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공급망 붕괴와 원자재값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곳곳에서 생산 차질과 수급난이 빚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역량을 총동원해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 공급망 충격 속에서도 실적 기록을 경신하는 등 저력을 보여준 기업도 적지 않다.
이수빈 기자
SCM 위기를 넘기기 위해 디지털전환(DX)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LG전자는 경남 창원 1공장에 8000억원을 투입해 스마트공장으로 전환하고 있다. 지난 9월 프리미엄 가전 ‘LG 시그니처’ 냉장고, 일반 냉장고, 정수기 등 3개 라인이 가동에 들어갔다. 이 밖에 해외 사업장에서도 증설과 생산량 조정을 통해 SCM 위험에 대처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반도체 수급난으로 생산에 어려움을 겪은 영향으로 3분기 글로벌 판매(89만8906대)가 전년 동기 대비 9.9% 줄어들었다. 회사 측은 내년까지 반도체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보고 부품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지난달 현존 최고 사양 D램인 ‘HBM3’를 업계 최초로 개발한 SK하이닉스가 대표적이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제품이다. 같은 데이터도 더 빨리 처리할 수 있어 전력 소비가 줄어든다. 1초에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 양이 819GB(기가바이트)로 이전 세대인 HBM2E와 비교하면 데이터 처리 속도가 약 78% 빠르다. 이 회사는 3분기 창사 이래 분기 기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분기 영업이익은 4조원을 넘었다.
수급처를 다변화해 원자재값 상승 위험을 줄이는 것도 전략이다. 포스코가 철광석, 석탄 등 원료를 확보하기 위해 추진 중인 원료 공급사업은 세계적으로 23건에 달한다.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급 리스크에 미리 대비하려면 다양한 공급처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원자재값 상승으로 반사이익을 보기도 한다. 포스코는 2010년 호주 로이힐 광산에 투자한 지 10년 만에 과실을 누리고 있다. 올 3분기 배당금만 1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은 현 상황을 ‘위기가 일상화한 세상’이라고 진단했다. 언제 어디서 어떤 문제가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는 의미다. 한화 계열사들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라는 특명을 받고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 중이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은 충북 진천에 있는 태양광 셀·모듈 공장을 스마트팩토리로 탈바꿈시켰다. 원재료를 입고할 때부터 완제품을 출하할 때까지 모든 과정을 자동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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