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칸딘스키·백남준…거장들 작품에 내려온 '빛과 색'

입력 2022-01-10 17:45   수정 2022-01-11 00:38


태초에 빛이 있었다는 성경 창세기의 구절처럼, 빛과 색채는 오랫동안 신이 준 선물로 여겨졌다. 17세기 분광(分光) 실험으로 빛의 정체를 규명한 아이작 뉴턴이 “모든 색은 빛으로 만들어졌다”고 선언하기 전까지의 얘기다. 과학의 발전에 따라 빛은 그 정체를 드러내기 시작했고, 이를 캔버스에 재현하는 예술의 능력도 눈부시게 진화했다. ‘빛의 회화’로 불리는 인상주의는 그 찬란한 결실이었다.

빛의 과학적 성질이 낱낱이 규명돼 신비감을 잃은 오늘날에도 빛은 여전히 시각예술의 가장 중요한 주제다. 근대 초입에 그려진 종교 소재의 회화부터 현대 설치예술가들의 최첨단 소재를 이용한 작품까지, 빛을 주제로 한 거장들의 다양한 작품을 펼친 두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 중계동 북서울미술관의 ‘빛: 영국 테이트미술관 특별전’과 한강로동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의 ‘메리 코스: 빛을 담은 회화’전이다.

북서울미술관의 빛 특별전은 클로드 모네(1840~1926)와 근대 영국을 대표하는 조지프 말러드 윌리엄 터너(1775~1851), 러시아의 추상화 거장 바실리 칸딘스키(1866~1944), 백남준(1932~2006), 애니시 커푸어(68)와 구사마 야요이(93) 등 쟁쟁한 거장 43인의 작품 110여 점을 소개하는 전시다. 테이트미술관이 운영 자금 조달을 위해 기획한 해외 순회 전시로, 지난해 중국 상하이 푸둥미술관을 거쳐 올해 북서울미술관에 상륙했다.

빛과 색채에 대한 인식은 사상과 과학의 발전에 따라 변했고 이는 미술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전시장에서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은 빛을 신의 피조물이자 종교적인 광휘로 표현했다. 조지 리치먼드(1809~1896)가 종교화 기법으로 그린 ‘빛의 창조’가 대표적이다. 터너는 ‘그림자와 어둠’에서 어둡고 차가운 색채로 홍수를 통해 인류를 벌하기 직전 신의 분노를, ‘빛과 색채’에서는 밝은 빛과 따뜻한 색으로 홍수 후 이어지는 희망의 빛을 각각 묘사했다. 그의 감각적인 빛 표현은 인상파의 등장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곧이어 인상파 작품들이 나온다. “빛은 곧 색채”라는 모네의 말처럼 찬란한 빛깔을 뽐내는 걸작들이 즐비하다. 모네의 ‘엡트강가의 포플러’는 보험평가액이 500억원에 달하는 이번 전시 최고가 작품이다. 인상파를 선호하는 관객이라면 눈이 번쩍 뜨일 존 브렛(1831~1902)의 풍경화 ‘도싯셔 절벽에서 바라본 영국 해협’을 비롯해 알프레드 시슬레(1839~1899)의 ‘작은 초원의 봄’, 카미유 피사로(1830~1903)의 ‘르아브르의 방파제’ 등에서 깊은 감동을 받을 수 있다.

전시 말미에는 빛을 자유자재로 가지고 노는 현대 작가들의 여러 실험적인 작품을 만나게 된다. 필리프 파레노의 ‘저녁 6시’는 창문으로 들어온 빛의 그림자를 카펫에 그대로 새긴 설치미술이다. 올라푸르 엘리아손의 유리 설치작품 ‘우주 먼지 입자’는 회전하며 그림자를 흩뿌린다. 전시는 오는 5월 8일까지.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는 물감이 반사한 빛으로 대상을 표현한다는 반사체의 한계에서 탈피해 직접 발광체가 된 회화들을 만날 수 있다. ‘빛의 화가’ 메리 코스(77)의 대표작 34점을 펼친 대규모 회고전이다. 코스의 국내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스는 1968년 도로용 표지판이나 차선 도료 등에 사용되는 산업용 재료(유리 마이크로스피어)를 흰 물감과 섞어 캔버스에 뿌려 실제로 빛을 내게 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이 기법으로 그린 ‘흰 빛’ 연작은 그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가져다줬다.

전시장에서는 흰 빛 연작과 함께 고전압 발생 장치인 테슬라 코일을 활용해 흰 빛을 발하는 최근의 ‘라이트 박스’ 연작, 작가의 초기 단색화와 어둠을 표현한 ‘검은 빛 시리즈’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2월 20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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