과 인재가 몰리는 건 환영할 만한 변화다. 문제는 미래를 낙관하기 힘들게 하는 대못 규제 역시 ‘동반 성장’할 기세라는 점이다. 한창 탄력을 받아야 할 유망 스타트업이 언제든 규제 지뢰밭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얘기다.
클 만하면 펼쳐지는 규제 지뢰밭

지난 10년 동안 스타트업 관련 규제가 ‘완화 방향’으로 흘렀다는 건 업계도 인정하는 변화다. 한때 창업의 핵심 걸림돌이던 연대보증제도는 폐지됐다. 정부의 관련 정책 자금도 늘었다. 창업 문턱은 이전보다 크게 낮아졌다.

성장 이후가 문제다. 사회적 영향력이 커졌다는 이유로 성공한 스타트업은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부와 정치권에서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발의한 ‘온라인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대표적이다. 소관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이 법안의 국회 통과를 적극 지원하면서 탄력이 붙었다.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중고거래 서비스 당근마켓, 배달앱 배달의민족, 온라인 쇼핑 무신사 등 정보기술(IT) 기반 플랫폼 사업자는 정부의 신고 절차를 통과해야 영업 활동을 할 수 있다. 해당 업체는 이용 약관을 마련해 방통위에 무조건 신고해야 하고, 방통위는 이용 약관을 심사해 통과 여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규제 기준은 ‘덩치’다. 스타트업업계에서는 규제 대상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준이라면 문제가 있다고 하소연한다. 공정위의 비슷한 방안 기준인 연매출 100억원 또는 거래액 1000억원 이상 기업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에 따르면 작년 기준으로 적용 기업은 100곳에 육박한다. 70% 이상이 성장 중인 스타트업이다. 스타트업은 덩치만 클 뿐, 이익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이뿐만 아니다.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도 사업자가 책임져야 한다. 예컨대 당근마켓에서 어떤 판매자가 중고 ‘짝퉁’ 명품을 판매하다 적발됐다면, 당근마켓도 피해 배상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스타트업업계 관계자는 “매출, 거래액, 이용자 수를 기준으로 규제 대상을 정하기 때문에 성장하는 플랫폼 스타트업은 언젠가는 걸릴 규제”라고 했다. 공정위가 추진하는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도 일부 비슷한 내용을 담아 규제로 작동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역시 매출과 거래액 기준으로 규제 대상을 정해 성장하는 스타트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이 지난 2월 국회에 제출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스타트업 규제 법안으로 꼽힌다. 온라인플랫폼 사업자가 입점 업체에서 받는 수수료 액수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온라인플랫폼 사업자의 정당한 이익 추구와 영업 활동까지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타트업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100대 스타트업의 절반이 한국에서는 규제에 걸린다고 했는데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상당수 스타트업은 주 52시간 근로제의 부담도 크다고 토로한다. 자유로운 근무 문화를 무시한 일방적인 근로 제도가 스타트업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주 52시간제는 지난달부터 상시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 기업에도 적용됐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초기 스타트업은 적은 인원으로 사업 기획과 상품 개발, 투자 유치 등 모든 과정을 짧은 시간에 해결해야 한다”며 “그 대가를 이후에 스톡옵션 등으로 보상받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전문직군에 날개 꺾인 스타트업
IT를 활용한 일부 스타트업은 기존 직역단체와 갈등을 빚고 있다. 변호사 광고 플랫폼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는 대한변호사협회와 대립하고 있다. 변협이 올 5월 변협의 광고 규정을 개정해 로톡을 통한 변호사 알선 및 광고를 원천 차단했기 때문이다. 성형 정보 앱 강남언니를 운영하는 힐링페이퍼는 대한의사협회와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의협이 정부와 정치권을 통해 의료 광고 사전심의 대상을 확대 추진하면서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광고 사전 심의 대상 기준은 하루 이용자 수(DAU) 10만 명 이상인데 강남언니는 이에 못 미친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업체 직방은 공인중개사협회의 반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직방은 지난달 비대면 부동산 정보 서비스인 온택트파트너스를 내놨다. 비대면 방식으로 부동산 정보조회·매매·계약·수리 등을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 온라인 서비스다. 박용현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장은 “기존 영세 개업 공인중개사의 ‘골목상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최초 액셀러레이터(민간 창업보육기관) 프라이머를 설립한 권도균 대표는 “공정 경쟁 기반을 마련해 강한 쪽이 살아남는 구조를 만들어야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주완/선한결/구민기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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