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라인 밟는 北…美와 中·러 갈등 틈 타 핵보유국 굳히기"

입력 2022-01-21 17:12   수정 2022-01-22 01:01


북한이 4년간 중단했던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재개를 시사하며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올 들어서만 네 번의 무력 도발에 나선 북한이 다음달 4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 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고체연료 ICBM 등을 발사해 긴장 수위를 더욱 높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과 중·러 간 갈등 상황을 최대한 이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시선이 다른 데 팔려 있는 사이 연속적인 고강도 무력도발을 통해 핵 전력을 완성한 뒤 미국과 비핵화 협상이 아니라 핵보유국 간 군축 회담 등에 나서려 한다는 관측이다.
내달 16일 김정일 생일에 열병식 전망
국가정보원은 21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북한이 2018년 싱가포르 합의 직후 해체했다가 하노이 협상 결렬 이후인 2019년 복구한 동창리(미사일 발사시설)에서 위성 발사를 명분으로 ICBM을 발사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고 정보위 국민의힘 간사인 하태경 의원이 전했다. 하 의원은 “국정원은 2018년 폐기한 풍계리 핵실험장은 갱도가 방치된 상태고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는 아직까지 특이 동향이 없다고 보고했다”며 “작년 7월 일부 재가동 동향이 포착된 영변 5㎿ 원자로는 관련 동향을 주시 중이라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전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검토해볼 것”이라며 지난 4년간의 모라토리엄(핵실험·ICBM 발사 유예) 폐기를 시사한 가운데 벌써 ICBM 발사 징후가 포착됐다는 것이다. 하 의원은 북한이 지난해 1월 8차 노동당대회에서 ‘국방력 발전 5대 과업’으로 꼽은 △ICBM 명중률 제고 △극초음속 미사일 △초대형 핵탄두 생산 △고체연료 ICBM 실험 △핵잠수함 및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실험 등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군당국에 따르면 최근 북한이 주로 열병식을 연습해온 평양 미림비행장 일대에서 병력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열병식은 다음달 16일 김정일 생일에 맞춰 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 자리에서 신형 전략무기가 대거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
北, 바이든 어수선한 틈 노린 듯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북한이 미·중 갈등의 틈바구니를 활용해 도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과 맞서는 중국 편에서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 대화하기 위해 도발한다는 논리는 냉전 직후 ‘단극체제’였던 1990년대에서 2000년대에나 먹힐 수 있다”며 “북한은 지금 미·중 양국 간 신냉전이란 걸 정확하게 간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양극체제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백기 투항하는 것은 완전한 미국의 우방국이 되는 경우밖에 없다”며 핵 포기 가능성을 일축했다. 더 이상 대북 제재 완화 같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북한이 도발하는 것이 아니란 설명이다.

특히 최근 우크라이나를 두고 첨예해진 미·러 갈등 상황도 북한이 마음놓고 무력 도발 수위를 끌어올릴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김일성 출생 110주년이 되는 올해 다시 인공위성 로켓을 발사할 가능성이 크다”며 “미·중, 미·러 관계가 6년 전에 비해 극도로 악화된 상태여서 북한의 인공위성 로켓 발사에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에 동참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대내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올해를 실질적으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원년으로 삼고자 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올 들어 도발에 나선 KN-23, KN-24 같은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미사일을 대규모로 생산해 실전 배치할 것을 시사했다”며 “결국 모든 미사일을 제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을 만들어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묵인하는 대신 미사일 수를 줄이는 군축에 나서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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