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가격, 살 사람이 정하세요" 역발상 통했다…'99% 만족'

입력 2021-10-27 14:02   수정 2021-10-27 15:21


중고차 시장은 경제학 서적에 단골로 등장하는 '레몬마켓'이다. 차량 정보를 판매자가 독점해 소비자가 피해를 입기 쉬운 시장이라서다. 그런 중고차 시장에서 구매자의 99%를 만족시킨 중고차 업체가 있다. 이 업체가 내민 단 하나의 제안이 구매자들을 사로잡았다.

중고차 업체 오토플러스는 '리본카' 브랜드로 온라인상에 중고차를 선보이고 있다. 리본카 사이트에는 다른 중고차 사이트에서 찾아볼 수 없는 '특이점'이 있다. 차량 판매 가격을 업체가 아니라 소비자가 정하도록 한 점이 바로 그것.

통상 중고차 업체들이 차량을 정해진 가격에 등록해 파는 것과 달리 리본카는 차량의 결함 상태를 공개하고, 소비자가 수리할 부분을 직접 선택하는 '역발상'을 했다. 비용을 좀 더 부담하고 완벽히 수리된 차량을 구매하거나, 자잘한 흠집에 개의치 않는다면 보다 저렴하게 살 수도 있는 선택권을 준 게 포인트다.


지난 2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위치한 상품화 공장 'ATC'에서 만난 오토플러스 양경덕 온라인사업본부장은 "상품화되지 않은 중고차의 '민낯'을 그대로 공개하는 것이었다. 여기저기 상처난 차량을 보고 구매 욕구를 잃을까 우려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 우려와 달리 소비자 반응은 뜨거웠다. 양 본부장은 "차량의 어느 곳을 수리했고, 어디를 수리해야 하는지 빼놓지 않고 모두 공개한다. 그랬더니 소비자에게 '결함도 스스로 공개할 정도의 자신감이라면 믿을 만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전했다.

공개된 정보를 믿고 차량을 구매한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높다. 오토플러스에 따르면 리본카에서 중고차를 구매한 소비자들은 재구매 의향이 98.9%에 달했다. 품질 만족도 역시 98.6%로 높았다. 리본카를 주변 지인에게 추천하겠다는 순추천지수(NPS)도 82.7%였다.


이처럼 구매자 만족도가 높은 비결은 국내 최대·최고 수준의 직영 상품화 공장인 ATC에 있었다.

오토플러스는 연식 7년 이하의 주행거리 14만km 이하 차량이 ATC에 입고되면 AQI 정밀검사를 진행한다. 260가지 포인트에 대한 점검 결과가 68쪽짜리 리포트로 나온다. 이 내용은 모두 중고차 상품 페이지에 공개된다. 정보가 변조될 우려도 없다. 차량 점검과 정비, 상품화 등 각 공정에서 직원들이 종이가 아닌 태블릿PC를 통해 정보를 직접 입력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입력한 정보는 전 직원에게 공유되며 사이트에도 자동 반영된다.

상품화본부 박종호 상무는 "차량 점검 등의 업무를 서류로 진행하면 중간에 잃어버리거나 필체를 잘못 읽는 등 실수가 발생한다. 사이트에 서류와 다른 내용을 기입할 우려도 있다"며 "오토플러스는 전 직원이 태블릿을 사용해 시스템적으로 정보가 공개되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입력한 정보는 실시간 저장·공유된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실제 ATC에 입고된 차량 번호를 입력하자 태블릿에 해당 차량의 점검 내역과 현재 위치, 작업 내용 등이 표시됐다. 점검 과정에서 드러난 차량의 문제점이 부위별로 나열되며, 정비, 판금, 도장 등 각 부문을 거치면서 문제점에 대한 개선 사항이 추가 기입되는 형태다.

박 상무는 "부문별로 차량을 입고하면서 문제점이 개선됐는지 확인하고, 수리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이전 단계로 되돌려보낸다"며 "15년 이상 경력을 쌓은 40명의 정비사들이 통일된 기준을 가지고 여러 차례에 걸쳐 체계적으로 확인하면서 상품화 작업이 이뤄진다"고 소개했다.


체계화된 상품화 절차 덕분에 가격 책정도 용이해졌다. 통일된 기준을 세우고 순정 부품만 사용하면서 결함 부위에 대한 수리비용 산정이 가능해진 것. ATC의 이러한 상품화 절차는 세계적 권위의 품질인증기관 독일 'TUV SUD(티유브이슈드)' 인증도 받았다.

오토플러스를 제외하면 TUV SUD 인증은 국내에서 메르세데스-벤츠·람보르기니 인증중고차 센터와 포르쉐 정비센터만 받았을 정도로 까다롭다. 담당 직원들이 한 주간 상주하며 모든 작업 과정을 감독·평가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가까운 카센터에서 재생용품을 써 차량을 수리하고 판매하는 일반적 중고차 업체들과는 확실히 질적 차이가 난다.


이렇게 까다로운 수리를 마친 차량은 마지막으로 냄새 검사도 거친다. 가장 좋은 1등급부터 악취가 심한 5등급까지 판별하고 1~3등급 차량만 리본카로 판매된다.

덕분에 차를 직접 보지 않고 구매한 소비자들도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리본카는 차량 검색부터 결제·인도까지 차를 직접 보지 않고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다. 차량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7일 내 위약금 없이 환불 가능하지만, 실제 환불을 요청하는 비율은 채 1%가 안 된다.

양 본부장은 "그 1%의 대부분은 고객이 배우자 몰래 차를 산 경우"라며 "차에 문제가 있어 환불을 요청하는 경우는 1000건 중 1건 수준에 불과하다.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구매 고객에게는 6개월간의 품질보증과 3년간 및 방문정비 서비스를 제공한다. 소모품도 무상으로 교체해주므로 차를 구매하면 적어도 3년간 정비로 돈 나갈 일은 없어 고객들 만족도가 높다"고 귀띔했다.

인천=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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