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꼬리 처지고, 팔다리 힘 빠지면 뇌졸중 징후…3시간이 '골든타임' [이선아 기자의 생생헬스]

입력 2021-12-24 17:09   수정 2021-12-31 17:42

사람의 뇌에 있는 신경세포는 약 1000억 개다. 신경세포들은 끊임없이 서로 전기화학신호를 주고받으며 기억, 사고, 학습 등 인지기능과 운동기능을 수행한다. 이같은 뇌 신경세포가 단기간에 손상되면 어떻게 될까. 기억력이 떨어지고 언어, 운동능력이 감소하는 것은 물론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바로 ‘뇌졸중’이다.


뇌 안의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생기는 뇌졸중이 발병하면 1분당 190만 개의 신경세포가 손상된다. 매년 세계적으로 1500만 명이 새롭게 뇌졸중에 걸린다. 사망률은 혈관질환에 이어 2위다. 그만큼 흔하면서도 사망 위험이 높다. 특히 혈관이 수축하는 추운 겨울철에는 뇌졸중 환자가 많이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입꼬리 한 쪽이 잘 올라가지 않고,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등 초기증상이 나타나면 3~4시간의 ‘골든타임’ 안에 치료를 받아야 사망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한다. 뇌졸중은 왜 발병하는지, 증상이 나타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어떻게 치료하고 예방할 수 있는지 살펴봤다.
막히면 뇌경색, 터지면 뇌출혈
뇌졸중은 뇌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뇌 기능이 떨어지는 병이다. 한의학에서는 바람에 맞은 것처럼 갑자기 발병하고 빠르게 악화된다는 뜻에서 ‘중풍(中風)’으로도 불린다. 뇌졸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뇌 안의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뇌경색(허혈성 뇌졸중)’, 혈관이 터지면서 피가 고이면 ‘뇌출혈(출혈성 뇌졸중)’이다. 보통 뇌경색이 전체 뇌졸중 환자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웃을 때 입꼬리 한 쪽이 올라가지 않는 ‘안면 마비’가 뇌경색의 대표적 증상이다. 혈류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운동기능이나 감각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양팔을 들었을 때 한 쪽이 힘이 빠져서 들기 어렵거나, 저리고 마비되는 듯한 느낌이 들면 뇌경색을 의심해야 한다. 만약 언어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혈관이 막히면 말이 어눌해지거나 다른 사람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증상도 나타난다. 혈액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머리가 맑지 않고 멍하거나, 고개를 위로 들었을 때 어지러움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증상이 수십 분 동안 지속되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미니 뇌졸중’이라고 불리는 일과성 뇌허혈 발작이다. 증상이 일시적이기 때문에 병원에 가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어보면 뇌경색이 진행되고 있는 환자가 절반가량이다. 증상이 처음 나타난 후 이틀 이내 뇌경색이 본격적으로 발병할 위험도 높다. 박정현 고신대복음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경색은 비교적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만 이를 만성 피로, 단순 노화에 의한 증상으로 생각하고 방치하다가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쳐 심각한 장애를 입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우울증·스트레스 뇌졸중 위험 높여
뇌경색은 심장박동 속도가 정상 범위에서 벗어나는 부정맥과 관련이 있다. 대표적 부정맥 질환인 심방세동은 심장박동이 매우 빠르게 뛰거나 불규칙하게 뛰는 것이다. 심방에서 심실로 혈액이 모이면, 심실이 온 몸의 장기로 혈액을 보낸다. 심방세동이 나타나면 혈류장애가 일어나면서 혈전(혈액 덩어리)이 만들어진다. 혈전이 많아질수록 혈관이 막힐 가능성이 커진다. 심방세동 환자는 뇌졸중 발병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5배 높다는 보고도 있다.

