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판 짜는 진옥동 신한은행장…"은행도 실리콘밸리처럼 일해야"

입력 2022-01-30 15:27   수정 2022-01-31 12:29


“조직의 유연성을 높이고 구성원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이끌어내자.”

진옥동 신한은행장(사진)이 실무 전문가 중심으로 일하는 체계를 개편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목표·성과관리 기법인 OKR(Objective Key Results)과 간부가 실무자에게 권한과 책임을 대폭 이양하는 ‘셀(Cell)장 책임제’를 도입키로 했다.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은행에선 ‘톱다운’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명확한 결재선을 통해 업무를 실행하는 게 보통이었다. 일하는 방식을 근본부터 바꾸겠다는 신한은행의 시도를 은행들이 파격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설연휴 직후 ‘셀장 중심 업무제’를 도입한다. 기존에 팀장(부부장), 부서장(본부장 혹은 부장), 그룹장(부행장급), 은행장으로 이뤄진 업무실행, 의사결정 체계를 실무 책임자인 셀장 중심으로 개편하는 게 골자다.

셀은 필요에 따라 만들고, 없애는 게 가능한 최소 단위의 ‘애자일(기민함)’ 조직이다. 기존 셀장은 직급에 관계없이 은행 내에서 해당 업무에 대해 최고로 역량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사람이 맡는다. 팀을 거느린 부서장이 행사하던 업무 추진, 예산 사용, 인력운용 및 평가에 대한 권한을 셀장이 받게 된다. 부서장은 부서 운영을 총괄하며 셀 끼리의 역할을 조정하고, 각 셀을 지원하는 역할에 집중한다.

진 행장은 ‘지시를 잘 이행하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은행원 특유의 일하는 방식으로는 핀테크, 빅테크 업체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바텀업’ 방식의 결재 때문에 젊은 직원들의 아이디어가 사장된 사례도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진 행장이 셀장에게 전결권을 폭넓게 주기로 한 이유다. 셀 구성원들은 서류대신 구두, 혹은 쪽지로 보고하고 고정된 직무, 직급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일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한층 빠르게 의사결정을 하고 계획을 즉시 실행하는 속도감 있는 조직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신한은행은 최근 공모를 통해 본부 조직에 200여개 셀을 구성했다. ‘CX(소비자경험) 셀’, ‘플랫폼 연결 마케팅 셀’, ‘뉴CX상품 셀’, ‘비즈 N글로벌솔루션셀’, HR(인력개발)부 산하의 ‘탤런트 포트폴리오셀’ 등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관리체계도 대폭 바뀐다. 신한은행이 실리콘밸리 식 OKR를 폭넓게 도입키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OKR은 인텔에서 태동해 구글에서 꽃을 피웠다고 평가받는 성과관리 기법이다. 높은 목표를 설정해 동기부여를 하고, 단기간의 성과를 지속적으로 측정하는 게 핵심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기존에 금융사들은 ‘전년대비 10% 실적 상향’과 같은 목표로 움직였지만, 외부 사정으로 달성이 불가능해지면 사기가 떨어지기 쉽다는 문제점이 있었다”며 “OKR은 실현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여겨질 정도의 이상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지속적으로 점검해나가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선보인 음식주문 플랫폼 ‘땡겨요’ 개발과 조만간 내놓을 신한 쏠(SOL) 대체 앱 개발 프로젝트 등에서 OKR을 시범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의 이런 변화는 신한금융지주 차원에서 추진 중인 조직문화 개편 전략(리부트 신한)의 일환이다. 진 행장은 “향후 금융업에선 언택트 흐름이 더욱 빨라질 것”이라며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려면 임직원 모두가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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