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하자 분쟁 늘어나는 진짜 이유 [더 머니이스트-심형석의 부동산정석]

입력 2022-01-27 07:00   수정 2022-01-27 09:54


아파트 입주는 하자와의 싸움입니다. 입주 아파트의 사전점검은 내 집 마련의 꿈이 분노로 바뀌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모델하우스에서 봤던 자재와 구조가 다른 경우도 있고, 타일이나 벽지 등이 파손되고 누수의 흔적도 보입니다. 심지어 집안에 쓰레기가 굴러다니는 경우도 봅니다. 그만큼 하자 등 입주아파트의 문제점을 잘 파악하고 대처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부동산지인에 의하면 올해(2022년)에는 전국적으로 29만 여 가구의 아파트가 집들이를 예정하고 있습니다. 작년 33만호에 가까운 숫자에 비하면 많이 줄었습니다. 알뜰살뜰 모은 종자돈으로 계약금과 중도금을 치르고 마지막으로 입주일자를 기다리는 우리들의 마음은 새 아파트에 대한 흥분과 기대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하지만 새 집이 하자 투성이라면 어떤 마음이 들까요?

아파트 하자 접수 건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새 아파트의 입주민들과 건설회사 간의 분쟁도 크게 늘었습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0년 4247건 이었던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하자 건수가 2021년(11월30일 현재) 들어서는 7419건으로 증가했답니다.

사실 예전에는 하자 접수 건수는 부동산 경기가 호황이면 줄어 들고 불황이면 늘어났습니다. 입주하는 아파트의 가격이 올라 프리미엄이 형성된 경우는 입주도 빨리 하지만 하자에 대해서도 비교적 관대합니다. 아파트 가격이 올랐는데 굳이 분양 당시 브로셔를 꺼내놓고 체크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이에 반해 새 아파트가 분양가보다 떨어져 있는 경우 입주도 지연되고 하자에 대한 불만도 증가하게 됩니다. 세부적인 하자가 불만이 아니라 아파트 자체가 불만입니다. 내가 왜 그때 그 아파트를 분양 받았을까에 대한 한탄이겠죠.

최근에는 부동산 분양시장이 호황임에도 불구하고 하자 접수 건수가 늘고 있습니다. 건설사들이 AS에 대한 새로운 전략을 구축해야할 시점입니다. 아파트 하자 관련 민원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이유는 건설사들의 경영환경과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전 세계 공급망이 원활하지 못해 건설 경비가 증가하면서 건설사들이 과도한 비용 절감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입니다. 특히 국내 건설사들의 다단계 하청 관행 또한 이를 부추키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저가 수주를 한 중소하청업체들이 이익을 남기기 위해 부실시공을 하고 대형 건설회사는 이를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못한 점 때문이라는 말입니다.

임대아파트는 더욱 심각합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임대아파트 하자’를 검색하면 각종 사례가 줄을 잇습니다. 공공과 민간 예외가 없습니다. 입주한 지 얼마 안 된 아파트의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고 재공사를 해도 결로현상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실제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하자발생비율 또한 증가하고 있지만 서울시 공공임대주택을 시행하는 SH공사 또한 예외는 아닙니다.

입주하는 아파트의 하자보수는 법에 규정되어 있어 주택사업자는 필히 서비스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발생하는데 하자보수 기간이 종료된 이후까지 사후관리를 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대형건설사들도 별반 차이가 없는데 이는 아파트라는 주거상품이 가진 특성에 기인합니다. 아파트는 제품구매주기가 길고, 재구매의 가능성이 낮습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아파트를 구입한 경우 상당히 오랜 기간 거주합니다. 제품구매주기가 상대적으로 무척 길다보니 사후관리를 잘해서 재 구매로 유도하기에는 많은 노력이 소요됩니다.

방송이나 언론에 가장 많이 광고하는 제품은 제품구매주기가 짧은 생활소비재입니다. 따라서 이런 제품의 재구매를 위한 기업들의 노력은 치열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동일한 아파트를 다시 구매해 주기를 바라면서 투자를 하기에는 아파트 상품이 가진 한계가 너무 많습니다. 아파트는 브랜드보다는 지역과 위치가 중요하기 때문에 동일한 브랜드를 재구매할 가능성이 떨어집니다. 이런 이유로 건설사들은 자사 브랜드 아파트에 거주하는 고객들에 대한 사후관리를 잘 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건설사들은 하자보수나 사후관리에는 큰 관심이 없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입주 전에 아파트 하자점검을 꼼꼼히 하고 입주 후에도 하자보수기간이 끝나기 전까지 문제점을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먼저 입주자 사전점검 때 항목별로 꼼꼼하게 챙겨야 합니다. 하자점검 사항은 입주점검표 등을 직접 주거나 아니면 인터넷에서 출력하여 리스트를 들고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하자가 가장 많은 부분인 도배상태, 도장(칠), 싱크대, 거실장, 벽과 바닥이 접하는 부분의 균열은 더욱 주의 깊게 살펴야 할 것입니다.

한 연구에 의하면 하자보수를 수행하는 직원에 대한 평가는 대체적으로 만족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처리기간, 처리내용, 사후관리에 대해서는 만족도가 낮았다고 합니다. 입주자 입장에서는 적은 인력으로라도 한 번에 신속히 모든 하자를 완전히 처리해주기를 기대하지만, 건설회사의 경우 제반 여건 상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더 중요한 사항은 건설회사의 하자보수 활동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자체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기획이나 영업, 설계부분과의 효과적인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는 하자보수 사안들이 순수한 하자보수 사안과 함께 분양 단계에서 소비자들에게 과도한 기대를 심어 줬거나 설계상의 오류, 공정상의 하자와 같이 그 이전 프로세스에서 기인한 사안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하자보수는 관련부서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서의 구성원들이 소비자의 만족도 제고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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