당뇨, 고지혈증 등 혈관과 관련된 병을 앓고 있거나 심근경색 등 심장질환이 있는 환자도 뇌경색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 뇌경색은 심장에서 뇌로 가는 혈관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울증과 만성 스트레스가 있으면 심박수가 불규칙해지고, 심장으로 가는 혈액이 감소하면서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혈관이 아예 터지는 뇌출혈은 고혈압 환자에게서 자주 발병한다. 혈압이 높아지면서 뇌혈관의 약한 부분이 터지기 때문이다. 흡연을 하거나 항응고제, 항혈소판제를 복용하는 경우에도 뇌출혈 위험이 높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겨울철이나 무더운 여름철에 뇌졸중 환자가 많이 발생한다. 날씨가 추워지면 몸 안의 혈관이 수축한다. 이에 따라 혈압이 상승하면서 뇌졸중이 발병하기 쉬운 조건이 갖춰진다. 반대로 여름철에는 혈관이 확장되면서 혈압이 낮아진다. 하지만 땀을 많이 흘리면서 탈수 현상이 일어나는 탓에 혈관이 서로 달라붙는 협착이 일어나기 쉬워진다. 지난해 월별 뇌졸중 환자 수를 살펴보면 12~1월, 6~7월에는 다른 때보다 최대 1만 명가량 환자가 많았다.
가볍게 생각하다 ‘골든타임’ 놓쳐
뇌졸중 치료는 ‘시간이 생명’이다. 치료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망 위험이 높아지고, 후유증이 남을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초기 증상을 가볍게 생각하다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대한뇌졸중학회에 따르면 증상 발생 후 3시간 이내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 비율이 전체의 42%에 그쳤다. 질병관리청이 시행한 조사에선 뇌졸중 조기 증상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이 61.7%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이 뇌졸중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F.A.S.T’를 강조하는 배경이다. ‘안면마비(Face), 한쪽 팔 마비(Arm), 어눌해지는 말소리(Speech)가 나타나면 지체하지 말고 즉시 119에 신고(Time)하라’는 의미다. 조병래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과 교수는 “아무리 의술이 발달했어도 뇌졸중 증상 발현 후 3~4.5시간이 지나면 회복이 어렵다”며 “이상 증상을 느끼면 지체하지 말고 신속하게 병원에 가고, 몸을 가누기 힘들 땐 119에 연락하거나 주변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방세동이 있는 환자는 연속 심전도 검사를 통해 뇌졸중을 예방할 수 있다. 심방세동 환자의 3분의 1은 무증상이다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에야 진단받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윤창환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장기 연속 심전도 검사가 부정맥 환자들에게 뇌졸중과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는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고혈압 환자는 칼륨 섭취로 예방
뇌졸중은 혈관 상태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진다. 혈관이 막혀서 생기는 뇌경색이라면 혈전용해제를 투여해 덩어리진 혈액을 녹이는 ‘정맥혈전용해술’을 쓸 수 있다. 혈관주사만 놓으면 되기 때문에 비교적 수월하다. 다만 이 방법을 사용하려면 증상이 처음 나타난 후 3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해야 한다. 정맥혈전용해술을 쓸 수 없는 상황이면 카테터 등을 이용해 뇌동맥 내 혈전을 직접 제거해서 혈액이 통과할 수 있는 길을 뚫어줘야 한다.

혈관이 터져서 출혈이 생기는 뇌출혈의 경우 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먼저 혈관이 터진 위치, 모양, 크기 등을 확인하기 위해 컴퓨터단층촬영(CT)을 활용한 혈관조영술 등을 시행한다. 출혈량이 많거나 뇌압이 지나치게 높으면 두개골을 열어야 한다. 만약 뇌 동맥벽이 터지는 ‘뇌동맥류’라면 백금 코일을 넣어서 출혈을 막는 코일색전술 등을 시행할 수 있다.

뇌졸중을 예방하려면 금연은 필수다. 혈관을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특히 뇌졸중 위험을 높이는 고혈압을 앓고 있다면 평소 음식을 싱겁게 먹고, 칼륨이 많은 부추, 상추, 당근, 감자 등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수영, 빠르게 걷기, 조깅 등 유산소운동을 하루 30분 정도 매일 꾸준히 하는 것도 혈압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만약 주변에 갑자기 뇌출혈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있다면 의료진이 도착할 때까지 올바른 자세로 눕혀 두고 가만히 놔둬야 한다. 혈액순환을 돕기 위해 손과 다리를 주물러주는 건 오히려 자극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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