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출신인 내가 한국 핀테크 스타트업 팀장이 되기까지 [I LOVE K-START UP]

입력 2021-12-21 09:41   수정 2021-12-21 11:57

[한경잡앤조이=센트비 제샤 팀장] 살다보면 내가 원하는 걸 항상 가질 수는 없지만 필요한 것은 반드시 얻게 된다. 10년 전, 언젠가 UN 같은 국제 기구에서 일하겠다는 꿈을 품고 석사학위를 따기 위해 한국에 도착했다. 막 대학을 졸업한 나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한국인 학생들에게 영어 문법과 어휘를 가르치면서 한국 문화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고, 그때부터 재미삼아 한글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2년 후, 한국외대 대학원에서 국제 개발 석사가 된 나는 그렇게 꿈꾸던 UN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게 되었지만 동시에 현실적으로 그곳은 더 높은 학위를 가지고도 정규직이 되기 어려운 곳이라는 걸 알았다. 그 때 난 만약 고향을 떠나 해외에서 일을 계속하게 된다면, 다른 이들의 삶에 도움되는 기업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한국 기업인 ‘센트비’에 입사했다.

처음엔 필리핀 고객 지원 담당자로 일을 시작했다. 이곳 저곳에서 오는 전화를 받고, 고객들의 문제를 해결했다. 반복되는 업무에 때로는 지치기도 했지만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이 이 서비스로 편리함을 누리는 걸 보니 나 뿐만 아니라 내가 속해 있는 회사까지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2년 동안 필리핀 시장에 대한 총 책임자로서 다양한 콘텐츠와 프로모션을 기획하고 실행했다.




모든 구성원들의 노력 끝에 회사가 성장하면서 나는 모든 서비스 국가를 관리하는 고객 경험 관리팀(Customer eXperience, 이하 CX팀)의 리드로 임명됐다. 한국인을 포함한 40여명의 다국적 직원들로 이루어진 이 조직을 관리하는 역할 뿐 아니라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더욱 경쟁력 있고, 세상에 이로운 서비스로 만드는 일을 맡게 된 것이다.

지난 2년간 이 팀을 이끌며 다국적 팀에서 일하는 것은 아주 즐거운 일이자 그만큼 어려운 도전임을 알게 되었다. 앱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서 CX팀은 최전선에서 고객들로부터 가장 먼저 서비스에 대한 반응과 불평, 개선할 부분에 대한 제안을 받는다. 새로운 서비스 기능이 출시되면 우리는 이 기능이 고객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아니면 그 반대로 혼란만 초래하는지 가장 먼저 알게 된다. 더불어 다양한 국적의 고객들이 우리 서비스를 바라보는 방식과 그들의 의견을 듣고 서비스의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

일례로 최근 한국인 팀원과 인도네시아 팀원이 함께 인도네시아 서비스를 개선한 적이 있다. 서비스 초기에 센트비는 인도네시아에서 비교적 덜 알려진 현지 은행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었는데, 이 때문에 가상계좌에 입금하는 기능이 한국인과 인도네시아인 모두에게 어려울 수 있었다. 양국 고객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우리는 문제 상황을 명확하게 분석했고 그 결과 고객이 더 쉽게 입금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서비스에 반영했다.

팀리더로서 다양한 배경의 고객들로부터 의견을 듣는다는 것은 고객의 만족을 끌어내면서도 이와 동시에 회사의 수익과 실행 가능성을 함께 고려하며 그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고객에게 가장 저렴한 수수료를 제공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회사 매출, 수익에 영향을 미친다. CX팀은 고객의 수많은 의견을 직접 듣고 있지만 이를 회사의 상황 및 방향성과 함께 고려하여 어떤 피드백을 우선순위에 둘 것인지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늘 어렵다.

또한, 다국적으로 이루어진 조직을 이끌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는 점은, 우리 각자가 다른 삶을 살아온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지만 고객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해야한다는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CX팀원들을 한 명 한 명씩 보면, 고객을 돕는 일에 얼마나 진실하고 열정적인지 금방 느낄 수 있다. 물론 문화적 차이나 업무 방식의 차이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조금씩 다르고 방향성도 다를 때도 있다. 어떤 이는 탑다운 (top-down) 관리 방식을 선호하며 정해진 규칙과 프로토콜을 기쁘게 따르지만, 어떤 이는 좀 더 느긋하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고객과 소통하고 현지 오프라인 커뮤니티와 관계를 쌓아가며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

리더로서 나는 이런 차이점을 최대한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다양한 종류의 문화와 업무처리 방식에 대해 마음을 열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돈’과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특히 17개의 다양한 언어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우리 팀은 모두가 따라야 할 가이드와 프로토콜이 있다고 믿는다. 고객 응대 답변이나 처리 과정을 모두가 만족할만한 방향으로 규격화하고 통일하는 것은 늘 도전이다. 그런 의사결정이 필요할 때 나는 우리 팀이 조금 더 일을 해야 하는 방향이더라도, 고객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른다.

돌이켜보면 비록 지금 나의 일이 한국에 처음 왔을 때의 꿈처럼 개발도상국 커뮤니티를 직접 돕는다거나 개발 원조 정책을 논의하는 일은 아니지만, 한편으로 센트비를 통해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을 돕고 있다고 느낀다. 한국에서 열심히 번 돈을 좀 더 쉽고 빠르게, 비용을 효율적으로 절감하며 자국으로 송금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의 삶은 조금씩 나아질 수 있다. 난 언제나 다른 이들의 삶을 돕기 위해 국제 개발 분야에서 일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여기 핀테크 기업의 고객경험관리팀 리더로서 일하고 있는 내 자신이 이미 그 꿈을 이루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제샤는 한국외대 국제개발 대학원을 졸업하고, UN 인턴 후 한국에서 마케터로 일을 시작했다. 이후 필리핀 지역과 글로벌 CS 매니저, 마케터를 거쳐 서비스 전반에 고객 경험이 중요함을 깨닫고, 센트비에서 고객경험 (CX)팀을 이끌며 한국에 사는 외국인 고객의 서비스 경험 향상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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