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슨모빌 때문에 도넛 못 먹는다고?

입력 2021-09-09 17:20   수정 2021-09-10 00:51

전 세계 식품기업이 엑슨모빌, 셰브런 등 글로벌 정유사와 ‘식용유’ 확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정유사들이 저탄소 엔진 연료 개발에 나서면서 식용유 수요가 크게 늘고 있어서다.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마라톤페트롤리엄 엑슨모빌 등 정유사들이 신재생에너지인 바이오디젤 생산을 늘리면서 식용유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바이오디젤의 주 원료가 식물·동물성 지방에서 추출한 식용유이기 때문이다. 정유사들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각국 정부의 인센티브 정책에 따라 바이오디젤 등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늘리고 있다.

크리스피크림도넛, 페퍼리지팜 등 식품기업들은 식용유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롭 맥키 미국 제빵협회장은 “우리는 친환경 정책을 지지하지만 대두유 가격이 3배나 오르는 등 식료품 물가 상승이 심각한 상태”라고 말했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올해 대두유 가격은 파운드당 65센트(약 780원)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2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뛰는 것이다. 또 올해 미국에서 바이오연료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대두유 양이 총 115억파운드에 달해 2019년에 비해 33%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내 전체 대두유 소비량의 45% 이상이 바이오연료 생산용으로 쓰이고 있다.

FT는 “글로벌 정유사들이 바이오디젤 시장에 몰려들기 시작한 지 불과 2년여 만의 일”이라고 설명했다.

엑슨모빌은 지난달 캐나다 정부에 바이오디젤 투자를 제안했다. 마라톤페트롤리엄은 대두유 원료인 콩을 원활하게 공급받기 위해 미국 노스다코타주의 농경지 소유주와 합작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셰브런은 지난주 6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최대 곡물기업 번지(Bunge)와 대두유 합작법인을 세워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했다.

바이오디젤 투자는 앞으로도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은 바이오디젤 생산 능력이 지난해 6억갤런에서 2024년 51억갤런으로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회사 스톤엑스는 “2028년까지 미국의 바이오디젤 등 신재생 디젤 산업은 콩기름, 카놀라유 등 식용유 약 300억파운드에 이르는 원료를 필요로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각에선 2007년 옥수수 가격 폭등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미국 의회가 가솔린에 바이오에탄올 혼합 사용 명령을 통과시키면서 바이오에탄올의 주 원료인 옥수수 가격이 급등했다. 농업경제학자이자 컨설턴트인 데이비드 위드마르는 “식용유 확보 경쟁이 폭발하면서 ‘디젤 대 도넛’ 논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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