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살려주세요"…쓰레기집에 사는 30대 여성의 사연 [튜브뉴스]

입력 2022-01-15 07:14   수정 2022-01-17 10:54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누군가 우연히 이걸 본다면 제발 저를 살려주세요.
지옥인 줄 알면서도 내 발로 못 빠져나오는 XX이니까."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A 씨는 일기장에 이 같은 글을 남겼다. 그가 살고 있는 곳은 이른바 '쓰레기 집'이다. 그가 사는 원룸은 빈 생수병, 먹다 버린 컵라면, 배달음식 용기, 무엇인가로 가득 찬 비닐봉지 등이 가득 차 있고, 정체 모를 벌레가 정신없이 날아다녔다. A 씨가 주변과 단절된 채 쓰레기 집에 갇혀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A 씨의 사연은 최근 유튜브 클린어벤져스를 통해 알려졌다. "저에게 대한민국은 지옥입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A 씨는 전 남자친구로부터 동영상 유포 피해를 입고 모든 생활이 망가졌다며 눈물을 흘렸다.

"밥 먹고 하면 안 되겠다." A 씨의 집을 본 클린어벤져스 직원 한 명이 말했다. 주방에는 초파리가 날아다녔고, 기침이 절로 나왔다. 이들은 일반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를 분류하고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옷, 생필품 등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극도의 대인기피증으로 베란다에 숨어있던 A 씨는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털어내는 효과가 있더라"라는 말에 모습을 드러냈다. 클린어벤져스는 "정리를 하고 깨끗해진 집에 누워보면 확실이 나아진 걸 느낄 거다. 저희가 청소하는 사람들이지 치료하는 사람은 아닌데 여러 번 해보니 효과가 있더라"라고 다독였다.

A 씨는 "현재 30대 초반이고 하는 일은 없다. 살기 싫다는 마음이 강해서 유튜브로 안 좋은 것들을 검색하다가 추천 영상으로 떠서 보게 됐다. 극단 선택을 하고 난 뒤 남겨진 가족들 영상 이런 걸 보던 때 신청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의 사연은 충격적이었다. 생애 처음으로 사귄 남자 친구 B 씨로부터 연애 기간 3년 간 지속적으로 성관계 동영상과 사진 촬영을 요구받았다는 것이다.

A 씨는 " B 는 '너는 예쁘니까 나만 보겠다'는 식으로 남기려는 시도를 했다. 뭔가 이상한 것 같은데 (첫 연애라) 원래 이런 건가 싶었다. 그런데 1~2년이 지나고 나니 점점 요구가 심해졌다"고 설명했다.

A 씨가 영상을 찍지 않겠다고 거부하면서 B 씨는 손찌검을 시작했다. 그는 "결국 트러블이 심해져서 폭행을 당했고, 그쪽에서 먼저 헤어지자고 해서 헤어졌는데 더 힘들어지게 된 것은 이별 후였다"고 털어놨다.

처음엔 A 씨도 B 씨를 폭행 혐의로 신고하려고 마음을 먹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가진 A 씨에 대한 사진과 영상이 유출될까 무서워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했다고. 이별 후 B 씨는 2년가량 동영상을 빌미로 또 다른 영상을 요구하고 나섰다고 한다.

A 씨는 "다시 찍어서 안 보내면 여태까지 영상 다 올라가도 괜찮냐고 하더라. 그가 제 부모와 직장 등 모르는 게 없었다. 그렇게 2년을 보냈는데, B 가 여자친구가 생기면서 연락을 끊었고 그때부터 정상적인 생활을 못했다. 차라리 영상 보내라고 연락이 될 때가 낫지 미치겠더라. 매일 밤 성인 사이트를 찾아다니며 영상을 올렸나 찾아봤다"고 했다.

그러던 중 B 씨의 지인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A 씨는 "그 사람이 예전부터 단톡방에서 (제 영상을) 돌려보고 있었고, 그게 유출이 된 것 같다고 신고를 해야 될 거 같다고 연락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에 신고를 하면 증거 동영상을 수사관들이 다 본다. 당연한 거라는 걸 아는데 그게 너무 트라우마가 되더라. 신고를 하게 되면서 그때부터 직장 생활도 못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A 씨는 개인정보부터 사생활 등을 삭제해주는 디지털 장의사 업체에 영상 삭제를 의뢰하기도 했다. 그는 "직장을 그만두며 받은 돈을 모두 사용했다. 사설업체까지 총 12군데에 맡겼는데도 정상적인 생활이 안되더라"라고 토로했다.

A 씨가 절망에 빠진 건 B 씨가 소송에서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으면 서다. 그는 "나는 정상적인 생활을 못하고 있는데 그 사람은 고작 집유를 받았다. 정신과 기록이 있고 초범이고 동영상의 강제성이 심하지 않고, 유출의 고의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인터넷에 유출한 당사자가 B 가 아니었다는 것"이라며 분노했다.

A 씨는 "솔직히 이젠 B 씨가 어떤 벌을 받는지 별 상관이 없어졌다. 이젠 내가 좀 정상적으로 살고 싶다. 아직도 일주일에 2~3일은 그런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찾고 있다. 영상 찾아 삭제하는 데만 2000만 원 넘게 썼다"고 했다.

성인 사이트에 올랐을지 모를 자신의 영상을 찾는 일에 몰두할수록 A 씨의 생활은 암담했다. 그는 "다 대출받아서 생활했고, 3000만 원 가까이 빚이 있다. 월세도 너무 많이 밀려 이 집도 조만간 나가야 할 것 같다. 식사는 배달 음식을 시켜 3~4일 나눠 먹는다"고 했다.

그는 "한 사람을 계속 미워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나를 미워하게 되더라. 그 당시에 너무 바보 같았고, 자책감에 너무 힘들었다. 그러다 나를 놓게 된 것"이라고 털어놨다.

A 씨는 "제일 하고 싶은 게 집에 엄마랑 남동생 초대해서 보는 거다. 나 이렇게 살고 있다고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A 씨는 깨끗해진 방을 본 후 연신 "감사하다"고 인사했고, 클린어벤져스가 떠난 후 방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네티즌들은 "피해자는 아무 잘못 없다. 용기 내서 신청한 것도 대단하다", "하루빨리 온전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기도 하겠다", "일면식도 없는 사이지만 가슴이 너무 아파서 울었다", "저런 짓을 해도 집유라니 소름 돋는다. 처벌 수위가 낮으니 반성도 안 할 거고 악순환이 반복될 듯", "단순히 청소를 한 게 아니라 사람을 살린 것 같다" 등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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