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으면 5분 만에 빠지는 선율, 말러의 '아다지에토' [오현우의 명곡한잔]

입력 2021-12-02 14:27   수정 2021-12-02 15:04

코로나19가 확산한 후 마음 속 응어리가 진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오감이 통제되는 나날이 계속된 까닭입니다. 마스크 탓에 향기를 느끼기도 쉽지 않고, 손에 소독제를 바르는 탓에 촉각을 느끼기도 어렵습니다. 유일하게 자유로운 감각은 청각. 이제 음악은 취미가 아니라 정신건강을 위한 생필품처럼 여겨집니다.

'명곡 한잔'은 귀로 탐닉하는 예술을 담아냅니다. 마스크를 벗기 망설여지는 시간 속에서 커피 한잔처럼 여유를 주고, 소주 한잔 같이 위로가 되어주는 명곡들을 소개합니다.
5분만 들어도 홀딱 반할 명곡, 말러의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

지난 7월 미국 뉴욕타임즈에선 흥미로운 음악 기사가 실렸습니다. 5분만 들어도 홀딱 반할 음악들을 소개하는 글이었습니다. 미국 유명작가인 대릴 핑크니는 11분 길이의 곡을 소개합니다. 바로 구스타프 말러가 쓴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입니다.

곡에선 서정적인 현악기 선율이 거센 파도처럼 밀려옵니다. 굳세면서도 처연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요. 때문에 죽음을 맞이한 이들을 위로하는 곡으로 유명합니다. 1968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동생 로버트 케네디 상원의원이 암살당한 뒤 열린 장례식에서 레너드 번스타인이 뉴욕필하모닉을 이끌고 아다지에토를 연주했습니다. 독일 지휘자 크리스토프 에센바흐도 2005년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기리며 필라델피아필하모닉과 연주했습니다.

말러가 원래 추모곡으로 쓴 건 아닙니다. 오히려 애정이 듬뿍 담긴 악장입니다. 말러는 1901년 장출혈을 앓았습니다. 1년을 요양하며 죽을 고비를 넘긴 그는 얼마 후 19세 연하인 알마 쉰들러와 사랑에 빠집니다. 이듬해 알마와 결혼하고서 쓴 곡이 교향곡 5번입니다. 악보에 적힌 지시문에서도 애정이 엿보입니다. '표현력있게', '영혼을 담아', '진심 어린 감정으로' 등이 적혀있습니다.
파멸의 미학을 담은 영화 '베니스에서의 죽음'에 흐르는 '아다지에토'

교향곡 5번의 다섯 악장 중에서 한 악장이 유독 인기를 끈 이유는 뭐였을까요. 1971년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이 제작한 '베니스에서의 죽음'이 한 몫합니다. 퇴폐적인 분위기와 탐미적인 영상미로 유명한 작품입니다.

줄거리가 도발적입니다. 심장병을 앓고 있는 작곡가 구스타프 아센바흐는 요양을 위해 방문한 베니스에서 미소년 타지오를 보고 첫 눈에 반합니다. 금기된 사랑과 죄의식 그리고 연정에 사로잡힌 구스타프는 방황합니다. 혼란에 빠진 그는 결국 사망합니다. 죽음의 문턱에 놓인 그를 비출 때 아다지에토가 흘러 나옵니다.


안타깝게도 지난해부터 아다지에토 연주를 실제로 들어볼 순 없었습니다. 연주하려면 현악기 연주자를 최소 20명 이상 동원해야 하는 대규모 교향곡이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때문에 무대 위에서도 거리를 둬야하는 지금 상황에 적합한 곡은 아닙니다.


아쉬운 마음을 편곡된 음악으로 달래보는 건 어떨까요. 거장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는 2018년에 음반 '아다지에토'를 내며 이 곡을 첼로로 편곡했습니다. 클래식 기타리스트 박규희도 지난해 데뷔 10주년 기념음반에서 기타로 바꿔 연주했습니다. 2016년 팬텀싱어의 우승팀 '포르테 디 콰트로'는 2집 '클라시카'를 내며 아다지에토에 노랫말을 붙여 '신기루'란 곡을 냈습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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