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워싱턴 리스크' 대응…전 美대사까지 영입

입력 2022-02-10 17:39   수정 2022-02-11 01:32


최근 국내 대기업의 글로벌전략 담당 부서에서 가장 눈여겨보고 있는 곳은 미국 워싱턴DC다. 미국 백악관과 상무부의 움직임에 따라 글로벌 투자와 판매, 인수합병(M&A) 전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이미 네덜란드 반도체장비 기업 ASML의 중국 내 장비 반입을 포기시켰고,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ARM 인수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삼성의 美 정부 대관 창구 역할
10일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를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한 대관 업무를 총괄할 임원으로 영입한 것도 미 정부의 정책 기조를 사전에 파악하고 대응하기 위한 차원으로 분석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정책 기류에 맞춰 현지 생산과 영업 전략을 짜려면 워싱턴 정가의 분위기를 잘 아는 사람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리퍼트 전 대사는 삼성을 비롯한 한국의 기업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는 만큼 미국 정부와 삼성의 소통 창구 역할을 적절히 해낼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관료로서 경험뿐 아니라 기업인으로서 커리어도 풍부하기 때문이다.

그는 2017년 주한 미국대사를 그만둔 뒤 미국 보잉의 해외 대관 담당 부사장과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고문 등을 지냈다. 2020년 6월부터 최근까지는 구글의 유튜브에서 아시아태평양의 대(對)정부 정책 업무를 총괄했다. 한국 등 아시아 각국 정부를 대상으로 유튜브 정책을 설명하고 조율하는 역할이었다.

리퍼트 전 대사는 한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각별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주한 미국대사 부임 당시 한 조찬 강연회에서 흉기 테러를 당해 얼굴을 다치기도 했다. 당시 한국말로 한·미 동맹의 상징인 “같이 갑시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본인의 아들과 딸의 이름을 세준과 세희로 짓고 2017년 주한 미국대사를 그만둔 뒤에도 미국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한국어를 배워 자녀들에게 가르쳤다. 올해 설 명절엔 한복을 입은 자녀들이 세배를 올리는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백악관 동향 파악 비상 걸린 기업들
워싱턴DC에 대관팀을 두고 있는 국내 대기업들은 최근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것 같다”고 표현한다. 그만큼 개별 기업 활동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정확한 입장을 파악하기가 힘들다는 뜻이다. 겉으로는 예산·세제 지원을 통한 투자를 유도하면서도 이면에선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압박을 가해 기업 활동의 주도권을 가져가고 있어서다.

미국 정부의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대한 반도체 생산·매출 자료 요구가 대표적인 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200억달러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생산라인 건설을 발표하자 “환영한다”며 감사의 표시를 전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관련 기업에 제품 리드타임과 재고량, 부문별 매출 등 민감한 정보를 제출하도록 압박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다양한 표현과 방법, 소통 채널을 통해 공급망 재편을 위한 큰 그림 속에 기업들이 들어오도록 하고 있다”며 “백악관의 진의가 무엇인지 입체적으로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뿐 아니라 다른 국내 대기업들도 워싱턴DC 대관 조직을 신설하거나 강화하고 있다. LG그룹은 SK와 배터리 소송을 벌이면서 글로벌 대관 조직의 필요성을 절감한 뒤 지난달 워싱턴DC에 현지 사무소를 설립했다. 한화는 한화디펜스를 중심으로 미국 법인을 확대 재편했다.

박신영 기자/워싱턴=정인설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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