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정KPMG CFO Lounge] COP26회의, ESG흐름 숨막히게 가속시켜

입력 2021-11-22 05:50  

역사상 가장 중요한 회의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약 2주간의 일정을 마치고 지난 13일 폐막했다. COP26은 당사국 만장일치로 결정되는 대표 결정문의 막바지 협상에서 진통을 겪은 끝에 마감시한인 11월 12일을 하루 넘겨 글래스고 기후합의(Glasgow Climate Pact)를 채택했다.

이번 합의에서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이행 조치에 진전을 보이기도 했으나, 선진국과 개도국의 정치적·경제적 이해관계로 일부 숙제를 남기기도 했다. 한편 투자자와 기업들은 COP26 기간 동안 각 국 정부보다 기후변화 대응에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했다.
COP26, 석탄발전 감축 선언하고 배출권 거래 구체화
이번 COP26의 대표적인 성과를 요약하면 ① 석탄발전의 단계적 감축 합의, ② 선진국의 기후변화 적응재원 확대, ③ 국제 탄소시장 지침 채택, ④ 국가온실가스목표(NDC) 재점검, ⑤삼림 보호 및 메탄 감축 서약 등이 꼽힌다.

당사국들은 탄소저감장치가 없는 석탄발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비효율적인 화석연료 보조금을 중단하기 위한 노력을 가속화하기로 합의했다. COP 합의문에 ‘석탄(Coal)’과 ‘화석연료(fossil fuel)’를 최초로 명시한 것이 주목할 만한 성과로 꼽힌다. 그동안 화석연료가 온실가스의 주범으로 여겨짐에도 역대 COP 공식문서에 포함되지 못했다. 이유는 역시나 각국의 경제 논리 때문이었다. 전 세계 화석연료 생산 기업의 절반 이상을 정부가 소유하고 있다. 더 나아가 화석연료 생산을 줄일 경우 에너지 가격 및 글로벌 경제에 미칠 파장이 크기 때문에 197개 당사국이 모두 합의하는 결정문에 석탄과 화석연료를 명시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COP26에서는 국제 사회 및 환경 단체들의 거센 압박과 당사국들의 행동을 실질적으로 촉구하기 위해 이 단어들이 결정문에 최초로 포함됐다.

앞서 선진국들은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COP16에서 개발도상국들의 기후변화 적응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2020년까지 매년 1000억 달러를 기금으로 조성하기로 합의했으나, 목표치엔 크게 미달했다. 이번 COP26에선 COP16에서 합의된 적응기금 조성을 2025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동시에 2025년까지 2019년 대비 최소 두 배 이상으로 적응기금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당사국들은 2025년 이후 신규 재원 조성에 관해서는 2024년 목표액을 확정하고, 이를 위한 기술전문가 회의 및 고위급 장관회의를 2022~2024년에 개최하기로 했다.


COP26에서는 6년간 치열한 협상을 진행했던 국제 탄소시장 지침을 타결해 2015년 채택된 파리협정의 세부이행 규칙(Paris Rulebook)을 완성했다. 국가간 온실가스 배출권을 거래하는 탄소배출권 시장에 투명하고 통일된 국제 규범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이번 합의에선 특히 쟁점이었던 탄소배출 감축분이 거래국가 양쪽에 모두 반영되는 '이중계상'을 막는 상응조정 방안이 마련됐다. 선진국이 개도국에서 탄소 저감 사업을 할 경우 어느 국가의 탄소감축 실적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갈등이 있었고, 양쪽 국가 모두의 실적으로 인정하면 이중계상의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나 이번 합의에선 사업지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사업자가 국외로 이전하거나 사용하면 사업지 국가의 감축 실적은 인정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예를 들어 기업이 해외에서 녹색사업을 통해 탄소 배출 감축을 인정받아 배출권을 확보해 매각한 경우 사업지 국가는 배출권을 확보할 수 없다. 다만 상응조정 방법론의 정교화와 사업 감독관리 체계 마련 등 후속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제 탄소시장이 작동하기까지는 일정기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COP26에서는 파리협정에서 명시한 2100년 지구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대비 1.5도 이내로 제한하는 목표를 재천명했다.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각국이 기존에 제출했던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강화해 2022년 다시 제출하기로 합의했다. 국제기후변화 대응 기구인 ‘기후행동추적(Climate Action Tracker)’은 각국의 2030년 NDC를 종합해 보면 2100년 지구 온도는 산업화 대비 2.4도 가량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COP26에서는 2030년까지 산림훼손 행위를 중단하고 훼손된 산림을 복원하기로 한 '산림·토지 이용 선언'에 100여개 국가가 동참했으며, 2030년까지 메탄 배출량을 2018년 대비 30% 감축하는 ‘국제 메탄 서약’에도 100여개 국가가 가입했다. 우리나라도 산림·토지 이용 선언과 국제 메탄 서약에 모두 참여했다.
규제와 정책을 앞서가는 투자자와 민간 기업들
일부 성과에도 불구하고 COP26은 여전히 국가 간 이해관계가 얽힌 핵심 쟁점사항과 관련한 숙제를 남겼다. 먼저 탄소중립 달성 시점을 놓고 국가 간 의견 차가 뚜렷했다. 미국, 유럽, 한국, 일본의 경우 탄소중립 달성 시점을 2050년으로 제시했으나, 중국과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는 2060년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인도는 COP26 기간 중 탄소중립 달성 시점을 2070년으로 발표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과거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했으나 중국, 인도, 러시아는 속도와 접근방식에서 차이를 보였다.

