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금리인상 '비상'…"분산 관리만이 살 길" [더 머니이스트-하박사의 쉬운 펀드]

입력 2022-01-12 09:30   수정 2022-01-12 10:57

2022년 새해가 시작됐습니다. 필자는 매일 아침 6시에 회사가 있는 건물의 헬스장에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매년 그렇지만 연초에는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평소보다 20~30%가량 늘어납니다. 자산관리의 관심도 마찬가지입니다. 1월이 시작되면서 올 한해는 어떻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어느 자산에 무게를 더 주면 좋을지에 대한 문의가 많습니다.

"올해 글로벌 경제 성장률은 둔화될 것이고 유동성 긴축, 금리 상승으로 인한 경제주체 부담은 늘어납니다. 이에 따라 보수적 자산 운용이 필요합니다."제 답변은 이렇습니다.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이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이에 따른 금리 인상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적당한 물가 상승, 즉 인플레이션은 경제에 긍정적이지만 빠른 속도로 올라가면 나쁜 영향이 나타납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자산매입 축소를 작년 11월 결정한 이후 정책금리 인상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Fed는 금리를 결정할 때 물가와 고용지표 두 가지를 확인하는데, 물가는 1982년 이후 작년 11월 6.8%로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고용 실업율도 조금씩 떨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5일 공개된 작년 1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인플레이션을 조절하기 위해 금리인상과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양적 긴축 등의 조치가 시장의 예상보다 빨리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에 글로벌 주식시장은 급락세를 보였습니다.

최근 글로벌 경제는 통제하기 힘든 물가 인상(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미 한국은 작년 하반기 금리를 먼저 올렸고 올해도 3차례 정도 금리인상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올해 3월부터 첫번째 금리인상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와의 관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인플레이션은 물건의 가격이 계속해서 상승하는 것을 말합니다. 인플레이션은 꼭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아닙니다. 경제환경에 따라 의미가 달라집니다.

먼저 '좋은 인플레이션'은 경기호황에 따른 수요증가→상품가격 상승→기업실적 호전→ 직원소득 증가, 가계소비 증가→ 기업생산 확충, 공장 증설, 직원 채용→소비 증가→물가 상승 등 순으로 나타납니다.

'나쁜 인플레이션'의 경우 경기불황, 원자재 가격 폭등→상품가격 상승→소비 축소→ 기업실적 하락→ 직원소득 감소, 가계소비 감소→기업생산 축소→ 원가상승으로 물가 상승 순입니다.

경기가 호황이어서 소득 및 수요가 증가하고 제품의 가격상승으로 인해 물가가 올라가는 인플레이션은 선순환의 인플레이션 즉, 좋은 인플레이션입니다. 반면 경기가 불황이고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이유로 물가가 오르는 인플레이션은 수요를 만들지 못하고 소비를 축소시키는 나쁜 인플레이션이 됩니다.

물가가 오르는 속도 만큼 비례해서 소득이 오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빠른 속도로 인플레이션이 되면 가계경제가 살아가는 것이 팍팍해집니다. 한 달 동안 의식주를 해결하는 데 200만원의 비용이 들었는데, 물가 상승으로 소요비용이 300만원으로 늘어나는 경우 소득이 그만큼 올라가지 않으면 소비를 줄이거나 돈을 빌려서 충당해 살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급격한 인플레이션 즉 물가상승은 경제환경을 흐린 날씨로 만듭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재화와 인력의 국가간 이동이 장기간 제한되면서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발생했습니다. 이로 인해 물가가 올랐고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도 한 몫해 당분간 인플레이션 상승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물가를 잡기 위한 방법 중 가장 효과가 크고 빠른 방법이 금리를 올리는 것입니다. 금리 인상으로 시중에 유통되는 돈의 양이 줄어야 돈의 가치가 올라가고 상대적으로 물가가 내려갑니다. 그래서 정부 입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기 위하여 금리를 올리고 통화량을 줄이는 긴축정책을 써야 합니다.

금리를 올리면 물가를 잡는 데는 직접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통화량도 동시에 줄이는 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금리상승은 가계부채의 부담을 동시에 늘게 만들어서 소비가 어려워집니다. 시장에 돈의 공급이 줄어들고 순환이 잘 되지 않으면 경기침체가 따라오기 때문입니다.

필자가 우려하는 부분은 이러한 정책의 대응 방향이 아니라 속도입니다. 시장 참여자 모두가 금리인상을 예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데,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빠르게 금리가 오른다면 주식시장과 자산시장에 예상보다 큰 충격이 옵니다.

바다에서 파도를 타는 서퍼가 2미터의 파도가 1분 간격으로 오는 것을 예상해서 훈련하고 멋지게 파도타기를 준비하고 있는데, 갑자기 5미터의 파도가 예고 없이 닥치게 되면 생명을 잃을 수 있는 큰 충격과 위험이 됩니다.

결국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금리인상이라는 카드를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돈의 공급이 줄어들고 돈의 흐름도 원활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혈액이 잘 돌지 않고 일시적이라도 흐름이 멈춰버리면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가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경제도 돈의 흐름이 제대로 흐르지 않거나 막혀버리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IMF 때가 그랬고, 2008년 금융위기 때가 그랬습니다.

올해 연초부터 스타벅스 커피값의 인상소식과 장바구니 물가 상승은 가계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체감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무한정 제공됐던 유동성이 줄어들고 금리인상으로 소비가 위축되고 경기둔화가 예상됩니다. 반면 코로나 변이인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낮다는 발표가 꾸준히 나오고 있고, 글로벌 물류가 정상화될 것이라는 희망이 실현된다면 견조한 경기상승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계란을 한바구니에 담지 마라는 증시 격언이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 바구니에 담은 계란이 한 선반에 같이 있어서 그 선반이 흔들린다면 계란은 모두 깨지게 됩니다. 따라서 계란을 선반에도 두고, 냉장고에도 두고, 창고에도 두고 그렇게 분산 관리해야 한 곳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버틸 수 있습니다.



자산가격의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수요 공급입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으로 경제에 돈의 공급이 원할하지 않고, 경기 부진으로 수요 또한 증가할 가능성이 낮습니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내용들은 시장 참여자 모두 이미 인지한 내용이고 상당부분 시장가격에 반영돼 있습니다.

시장은 항상 우리가 예상한 대로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시장을 보수적으로 예상하고 대비하지만, 호전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자산을 배분하고 변화를 지켜보면서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식과 채권, 부동산·리츠, 금, 원자재 등 자산을 분산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변화 추이를 지켜보면서 비중조절을 해 나가는 보수적인 투자전략이 필요한 한 해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하준삼 신한은행 PWM서울파이낸스센터 PB팀장, 경영학 박사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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