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화에 20년 걸린 '황금쌀'

입력 2021-09-14 15:26   수정 2021-09-14 15:32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는 지난달 ‘유전자 변형 생물체의 활용은 탄소중립 실현에 바람직한가’를 주제로 고교생 찬반 토론대회를 주관했다. 참가 학생들은 선입견과 편견 없이 유전자 변형 생물체와 최신 바이오 이슈를 빠르게 인식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바이오기술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과 규제 속도는 그렇게 빠르지 않다. 농업 식품 의약 화학 등 여러 분야에서 바이오 신기술의 혜택을 누리려면 규제도 이에 맞춰 빨리 바뀌어야 한다.
○‘황금쌀’ 상업화까지 20년
최근 세계 최초로 상업적 재배가 승인된 일명 ‘황금쌀’이 화제다. 지난 7월 필리핀에서 승인한 황금쌀은 옥수수 유전자를 도입해 비타민A를 강화한 노란 쌀이다. 비타민A 결핍으로 인한 면역력 약화와 실명 유발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필리핀 국제쌀연구소(IRRI)가 황금쌀을 본격 연구하기 시작한 건 2001년이다. 위해성 평가 등 과학적인 연구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영향도 고려해야 하는 방대한 작업이었다.

그린피스 등 국제환경단체와 필리핀 농민단체 등은 유전자 변형 기술의 안전성과 대기업의 쌀시장 진입에 따른 부작용을 들어 황금쌀 승인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로 인해 황금쌀이 본격 재배되려면 2023년은 지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랜 시간을 거쳐 규제 장벽은 극복했지만 유전자 변형 생물체에 대한 인식까지는 아직 바꾸지 못한 상황이다.
○의견 나뉘는 유전자변형생물체법
유전자 변형 관련 기술은 지금 이 순간에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해 원하는 형질을 얻는 새로운 바이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미국 농무부는 작년 5월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한 돌연변이 산물에 대해 “기존 육종 산물과 차별성이 없다”며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일본은 최근 고혈압 개선 등에 도움을 주는 가바 성분 함유량을 높인 유전자가위 토마토 상업화를 승인했다. 유럽연합(EU)도 최근 유전자가위 산물에 대해 “유전자 변형 생물체와 차별화된 규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브라질 호주 아르헨티나 등도 유전자가위 기술의 규제 개선을 추진하거나 완료했다.

우리나라도 규제 개선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유전자변형생물체법 총괄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월 말 외래 유전자 도입이나 잔존이 없는 바이오 신기술 산물에 대해 사전 검토제를 도입, 위해성 심사 등 규제를 면제할 수 있는 절차를 담은 유전자변형생물체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6월 말 공청회를 열어 여러 의견도 수렴했다.

유전자 변형 식품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는 유전자가위 기술을 적용한 작물에도 동일한 안전관리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과학계와 산업계는 외래 유전자를 도입하지 않은 전통적인 육종 산물과 비슷한 만큼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동일한 법안을 놓고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는 셈이다.

어떤 기술이든 잠재적 위험과 예상되는 혜택이 공존한다. 그런 만큼 과학계는 신기술이 어떤 잠재적 위험과 이득이 있는지 능동적으로 알려야 한다. 정부는 신기술의 위험과 이익을 잘 살펴본 뒤 합리적으로 규제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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