발전 연료와 관련해서도 COP26 결정문 초안에 선진국은 2030년까지, 개도국은 2040년까지 석탄발전을 단계적으로 폐지(phase out)하기로 하는 안이 담겼으나 최종 결정문엔 ‘탄소 저감 장치가 없는’, ‘비효율적인’ 등의 단서가 추가됐다. 게다가 인도와 중국의 반대로 단계적 감축으로(phase down)으로 문구가 완화되면서 의미가 퇴색됐다.

선진국이 조성하기로 한 적응기금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재원을 조달할 지는 합의되지 않았다. 개도국이 요구하는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보상에 대한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국제 메탄 서약에서도 주요 메탄 배출국인 중국, 인도, 러시아, 호주는 서명하지 않았다. 2040년까지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중단한다는 협약에는 주요 자동차 생산국인 미국, 중국, 독일이 모두 동참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결과에 대해 알록 샤르마 COP26 의장은 "실망을 이해하지만 합의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위태로운 승리이며 1.5도라는 목표(지구 온도 상승폭 제한 목표)는 살아있지만 맥박이 약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국가 간 합의서 각 국의 정치적·경제적 이해관계 대립으로 다소 아쉬움을 남겼으나, 투자자와 기업들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기 위해 COP26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COP26에는 정부부처 관계자뿐만 아니라 글로벌 투자자, 금융, 민간 부문 산업계 리더들이 대거 모여들었다. 빌 게이츠는 "이번 회의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뚜렷한 기후 대책을 내세우고 있어 의미가 컸다"고 진단했다. 다른 기업들도 대체로 COP26이 기업 경영의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450여개 글로벌 주요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탄소중립을 위한 글래스고 금융연합(GFANZ)'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신기술 투자와 기업·금융기관 개혁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전망이다. GFANZ 참여 구성원들의 총 자산은 130조 달러에 달한다. 친환경 전환을 추진하는 기업들에겐 새로운 자금 조달 기회가 열리고 대규모 투자를 촉발시킬 가능성이 있다.

COP26에선 전 세계 투자자들과 기업들이 요구한 국제 탄소 가격 정책을 구체화하는 데 한발 더 나아감으로서 새로운 무역질서의 기틀이 마련됐다. 기업들은 글로벌 표준 가격을 통해 탄소 관련 자산의 가치를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는 기업이 기후문제와 관련된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국제회계기준재단(IFRS)은 이번 COP26을 통해 지속가능성 표준위원회(ISSB) 출범을 공식화했다. ISSB는 내년 하반기에 전 세계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표준을 공개할 예정이다. 글로벌 표준이 정립되면 ESG 평가가 더욱 정교해지고, 그만큼 ESG 투자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COP26의 논의 과정에서 나타난 것과 같이 국제 공조를 통한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방향성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국가 간 실리와 이해관계에 따라 속도와 접근방식에 차이가 있다. 많은 기업들은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ESG 경영과 탄소중립 전략을 수립하느라 분주하다. 기업들은 획일화된 비즈니스 전략을 추구하기보다는 COP26의 결과를 반추해 국가별, 산업별, 시장별로 차별화되고 세분화된 마켓 인텔리전스(Market Intelligence)를 강화해야 하며, 기업별 맞춤형 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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