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혁명: 재택근무로 회사 2배 성장시키기 [슬기씨의 슬기로운 회사생활]

입력 2022-01-10 10:02   수정 2022-01-10 14:41

[한경잡앤조이=김슬기 그렙 교육사업팀장] 2022년이 밝았고, 나는 계속 원격근무 중이다. 햇수로는 3년째 집에서 일하고 있으며, 회사가 2020년도부터 ‘영원한 원격근무'를 외쳤기에 앞으로도 쭉 그럴 것이다.

‘집에서, 또는 본인이 좋아하는 특정 장소에서 자유롭게 일하는데도 회사가 돌아가느냐‘는 식의 질문을 종종 받곤 한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충분히 돌아간다. 그냥 현상유지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 유의미한 회사의 성장까지 거둘 수 있으며, 현재 재직 중인 그렙(Grepp)의 경우 2020년도 대비 2021년에 매출 및 조직원의 수가 모두 2배 이상 성장, 현재 약 120명의 직원들이 전국 각지에서 일하고 있다. 그 중간에는 투자유치도 이뤄졌고, 조직 개편과 같은 큰 이벤트도 여럿 있었다.

사실 처음부터 원격근무가 좋기만 했던 건 아니다. 붐비는 출퇴근 지하철에 몸을 맡기고 옆 사람의 체취를 강제로 맡으며 사무실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편리함은 잠시, 물리적으로 내 곁에 동료들이 전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을 방지하기 위해 커뮤니케이션에 각별히 신경 써야 했다. 사무실에 모두 모여 있을 때 보다 2배, 3배는 업무 기록과 공유에 신경 써야 했고, 텍스트 위주의 소통이 많아지다 보니 의도와는 다르게 메시지가 비치는 등의 상황도 발생했다.

그렇다면 이런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어떻게 3년 내내 원격근무를 유지하고, 심지어 ‘그냥 평생 원격 하자!’고 외칠 수 있었을까. 어떤 가치를 추구하기에 이렇게 당당하게 외칠 수 있었던 걸까. ‘가치'라고 해서 장황하게 논하기보다는 솔직하게 몇 개의 포인트만 얘기하고자 한다.



기록, 공유는 숨 쉬듯 하기
원격근무를 도입하기로 마음을 먹었는가. 그렇다면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절대 잊지 말자. 물리적으로 주변에 동료가 아무도 없기 때문에 서로 간의 정보 불균형은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이를 극복할 수 있을 만큼의 풍부한 소통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런데 이 소통이 ‘말' 이 아니라 ‘글'의 형태여야 할 때가 훨씬 많다는 것을. 나 보기 편하자고 대충 쓴 낙서가 아니라 타인의 업무에 활용될 수 있는 수준의 충분한 내용을 갖춘 ‘글’ 말이다.

당연한 소리지만, 원격 상태에서는 정보가 비공개되기 쉽다. 모여 있지 않으니 당연하다. 따라서 업무와 관련된 내용은 가급적 모두 글로 기록하려고 노력하고, 공개적인 커뮤니케이션 채널에 공유하도록 한다. 업무상 관계도가 높은 사람에게만 개인적으로 공유하지 말자. 적어도 관련 있는 팀은 모두 편하게 열람할 수 있는 곳에 공유되어야 한다. 그런 채널이 없었다면, 만들자. 글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거나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것이 서툰 경우 이 부분을 무척 어려워하며, 특히 업무 자체가 기록물을 기반으로 논의되기보다 알음알음 구전되는 조직의 경우 이 부분에서 큰 장애물을 만나게 된다. 이때 흔히 하게 되는 생각은…

“아, 그냥 사무실에 모여 있으면 편한데...”

이며, 이는 원격 근무 체제를 경험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모든 이가 한 번쯤 고민하게 될 포인트다. 그냥 모여서 얘기하면 편하고, 의자 끌고 가면 되고, 여차하면 커피 한 잔 하자고 하면 되었는데, 이렇게 굳이 기록과 공유에 신경 쓰면서 일해야 한단 말인가.

안타깝게도(?) 그렇다. 기록과 공유는 신경 써서 노력하는 수준이 아닌 아주 숨 쉬듯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야 한다. 사무실에 모여서 일할 때 했던 기록의 수준보다도 훨씬 더 잦은 기록이 필요하며, 비대면 상황에서 쉽게 무시되는 업무 맥락에 대한 설명도 충분히 필요하다.

이것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 원격 상태에서도 온종일 Zoom을 활용한 미팅을 하게 되거나, 글로 공유하는 일이 귀찮아서(또는 자신이 없어서) 그냥 미팅만 자주 하게 되는 등 원격으로 일하는 장점을 전혀 가져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이럴 거면 어설프게 집에서 일하지 말고 차라리 모이는 게 나을 수 있다.



