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1억7500만원 천안 아파트, 매매 가격이…세입자 '덜덜'

입력 2022-02-23 08:15   수정 2022-02-23 11:51


지난해 갭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졌던 천안·아산 지역에서 '깡통 전세' 우려가 커졌다. 주된 갭투자 대상이던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저가 아파트' 가격이 약세로 돌아서면서 전세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높아진 전세가율만큼 임차인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2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천안·아산 지역의 저가 아파트 가격은 하락세에 있다. 천안시 동남구 신방동 '두레현대1차' 전용 59㎡는 최근 1억6800만원에 이달 거래됐다. 지난해 10월 1억9000만원에서 2200만원 하락한 매매가다.

천안시 서북구 쌍용동 '월봉대우' 전용 59㎡ 역시 같은 기간 2억500만원에서 1억7300만원으로 3200만원 하락했다. 아산시 배방읍 '배방삼정그린코아' 전용 38㎡는 지난해 11월 1억2000만원까지 올랐던 가격이 이달 9250만원(직거래 제외)까지 하락했다.

신방동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 하루 10건 넘게 들어오던 저가 아파트 매수 문의가 국토부의 조사 이후 끊겼다"고 말했다. 그는 "천안 전반의 집값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공약 등 교통 호재 효과에 비교적 안정된 상태지만, 매수세가 사라진 저가 아파트 가격은 낮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국토부가 2020년 7월부터 2021년 9월까지 법인과 외지인의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저가 아파트 거래 8만9785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법인·외지인 거래 비중은 2020년 7월 29.6%에서 2020년 12월 36.8%로, 2021년 8월 51.4%로 지속 증가했다. 국토부는 이 조사를 통해 자금조달계획, 매도·매수인, 거래가격 등을 검토해 이상거래 1808건을 추려냈다. 이 가운데 위법의심거래 570건이 적발됐다.

저가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에 종합부동산세가 영향을 줬다는 평가도 있다. 쌍용동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 종부세가 고지되면서 급매로 나온 다주택자 매물이 적지 않았다"며 "세금 납부를 위한 매물이 쏟아져 가격이 하락한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빅테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해 9월 22일 3018개 수준이던 천안시 서북구 매물은 종부세 전자 고지서가 날아들기 시작한 11월 20일 4008개를 기록하며 4000개를 넘어섰다. 이후로도 계속 증가해 지난 22일에는 4854개에 달했다. 천안시 동남구 매물 역시 지난해 9월 22일에는 1772개에 그쳤지만, 이후 증가를 거듭하며 지난 22일 2535개로 늘었다.
인기 시들한 저가 아파트…매매가 하락에 세입자 '덜덜'
이들 지역의 매매가 하락폭은 2억~3억원씩 떨어진 수도권 아파트에 비해 적은 편이다. 문제는 외지인의 갭투자가 많았던 지역이라는 점에 있다. 국토부 조사에서 천안·아산은 법인과 외지인의 저가 아파트 매수가 약 8000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그 외에도 부산·창원 약 7000건, 인천·부천 약 6000건, 청주 약 5000건, 광주 약 4000건 등이 법인·외지인 집중 매수지역으로 뒤를 이었다.

법인·외지인의 매수 비용 중 자기자금 비율은 29.8%에 불과했지만, 임대 보증금 승계금액 비율은 59.9%에 달했다. 통상 아파트 거래에서 자기자금이 48.1%, 임대보증금이 23.9%를 차지하는 것에 비추면 자기자금은 절반 수준에 불과하고 임대보증금은 두 배 이상 많은 셈이다. 집값에서 임대보증금 비율이 높은 만큼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면 이들의 매수가 몰린 지역에서는 '깡통 전세' 우려도 커진다.


실제 천안·아산 아파트 매매가격은 하락을 거듭하며 전세가 아래로 내려왔다. 두레현대1차 전용 59㎡ 임대보증금은 지난해 7월 1억7000만원을 넘었고 11월에는 1억7500만원을 기록했다. 이달 매매가가 지난해 7월 전세가보다 낮아진 것이다.

월봉대우의 지난해 11월 전세가는 1억8500만원, 배방삼정그린코아 전세가는 지난해 9월 1억원을 기록했다. 이달 매매가보다 각각 1200만원, 750만원 높다. 집을 팔아도 임차인에게 줘야 할 전세금에는 미치지 못한다.

집주인이 집을 담보로 대출받아 매입자금을 마련했다면 문제는 더 커진다. 만에 하나 집주인이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임차인들은 전세금을 다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변제 순서에서 은행보다 후순위로 밀리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는 연 6%에 육박했다. 집주인들의 대출 이자 부담도 늘어나고 있다. 만약 집주인들이 현 임차인에게 전세금을 돌려주고자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다면 이러한 위험은 다음 임차인에게 전가된다.
집주인 1명이 임차인 285명 전세금 떼먹은 사례도
한 전문가는 "매매가와 전세가가 비슷한 집을 대거 사고 전세를 놓았다가 은행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아 경매 처분되면서 임차인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임차인의 증가세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사고액수는 5790억원으로 집계됐다. HUG가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15년 이래 가장 많은 금액이다. 이 상품 사고액은 2016년 34억원에서 2017년 74억원, 2018년 792억원, 2019년 3442억원, 2020년 4682억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다주택자 한 명이 최근 5년간 285명의 임차인에게 보증금 578억원을 떼먹은 사례도 있다. 사고 건수 기준 상위 10명의 집주인으로부터 피해 본 임차인는 모두 1525명, 떼먹은 보증금은 3107억원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깡통 전세를 피하려면 계약 전 해당 주택의 등기부등본을 수시로 확인해 융자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주택에 근저당이 설정돼 있다면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을 가입해 두는 편이 좋다.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가입자 수는 해마다 늘고 있는데, 지난해 보증 건수는 약 23만2000건, 보증 금액은 약 51조5000억원에 달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외지인과 법인 갭투자의 경우 거래 금액에서 임대 보증금 비율이 높아 집값이 하락 시 '깡통 전세' 우려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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