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길 무서워 삼단봉 샀는데…"들고 다니지도 못해요" 난감

입력 2021-09-21 16:59   수정 2021-09-21 17:06


# 관악구에 거주하는 20대 여성 A씨는 최근 이사를 하며 삼단봉을 구매했다. 집이 골목길에 위치해 있어 혹시나 모를 불안한 마음 때문이었다. A씨는 "어두워지면 귀갓길이 무섭다"며 "여자 혼자 사는 집에 남성이 택배기사로 위장해 침입하는 사건도 있었던만큼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호신용품을 구매했다"고 말했다.

A씨는 삼단봉 사용법을 익히기 위해 영상을 찾아봤지만 걱정은 더 늘어나게됐다. 상대방이 칼과 같은 흉기를 지니고 있는게 아니라면 대다수의 상황에서 삼단봉은 정당방위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설명때문이었다.

A씨는 "위협하는 사람에 대응하기 위해서 산 호신용품인데, 사용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말 때문에 들고다니지도 못하고 있다"고 혼란스러움울 호소했다.
호신용품 판매 느는데…실생활 사용가능할까?
호신용품은 크게 △경보기(호루라기 등) △스프레이류 △호신용 무기(쿠보탄, 삼단봉, 전기충격기, 가스총)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스프레이류, 호신용무기 등은 실제로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10mA 이상의 고압 전기충격기와 가스총 등은 경찰서에 허가증을 받아야 소지가능하다.

위협상황에서 이런 호신용품을 사용해 범인을 제압한다면, 정당방위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박사는 "상대방이 신체의 일부를 잡거나, 잡기위해 손을 뻗는 순간 등에 인정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승 박사는 "정당방위 인정의 범위가 매우 좁은편"이라며 "단순히 위협적으로 다가온다고 호신용품을 사용하면 정당방위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법원 "호신용품 정당방위 인정 안된다는 건 오해…개별적 사안마다 판단 달라"
그러나 최근들어 정당방위 인정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 법원의 설명이다. 김국식 중앙지법 판사는 "이전에는 정당방위의 인정 범위를 굉장히 좁게 본게 사실"이라면서 "최근엔 그 범위를 점차 늘리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즉, 상대방이 실질적인 위협을 가하지 않고 따라만 왔더라도, 범죄 목적으로 따라온 사실이 입증 가능하면 상대방을 호신용품으로 제압하더라도 어느정도 정당방위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인터넷에 알려진바와 같이 상대방이 흉기를 사용해야만 호신용품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잘못 알려진 상식이다. 김 판사는 "정당방위를 고려할 때, 상대방과 행위자의 체급차이, 상황의 급박성 등 다양한 것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흉기를 들지 않고 있다고 해서 호신용품 사용이 전부 위법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특히 개별적 사안마다 구체적인 정황이 다르기 때문에 일반화할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설명이다.
위험부위 타격 시 '정당방위' 인정 힘들수도
그러나 공격에 상응하는 '방어'를 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판례라는 입장도 있다.

승 박사는 "예를 들어 다리를 공격해도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다리를 공격해야 '방어'로 인정받을 수 있다"며 "만약 이런 상황에서 머리를 공격시 과잉 방어로 인정받아 처벌을 받게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다만 "호신용품을 휘두르다가 고의성 없이 위험부위에 맞게 된 경우라면 정당방위로 인정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과잉방어가 인정 되더라도 정당방위를 할때가 야간 등 기타 불안스러운 상황에서 공포·경악·당황·흥분 등에 의한 행동이 인정된다면 처벌 받지 않을 수 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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