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 '싹쓸이 수주'에도 웃지 못한 현대重

입력 2022-01-10 17:14   수정 2022-01-11 01:19


현대중공업그룹이 새해 들어 열흘 만에 3조원어치의 선박을 수주했다. 올해 세계 신조선 발주가 작년 대비 20% 이상 줄어들 것이란 시장의 예측을 무색하게 하는 수주 규모다.

연초 수주 호조에도 현대중공업그룹은 초긴장 상태다.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3년을 끌어온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합병)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데드라인’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수주 호황이 이어지고 있어 합병이 무산되더라도 큰 문제는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조선업 ‘규모의 경제’ 효과를 도모할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연초 친환경선 시장 싹쓸이
현대중공업그룹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1만6000TEU(1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이중연료 추진 대형 컨테이너선 4척, 17만4000㎥급 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척, 2500TEU급 중형 컨테이너선 3척 등 9척의 선박 건조계약을 체결했다고 10일 발표했다. 수주액은 1조3300억원이다.

지난 4일 1조6700억원 규모의 선박 10척을 수주한 것까지 합치면 수주 규모는 3조원에 달한다. 올해 수주 목표 174억4000만달러(약 21조원)의 14.3%를 열흘 만에 달성한 셈이다. 올해 세계 신조선 발주량을 작년 대비 23.3% 감소한 3600만CGT(표준선환산톤)로 전망한 클락슨의 예측과는 다른 분위기다.

‘수주 러시’는 친환경선이 이끌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이 올 들어 수주한 19척의 선박 중 10척이 대형 컨테이너선이다. 대형 LNG 운반선도 2척 수주했다. 대형 컨테이너선엔 모두 LNG, 메탄올 등을 기존 디젤 연료와 함께 사용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이중연료 추진 시스템이 적용됐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친환경 선박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선사들이 발주 계획을 앞당기고 있다”고 했다.
대우조선 합병 무산 가능성
잇단 수주 낭보에도 현대중공업그룹 내부 분위기는 밝지만은 않다. 2019년 이후 3년을 끌어온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EU 경쟁당국의 반대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작년 말 EU집행위원회는 오는 20일까지 두 회사의 기업결합 심사에 대한 결론을 내겠다고 예고했다.

현재로선 EU가 합병 자체를 허가하지 않거나 조건부 허가를 낼 가능성이 높다. EU는 양사가 LNG 운반선을 비롯해 이중연료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친환경선 시장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합병이 가격 인상 등 독과점 문제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머스크, MSC 등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를 비롯해 그리스 선주 집단, MAN 등 대형 조선 기자재업체가 몰려 있는 EU로선 초대형 ‘건조 메이커’의 탄생이 달갑지 않다. 이에 EU는 현대중공업그룹에 LNG선사업의 인위적인 축소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라고 말했다.

합병이 무산되더라도 수주 호황이 이어지고 있어 당장 두 회사의 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다. 현대중공업그룹 입장에선 애초 대우조선에 투입하기로 했던 1조5000억원가량의 유상증자 자금을 자율 운항, 암모니아 추진선 등 신사업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대우조선은 다시 채권단에 손을 벌리거나 새주인 찾기에 나서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두 회사의 합병 무산은 장기적으론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조선업체 임원은 “결국 고질적인 한국 조선사 간의 과열 경쟁 문제는 해소되지 않는 것”이라며 “핵심 부품의 원천 기술을 유럽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규모의 경제를 통한 협상력 강화도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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