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美 가뭄…주춤하던 농산물값 또 뛴다

입력 2021-08-25 17:55   수정 2021-08-26 01:11

미국에서 기록적인 가뭄이 이어지면서 옥수수와 밀 등 주요 농산물의 선물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요 농산물 산지인 미국에서 가뭄이 심해지면서 농산물 선물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미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옥수수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부셸당 1.8% 오른 5.45달러로 마감했다. 올 들어 옥수수 선물 가격 상승률은 11%다. 같은 날 콩 선물은 부셸당 약 3% 오른 13.32달러로 마감했다. 밀 선물 가격은 이날 0.2% 떨어지긴 했지만 올 들어 상승률은 12%다.

농산물 선물 가격은 지난 5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급등했다가 풍작 전망이 고개를 든 이후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하지만 최근 다시 농산물 선물 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유로는 미국의 극심한 가뭄이 꼽힌다. 미 가뭄감시센터(USDM)에 따르면 미 노스다코타, 미네소타, 아이오와, 네브래스카주 등지에서 가뭄이 심해지고 있다. 미 국립해양대기청은 가뭄 때문에 노스다코타와 미네소타의 토양 내 수분량이 사상 최저치 수준인 것으로 분석했다.

미 농무부는 가뭄 탓에 미국 내 밀 재배면적 중 63%가 올해 흉작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흉작 가능성이 6%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폭증한 수치다.

미 농무부는 악천후가 잇따르자 자국 내 농작물 생산량의 올해 예상치를 낮추고 있다. 이는 미국 내 농산물 재고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미 농무부의 최근 월간 수급 보고서에 따르면 옥수수와 밀, 콩의 예상 재고치는 모두 2013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집계됐다.

폭염, 가뭄 등 이상기후가 지속되면 농산물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농업연구기관 아그리소스는 이달 보고서에서 “농산물 선물 시장에서 수요주도형 강세장(불마켓)이 확고히 자리잡고 있는 모양새”라고 진단했다.

미 농부들도 고전하고 있다. WSJ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에 이어 올해는 덥고 건조한 날씨 때문에 미국 농가 수입이 2년째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농부들은 지난해 초 코로나19 봉쇄(셧다운) 여파로 농산물 가격이 폭락해 막대한 손실을 봤다. 이후 농산물 수요가 회복세로 돌아섰음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으로 생산량이 급감해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의 주요 농산물 산지도 이상기후에 몸살을 앓고 있다. 국제곡물위원회(IGC)는 지난달 세계 곡물 예상 수확량을 6월 예상치보다 600만t 줄어든 22억9500만t으로 제시했다. 겨울에 재배되는 브라질의 2기작 옥수수 수확량이 가뭄으로 인해 크게 급감했다. 겨울 작물 예상치는 작년 이맘때의 7510만t보다 대폭 줄어든 6030만t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러시아 농업기관들은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밀 농작물 생산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미 농무부는 최근 수급 보고서에서 러시아산 밀 생산량에 대한 예측치를 7월 추정치보다 1250만t 낮춘 7250만t으로 재조정했다.

러시아 농업연구회사 소브에콘의 안드레이 시조프 대표는 “매우 건조한 7월 날씨와 급감한 밀 재배 면적은 러시아 농업의 판도를 변화시켰다”고 설명했다. 소브에콘은 이달 초 발표에서 러시아 밀 재배 지역의 토양 내 수분이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보고했다. 유럽에서도 올여름 폭염과 산불 등에 따른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는 “스페인 정부가 사막화 우려 속에 애그리비즈니스(농업 관련 산업) 비용에 대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페인은 전 국토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면적에서 이미 사막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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