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데스트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1874)은 요절한 화가 빅토르 하르트만의 유작 전시회에서 본 10점의 그림을 묘사한 곡이다. 곡의 시작과 중간중간에 전시된 그림 사이를 돌아다니는 일종의 간주곡인 ‘프롬나드’가 삽입됐다.이 곡은 원래 피아노 독주곡이었다. 하지만 정규 음악교육을 받지 않은 무소륵스키가 악기를 다룬 방식이 워낙 특이한 바람에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가 1922년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이 관현악용으로 편곡하면서 유명해졌다. 오케스트레이션의 거장답게 ‘햇병아리들의 춤’ ‘바바 야가의 오두막집’ 그리고 마지막 곡 ‘키예프의 대문’ 등의 연주 효과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다. 덕분에 원래의 피아노곡도 뒤늦게 주목받았고, 지금은 간결하면서도 대담한 선율, 강건한 표현력, 독창적인 기교로 이뤄진 음화(音畵)로서 19세기의 가장 독창적인 피아노 음악 중 하나라는 재평가를 받게 됐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무지크바움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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