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미사일은 지난 14일과 마찬가지로 기습 발사와 은폐에 유리한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KN-23이 북한이 올 들어 두 차례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보다 더 큰 위협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전 배치를 코앞에 둔 KN-23에 재래식 탄두는 물론 전술핵 탄두를 장착할 경우 한국 전역은 물론 주일 미군기지와 괌 미군기지까지 북한의 실질적인 핵 위협권에 들어서기 때문이다. 특히 KN-23은 고체연료를 사용해 10~15분이면 발사 준비가 끝나고, 이동식발사차량(TEL)을 이용해 터널 등에 숨어 있다가 기습 발사할 수 있다.
북한은 지난해 9월에 이어 지난 14일 이 미사일을 열차에서 쏘며 플랫폼을 다양화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기도 했다. 군 당국은 이번 미사일의 속도를 마하 5 내외로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최근 ‘이틀에 한 발꼴’이다. 북한은 지난 5일과 11일 극초음속 미사일을 한 발씩 쐈고, 14일과 이날 단거리 탄도미사일 두 발을 쏘는 등 열이틀 새 여섯 발을 발사했다.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전체회의를 열고 “북한이 올 들어 네 차례나 연이어 미사일을 발사하는 매우 유감스러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고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미가 비핵화를 요구할 수 없을 정도로 북한은 핵무기를 고도화해 제한적 핵 군축 협상으로 유도하려 한다”며 “실전 배치한 수백 기의 미사일이 재래식인지 핵 미사일인지 모르는 상황이면 결국 핵 위협을 줄이기 위해서는 미사일 총수를 줄이는 군축 외에는 미국의 선택지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갈등 상황을 이용해 최대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은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 이런 상황을 이용해 미·중 양국 모두에 외교나 경제적인 이득을 얻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차례 대선과 새 정부 출범에 맞춰 무력 도발에 나서온 북한이 오는 3월 대선에도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은 2012년 12월 대선을 1주일 앞두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은하 3호’를 쐈고,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 직전에는 3차 핵실험에 나섰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에는 ICBM ‘화성-14형’을 발사하고 6차 핵실험까지 감행했다. 정권 교체기를 틈타 고강도 무력 도발을 감행한 뒤 이를 바탕으로 새 정부에 더 높은 수준의 대가와 양보를 요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설 전에 북한이 추가 무력 도발에 나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말 당 전원회의에서 “날로 불안정해지고 있는 조선반도(한반도)의 군사적 환경과 국제 정세의 흐름은 국가 방위력 강화를 잠시도 늦춤 없이 더욱 힘 있게 추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직접 무기 개발 의지를 드러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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