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심화되는 미·중 패권전쟁…중국인, 미국 어떻게 볼까 [더 머니이스트-조평규의 중국인 본색]

입력 2022-01-09 07:37   수정 2022-01-09 17:50


중국인들은 미국이 전세계에서 종합적인 실력이 가장 높고, 과학기술이 가장 발달한 유일한 초강대국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미국을 제외하고는 다른 나라를 높게 평가하지 않습니다. 선진국이라는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등도 중국에는 별것 아닌 나라로 인식합니다. 물론 하찮게 보기는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미·중 갈등 관계는 상당히 오래갈 가능성이 큽니다. 대립과 갈등이 오래가면 갈수록, 세계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이 군사적으로 중국을 포위하는 전략도 강화되고 있어, 남중국해나 대만해협 등 약한 고리 주변에서 국지적인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점차 고조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을 압박하는 행정명령이나 법안을 지속해서 제정하고 있습니다. 주도적으로 글로벌 가치 사슬의 공급망을 차단하는 조치와 동계올림픽 보이콧, 미 재무부의 블랙리스트 작성, 기술과 수출 제재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는 현상은 연초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미(對美), 중국인 본색
중국은 미국에 대비하기 위해 내부 단결을 강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의 '역사결의'도 서방세계와 대적하기 위한 이념적 내부 단속의 하나로 보입니다. 전제주의적인 정부는 대외적인 위협에 힘으로써 대응하는 속성이 있습니다. 중국의 행동에 따라 세계 질서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중국은 영화 '장진호'(長津湖)를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습니다. 장진호 전투는 6·25전쟁 때 함경남도 장진군 일대에서 벌어진 미국 제1해병사단을 주축으로 한 유엔군이 중공군 제9병단에 속한 3개 군단과 벌인 전투에서, 유엔군 1만7000여명의 사상자와 중공군 4만80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장진호 전투는 진주만 피습 이후 미군이 겪은 최악의 패전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영화 장진호는 미·중 갈등이 깊어가는 가운데 작년 중국공산당 100주년을 기념하는 시점에 상영됐습니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중국이 미국을 이겼다는 주제를 바탕으로, 반미정서를 고조시키고, 애국심을 자극하는 프로파간다 영화입니다. 3명의 유명 감독이 참여했으며, 제작비만 해도 2억 달러에 달합니다. 중공 공산당 당원은 거의 의무적으로 관람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경제전문가들은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 중국이 미국을 이미 넘어섰다고 주장합니다. 미국에는 없고 중국에 있는 엄청난 규모의 지하경제를 고려하면 일견 그들의 주장이 과장만은 아닌 듯합니다. 중국은 2030년 국내총생산(GDP) 총액이 미국을 넘어서는 '골든크로스'를 달성할 때까지, 미소 속에 칼을 감출 것(笑裏藏刀)이 명백해 보입니다.

중국인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속과 경제적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미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함에도 글로벌 질서를 파괴하는 역주행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백신은 코로나19 극복의 희망이지만,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들이 자신의 수요를 훨씬 초과해 사재기하고 있다는 겁니다. 선진국과 개도국 간 '면역 갭'은 확대를 조장하고 있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은 미국의 바이든 정부 출범 직후부터 이른바 홍콩의 민주주의 후퇴, 신장웨이우얼자치구 인권탄압, 티베트 독립 문제 등으로 공격, 먹칠,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수법으로 중국 내정 문제를 가지고 국제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인권과 인종차별 문제는 중국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선전합니다. 대개의 중국인은 중국 정부의 시각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미국은 자기들이 만든 불황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달러 프린트를 가지고 있다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돈을 마구 찍어 물타기 함으로써, 책임을 국제사회에 전가하는 도덕적 해이를 저지르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나아가 미국은 스스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나라라고 말하지만, 소득 불평등이 극심한 황금만능주의 사회로, 중국의 사회주의 체제보다 못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은 미국이 군비 예산을 대폭 증액하고 군사력을 증강해 위협을 가함으로써 국제평화를 해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태평양 억제 계획'(PDI) 과 '대(對)대만 정책' 그리고 인도·태평양 전략의 버팀목이자 대중(對中) 봉쇄 전략의 주요 도구인 '쿼드'(QUAD)도 중국에 대한 도발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中, 패권싸움서 이기면…한반도 전체에 영향력 행사할수도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 중국은 세계 경제 회복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트럼프 정부의 대중(對中) 포위·억제 전략을 승계 유지하면서, 중국에 맞서기 위해 동맹국들을 끌어들이는 패권주의 행태를 보인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지속해서 전방위적으로 중국 국제 정치와 경제를 압박 한다면, 중국은 고립을 면하지 못하고, 경제는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미·중 갈등으로 중국 내수 소비가 위축될 경우, 시(習) 주석의 공동부유(共同富裕)라는 국가 과제를 달성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실용주의를 요구하는 민초들의 압력으로 정치적인 어려움에 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중의 통화정책은 최근 정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미국은 인플레를 막으려고 기준금리인상과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를 선언하고, 중국은 경기둔화를 막기 위해 금리 인하와 양적완화를 단행하고 있습니다. 양대 강국에 의한 금융정책의 탈동조화(디커플링) 현상이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어,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의 위안화 약세를 중국 정부가 통제하지 못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예상됩니다.

2017년 4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라고 말한 것은, 중국이 한국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입니다. 중국이 미국과의 패권 전쟁에서 승리할 경우, 북한은 물론 한반도 전체에 대한 중국이 독점적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것은 뻔한 일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미·중 관계에서 중국인의 대미(對美)관을 알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중국은 '한미동맹'을 들어 우리를 미국 편이라고 인식합니다. 미국의 배경이 없다면, 중국은 우리에게 엄청난 정치 경제적 압박을 가해올 것이 확실합니다. 전제주의 국가는 약하게 보이는 국가에게는 냉혹한 것이 그들의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중국인의 본색을 날카롭게 바라보는 시각을 가져야겠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조평규 중국연달그룹 수석부회장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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