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삼성생명 제재안 늦어도 내달 확정"

입력 2022-01-25 07:55   수정 2022-01-25 07:56


금융당국이 삼성생명 제재안을 최종 의결한다. 늦어도 다음 달에는 삼성생명 제재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그간 의결 시기 지연, 회사 측 유리한 법령 자문기구 해석 등으로 '삼성생명 봐주기' 논란에 휩싸여 온 금융위원회가 내릴 최종 징계 수위에 업계 이목이 집중된다. 만약 금융위가 제재로 '기관경고'를 의결하게 되면, 삼성생명은 향후 1년간 감독당국으로부터 인허가가 필요한 모든 신사업 분야 진출이 금지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삼성생명 제재안 최종 의결을 내리기 위한 막바지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이달, 늦어도 내달에는 삼성생명 제재안이 확정될 예정이다. 이로써 2020년 12월 금융감독원이 중징계를 결정한 지 약 1년 2개월 만에 삼성생명 제재안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감원은 삼성생명이 약관에서 정한 암보험 입원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고, 대주주를 부당하게 지원했다고 판단해 '기관경고' 제재안을 결정했다. 제재안에는 삼성생명에 과태료와 과징금을 부과할 것을 금융위에 건의하고, 임직원을 대상으로 3개월 감봉·견책 등의 조치를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삼성생명 제재안에 대한 최종 의결은 늦어도 2월 중에 이뤄질 예정이다. 3월로 의결 시기가 넘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사실상 지난해에 마무리하고자 했던 사안이니만큼, 연초에 빠르게 삼성생명 제재안을 확정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지금까지 삼성생명 제재안 심의 과정에서 10차례 이상 안건소위원회 논의를 진행하면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고의로 삼성생명을 봐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금융위의 자문기구가 금감원이 삼성생명의 주요 징계 사유로 제시한 2개의 안건에 대해 회사 측에 유리한 해석을 내놓으면서 특혜 논란이 더욱 불거졌다.

금융위 법령해석심의위원회는 지난해 10월 보험사가 계열사에 대해 계약 이행 지연 배상금을 청구하지 않은 것이 보험업법에서 금지한 계열사에 대한 '자산의 무상 양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거론한 삼성생명 징계 사유 중 '삼성SDS 부당지원'에 대한 해석이다.

앞서 금감원은 2019년 종합검사에서 삼성생명이 계열사 삼성SDS에 의뢰해 1561억원 규모의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면서 계약서에 기재된 이행 지연 배상금을 청구하지 않은 것을 문제로 봤다. 150억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받지 않은 것을 계열사에 대한 부당지원으로 판단해서다.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사는 계열사에 자산을 무상으로 양도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대통령령은 금지 대상을 '증권, 부동산, 무체재산권 등 경제적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자산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금융위 법령해석심의위원회는 삼성생명이 요양병원에 입원한 채로 암 치료를 받은 가입자에게 의학적 자문 과정을 밟지 않고 암 입원비 지급을 거절한 것을 두고도 금감원과 상반된 해석을 내놨다. 금감원은 해당 사안이 약관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중징계 사유로 제시했으나, 금융위 법령해석심의위원회는 '의사 자문 없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해도 약관 위반이 아니다'라는 해석을 내면서 삼성생명의 손을 들어줬다.

금융위가 삼성생명 제재안에 대한 최종 의결 시기를 늦추는 것은 물론, 두 차례 법령해석심의위원회를 열면서 삼성생명 측에 유리한 판단을 내놓자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삼성생명에 대해 특혜를 주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삼성SDS 부당지원 건에 대해 내린 결론을 두고는 금융위 법령해석심의위원회가 앞서 교보생명의 상표권 무상 사용 허용 안건에 대해 보험업법 위반이라 판단한 것과 비교되며 고의적인 삼성 봐주기 행위로 지적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참여연대, 금융정의연대는 "금융위에 '삼성 봐주기'라는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한화생명 사례와 달리 삼성생명 제재안을 확정 짓지 않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위는 금감원 제재안을 확정하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 자문기구인 법령해석심의위원회에 넘기며 무책임하게 면피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무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생명을 봐주기 위해 법령해석심의위원회에 법령해석을 의뢰했다고 지적하면서 "금융위가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 역시 "안건 처리가 지연될수록 제재 대상 금융회사의 로비 개연성이 높아지며, 솜방망이 처벌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피해자 보호를 위해 안건을 조속히 처리하고 안건소위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금융위는 법령해석심의위원회의 판단 근거에 대해 밝힐 수 없다면서도, 삼성생명 특혜 의혹은 강하게 부인했다. 삼성생명 제재안의 최종 의결이 지연되는 데에는 총 7건의 쟁점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과 법리 검토 등에 필요한 시간이 걸리는 것일 뿐 다른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삼성생명 제재안은 쟁점이 많을 뿐만 아니라, 확정시 보험금 지급 등 업계 영향력이 지대할 것이라 예상되는 만큼 더욱 신중하게 진행하고자 한 사안"이라며 "의결 시기가 늦어지면 삼성생명 내 경영 불확실성 또한 해소될 수 없다. 사측에 유리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제재안 의결 시기를 미룬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삼성생명 제재안에 대한 법령해석심의위원회의 해석이 회사 측의 징계 수위를 낮출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부정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법령해석심의위원회를 열고 특정 사안에 대한 해석을 도출한 것은 당연히 그 의견을 토대로 제재안을 의결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삼성SDS 부당지원, 요양병원 암 입원비 미지급 건에 대한 법령해석심의위원회의 해석을 뒤집을 만한 추가 논의는 없었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제재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 만큼, 종합적으로 사안을 판단해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과 그 자회사들은 금감원의 종합검사와 기관경고 결정으로 2020년부터 신사업 허가 심사 자체가 중단된 상태다. 만약 금융위가 제재로 '기관경고'를 의결하면, 삼성생명은 향후 1년간 감독당국으로부터 인허가가 필요한 모든 신사업 분야에 진출할 수 없게 된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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