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잡겠다더니…중국, '3조 먹튀' 사기단에 당했다

입력 2022-01-10 13:46   수정 2022-01-10 15:31


중국이 삼성전자와 대만 TSMC를 따라잡을 반도체 기업을 만들어 내기 위해 거액을 쏟아붓고 있으나 아직 성공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은 2025년까지 자국 내에서 소비하는 반도체의 자국 생산 비율(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갖고 있지만 실제 자급률은 여전히 20%를 넘지 못하고 있다.
보조금 노린 사기극 속출
WSJ은 기업 발표와 중국 관영매체 보도, 지방정부 문건 등을 분석한 결과 중국에서 지난 3년간 최소 6개의 새 대규모 반도체 제조 프로젝트가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 프로젝트들에 투입된 금액은 최소 23억달러(약 2조7600억원)로, 대부분 정부에서 지원한 금액이다. 그러나 대부분 기업들이 단 한 개의 반도체조차 만들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의 '반도체굴기' 실패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우한훙신반도체(HSMC)와 취안신집적회로(QXIC)다. 삼성전자와 TSMC가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14나노 이하 초미세공정을 적용한 반도체를 제조하겠다며 설립된 회사들이다.

2017년 우한에 설립된 HSMC는 총 투자액 목표로 1280억위안(약 22조원)을 제시했고, 중앙정부와 우한시 등으로부터 153억위안을 받아냈다. TSMC의 미세공정 개발을 주도했던 장상이를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해 반도체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QXIC도 막대한 연봉을 내걸고 대만 엔지니어들을 스카우트했다.

두 회사는 막대한 투자금을 날리고 지금까지 단 하나의 칩도 상업용으로 생산하지 못했다. HSMC는 지난해 6월 폐업했고 QXIC는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이 밖에도 청두거신, 화이안더화이(HIDM), 난징더커마 등에도 수억달러 이상의 정책자금을 투입했으나 여전히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 업체들은 설립자들이 이렇다 할 기술도 갖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 애초부터 중국 정부의 반도체 자금을 노린 사기극이라는 지적도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한때 반도체굴기의 상징으로 불렸던 칭화유니그룹이 작년 파산 구조조정에 들어간 주요 원인도 반도체 제조 부문의 무리한 투자가 꼽힌다. 칭화유니는 반도체설계 중심 기업이었지만 2016년 메모리반도체 제조사인 창장메모리를 설립했다. 자본금 386억위안(약 7조원) 중 칭화유니가 51%를, 나머지를 중국 중앙·지방정부가 투입했다.

창장메모리는 2020년말 월 30만개의 칩 생산능력을 갖춘다는 계획이었으나 모기업 자금난과 코로나19 등이 겹치면서 사실상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중국 국무원 산하 국부펀드가 칭화유니그룹 인수자로 확정되면서 창장메모리가 정상화될 것인지도 관심이다. 업계에선 창장메모리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앞으로 10년 간 5000억위안(약 90조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 대상 집중하는 중국
중국은 세계 반도체 판매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거대 시장이지만 반도체 공급량의 8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내걸고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14년 1390억위안, 2019년 2040억위안 규모의 국가반도체산업투자펀드(빅펀드)를 조성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2020년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15.9%로 전년 대비 0.3%포인트 올라가는 데 그쳤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외국 기업의 현지공장 생산분을 뺀 중국 기업의 생산 비중은 6%대에 그친다.

중국 정부의 빅펀드 지원금을 챙기기 위해 요식업, 시멘트 제조사를 포함한 수만 개 기업이 반도체 관련 회사인 것처럼 등록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1기 빅펀드는 투자 대상을 너무 많이 선정해 성공 사례를 발굴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중국은 2기 빅펀드를 중국 최대 파운드리인 중신궈지(SMIC)에 절반 가까이 몰아주는 한편 장비와 소재 등 특히 취약한 부문에 집중시키고 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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