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포스코케미칼은 지난 2일 양극재 합작사를 세워 북미지역에 대규모 생산공장을 건립한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 회사가 아니라 배터리 소재 기업과 합작사를 설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많은 완성차 기업이 배터리 내재화를 목표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완성차 기업과 소재 기업 간 합종연횡은 이제 시작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오랜 연구개발(R&D)과 노하우가 중요한 소재는 쉽게 내재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완성차 기업들이 소재 기업에 러브콜을 보내는 일이 잦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배경이다. 주요 양극재 대장주인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이튿날인 지난 3일 5.9% 상승하며 그동안의 하락폭을 만회했다.
과거에도 소재 기업은 기술만 있으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소재 기업은 한 번 산업 생태계가 열리면 그 성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소재 기업들은 유독 높은 밸류에이션을 인정받지 못했다. 중소업체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정성한 신한자산운용 알파운용센터장은 “100년 역사를 가진 일본 소재 기업들과 달리 한국엔 ‘원천 특허’가 없었고, 일본에서 핵심 소재나 기술을 들여와 가공하는 ‘가공 회사’란 인식이 지배적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한국의 중소기업과 소재 기업들은 그린 소재로 새로운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최근 가장 주목받은 건 배터리 양극재 기업이다.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의 12개월 선행 PER은 각각 66~67배 수준이다. 최근 테슬라가 NCM(니켈 코발트 망간) 배터리보다 가격이 싼 LFP(리튬 인산 철) 배터리를 장착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주가가 한 차례 조정을 거치기도 했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배터리 소재는 증설을 통해 성장이 계속되는 업종”이라며 “국내 배터리 3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배터리 후발주자가 등장한 데다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사업에 뛰어드는 것도 호재”라고 설명했다. 내년에도 소재 기업들의 해외 증설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수급의 움직임에 따라 올해 연말까지는 주가가 비싼 그린 소재 기업들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국면”이라며 “하지만 증설을 통한 구조적 성장이 예정돼 있는 만큼 내년에 다시 한번 사이클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배터리 소재 기업들의 주가 급락은 오히려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2차전지 밸류체인은 북미 시장 진출이 가속화되면서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받을 전망”이라며 “북미와 유럽 전기차 기업들이 생산 목표를 상향 조정하면서 업체들의 이익 전망치도 지속적으로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주목할 만한 배터리 소재 기업으로 미래에셋은 에코프로비엠과 엘앤에프, NH투자증권은 동화기업, 하이투자증권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 에코프로비엠, 한솔케미칼, 솔루스첨단소재, 나노신소재, 대주전자재료 등을 꼽았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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