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알바라더니 '샤넬 오픈런' 3시간 줄 세워" 황당 사연

입력 2022-01-25 22:00   수정 2022-01-25 22:43

“엄마 나 액세서리 가게 아르바이트(알바) 하러 왔는데…샤넬 매장 앞에서 줄서고 있어.”

부산 동래구에 사는 주부 서모씨(53)는 최근 알바를 하러 갔다는 딸에게서 이처럼 황당한 연락을 받았다.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고 올 3월 대학 입학을 앞둔 딸은 알바 자리를 찾았다. 마침 집 근처 번화가의 액세서리 가게에 적당한 자리가 났다는 연락을 받은 서씨의 딸은 아침 일찍부터 근무를 하러 나간 터였다. 하지만 이 구인의 '진짜 목적'은 오픈런 대행 업체에서 명품 매장 줄서기 알바를 모집하는 것이었다.

서씨는 “추운 날 딸이 명품 매장 앞에서 세 시간 넘게 줄 섰다고 한다. 화가 나 알바 구인을 한 사장이라는 사람에게 항의하니 명품 매장 줄서기도 액세서리 가게 업무의 하나라고 변명하더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식당, 카페, 옷가게나 액세서리 가게 등 평범한 알바로 위장해 명품 매장 앞에서 오픈런을 하도록 하는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주로 겨울방학을 맞은 대학생이나 수능을 마친 수험생 등 10대 후반~20대 초반을 타깃으로 삼는다. 알바 경험이 적어 구인에 쉽게 응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면접을 보겠다며 백화점 인근으로 부른 다음 간단한 면담 후 테스트라며 휴대폰을 주고 샤넬, 롤렉스 등 명품 매장 앞에서 줄을 설 것을 지시하는 식이다. 명품 매장이 문을 열 때까지 그 앞에서 줄 선 다음 제공 받은 휴대폰으로 대기 번호를 받도록 하는 것. 오픈런 한 뒤 특정 제품 구매해올 것까지 요구하기도 한다.

4~5시간 줄을 서지만 일당은 1만~3만원 정도로, 최저임금(시간당 9160원·2022년 기준)에도 못 미친다. 업주들은 “정식 채용이 아닌 고용을 위한 시험 성격의 일이라 제대로 임금을 줄 수 없다”고 변명한다.

하지만 통상 3~4시간 줄을 설 경우 고객으로부터 5만~6만원가량 받는 점을 감안하면 3만~5만원가량을 오픈런 대행 업자가 중간에서 가져가는 셈이다. 제품을 사다주는 것까지 할 경우 알바생들에겐 푼돈을 주고 업체들은 50만~100만원가량 거액을 챙길 수도 있다.


최근 오픈런 대행 서비스는 조직적으로 참여하는 업자들이 생겨날 정도로 성장했다. 명품 수요가 폭증하면서 오픈런 자체도 돈이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 구매 대행이나 줄서기 대기 수수료를 받고 직원을 현장으로 파견하는 식이다. 이때 일부 업체들이 알바 면접이나 테스트 명목으로 구직자들을 속여 줄서기나 구매 대행을 요구한다. 그러나 정식 채용이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구인 공고 자체가 거짓인 데다 대부분 명품업체들이 1인당 구매수량을 제한해 구매대행 업무도 계속 시키기가 어렵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행위는 ‘취업 사기’로 법적 제재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노동·채용 관련 사건을 주로 다루는 한 변호사는 “상시 근로자 30인 이상 사업장에선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구인자가 채용광고에 채용대상 업무, 임금, 채용 예상 인원 등을 명시하도록 했다”면서 “소규모 사업장이라 해도 최저임금법을 적용받아 단 하루라도 근로 행위가 있을 경우 최저임금은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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