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노골화하는 홍콩의 중국화

입력 2022-01-09 17:17   수정 2022-01-10 00:17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기 직전 홍콩대 교정에 세워진 조각상 ‘치욕의 기둥’이 지난달 23일 철거됐다. 이 조각상은 1989년 6·4 톈안먼 민주화 운동 유혈 진압에 따른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설치됐다. 지난 24년 동안 중국 공산당이 홍콩 시민에게 약속한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를 상징하는 기념비이기도 했다. 대학 측은 성명을 통해 “조각상을 교내에 두면 법적 위험이 있다는 법률 자문 결과에 따른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홍콩이공대에선 학생과 교직원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 게양식이 열렸다. 홍콩이공대는 2년 전 홍콩을 휩쓴 대규모 반정부 시위 때 선봉에 섰던 곳이다. 작년 9월 개정된 국기법에 따라 올해부터 홍콩의 모든 학교에선 매주 국기 게양식을 하고 학생들은 중국 역사를 배워야 한다.
6개월 새 4개 매체 폐간
새해 첫 업무 시작일인 3일 홍콩에선 극과 극의 풍경이 펼쳐졌다. 홍콩 당국의 언론 탄압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이날 반중(反中) 온라인매체 전구일보가 폐간을 발표했다. 창업자 겸 전 홍콩입법회 의원인 레이먼드 웡은 “더 이상 홍콩에 남아 있는 직원들을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없다”며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관련 콘텐츠도 삭제한다”고 밝혔다. 1996년 설립된 전구일보는 2019년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 반대 시위 등을 생중계하며 이름을 알렸다.

당국의 탄압을 피해 대만에 거주 중인 웡 전 의원은 지난해 12월 29일 폐간한 유명 온라인매체 리창뉴스의 선택이 자신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리창뉴스 역시 당국이 전·현직 수뇌부를 체포하고 자산을 동결시키자 폐간을 택했다.

앞서 작년 6월엔 홍콩 최대 일간지 핑궈일보가 폐간했고, 이달 2일엔 또 다른 온라인매체 시티즌뉴스도 폐간을 선언했다. 이들 매체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독재와 홍콩 통제를 비판하는 기사를 실어 당국의 표적이 됐다. 홍콩에선 최근 6개월 사이 네 곳의 언론사가 문을 닫았다. 2020년 7월 1일 국가보안법이 시행된 이후 가뜩이나 위축된 홍콩 민주진영과 시민사회의 발언권이 잠식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의회도 친중 인사들이 장악
친중 진영이 장악한 홍콩 입법회(의회)에선 3일 새로 선출된 의원 90명의 충성 선서식이 진행됐다. 홍콩 미니헌법인 기본법을 준수하고 홍콩 정부에 충성하며 책임을 다한다는 내용이다.

지난달 19일 치러진 입법회 선거에선 후보 대부분이 친중파 인사였다. 이 때문에 유권자들의 투표 의사가 매우 낮았다. 실제 투표율은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 치러진 입법회 선거 가운데 가장 낮은 30.2%에 그쳤다. 홍콩 정부와 새로운 선거제도에 대한 홍콩 시민의 불만이 표출된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선거에선 친중 진영이 전체 90석 중 89석을 싹쓸이했다.

중국이 홍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홍콩 국가보안법을 통과시킨 이후 ‘홍콩의 중국화’가 노골화되고 있다. 민주 진영을 대표하는 정치인과 활동가 중 150여 명이 체포됐다. 많은 사람이 해외로 떠나 앞으로 홍콩의 중국화는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교 전문가들은 한국 차기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외교 과제는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중국이 핵심 이익이라고 강조하는 홍콩과 관련된 문제에 어떤 입장을 견지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대선이 두 달밖에 남지 않았지만 대선 후보들 사이에서 ‘중국 문제’는 제대로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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