사무실에 모이면 해결될 거라 생각하지 마라
원격으로 일하다 보면 종종 소통에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동료가 내 요청사항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거나 텍스트 위주의 커뮤니케이션이 너무 딱딱하게 느껴지거나, 서로의 상황을 잘 인지하지 못해 커뮤니케이션이 꼬일 때 특히 그렇다. 이모티콘을 아무리 써도 채워지지 않는 그 미묘한 뉘앙스! 그것이 사람을 정말 미쳐버리게 할 때도 있다.

이런 때에는 위에 언급한 것처럼 ‘사무실에 있으면 그냥 옆 자리 가서 편하게 얘기했을 텐데..', ‘같이 있으면 커피 마시면서 편하게 얘기했을 텐데’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되는데, 사실 이런 생각에 빠지면 원격근무는 답이 없다. 특히 조직의 리더가 이런 생각을 강하게 갖게 되는 경우 원격근무 도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냥 기존의 방식으로 회귀하거나, 근태 관리에 지나치게 예민해지는 등의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런데 정말 모여 있으면 해결될까. 그렇다면 우리가 모여서 일할 때 경험하는 숱한 문제들은 무엇이었을까. 애초에 조직, 또는 개인의 업무 방식과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던 부분이 근무 형태가 바뀌면서 더욱 불거지는 게 아닐까.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팀을 이끄는 입장에 서있다면 그런 부분을 한 번 돌이켜보는 것을 추천한다.



방구석에서도 혁명은 가능하다
그렙도 부분적 원격근무를 할지, 온전히 원격근무를 할지 고민하던 시점이 있었다. 시행한 지 약 반년 정도 되었던 2020년 하반기 초였다. 여러 고민 끝에 100% 원격근무 체제로 전환한 이유는 부분적으로 시행 시 출퇴근의 이점도 오롯이 가져갈 수 없고, 원격근무의 장단점 또한 온전히 취할 수 없겠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결론적으로는 잘 한 선택이었고, 원격 초반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수준의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나 역시 전면 원격 상황에서 팀원을 10명 이상 채용하고, 그들의 온보딩을 돕고, 업무 중 발생하는 각종 갈등을 해결하는 주체가 되며 많은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특히 사람과 사람 사이에 문제가 생길 때에는 마음 한편에 ‘그냥 만나면 금세 풀릴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곤 했지만, 그럴 때마다 팀장으로서 아래와 같은 원칙을 기억하려고 노력했다.

● 업무 중 발생할 문제는 근무 형태와 상관없이 늘 발생한다 ● 절대 사무실에 모이면 모든 게 순탄히 해결되리라 여기지 않는다

새로운 근무 형태를 온전히 활용해 업무를 수행하려면, 그만큼 나도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는 게 당연하다. 이제는 위 원칙들을 하도 되뇌다 보니, 아예 마음속에 아로새겨졌다.



우리는 평생을 등하교, 출퇴근을 하며 살아왔다. 일상에서 너무나도 당연했던 이 루틴이 사라진 채 본인만의 장소에서, 언제든 널브러져도 괜찮은 방구석에서 업무에 집중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을 수 있다(본인이 어디까지 널브러질 수 있는지 체감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기왕 원격을 적용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이러한 형태의 근무가 나를 포함 모두에게 새로운 것임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냥 똑같이 일하는데 사무실만 쏙 뺀 게 아니라, 이건 정말로 새로운 개념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원격 근무는 그저 ‘집에서 일한다'는 것이 아닌, 새로운 조직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에 가깝다. 첫 도입 후 겪게 되는 대부분의 어려움은 어떤 회사든지 으레 겪게 되는 고충과 비슷할 것이다. 따라서 이런 것에 쉽게 굴하지 말고 타사의 여러 사례를 참고하되, 조직 내의 충분한 논의와 협의를 통해 그 조직만의 ‘개성 있는 원격 근무 문화'를 만들어가길 바란다.

2022년이 밝았지만 우리는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다보니 기존과는 다른 근무 형태를 고민하는 조직도 많으리라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이들 중 원격 근무에 대한 고민이 많은 분들이 계시다면, 올 한 해는 꼭 ‘방구석 혁명'에 성공해보시길 바란다.

김슬기 씨는 피아노 전공이지만 컴퓨터를 좋아해 직업을 IT분야로 선택했다. 현재 프로그래머스 서비스를 운영하는 그렙 교육사업팀장을 맡고 있는 그녀는 코로나19와 관계없이 영원히 원격 근무를 지향하는 그렙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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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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