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빵 열풍이 계기가 됐지만 SPC삼립 주가를 끌어올린 진정한 호재는 따로 있다. 실적이다. SPC삼립의 올해 매출은 3조1132억원, 영업이익은 80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5.6%, 21.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품 가격 인상과 신사업 확대가 실적 개선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2024년까지는 매출 4조원, 영업이익 11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황종현 SPC삼립 사장은 올해 초 국내외 기관투자가와 애널리스트 등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열고 이 같은 비전을 발표했다.
SPC삼립이 이처럼 공격적인 실적 목표를 제시한 것은 지난해 푸드 신사업이 큰 폭으로 성장해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SPC삼립은 기존 빵 유통채널과 식품제조 노하우를 기반으로 코로나19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한 간편식 시장에 진출했다. 베이커리업체에 머물지 않고 가정간편식(HMR), 푸드테크 등을 아우르는 ‘종합 푸드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그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신선편의식품, 식육가공품 등 간편식 매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
SPC삼립의 샐러드 브랜드인 ‘피그인더가든’의 지난해 월평균 생산량은 50만 개를 넘어섰다. 마켓컬리, 쿠팡 등 온라인 채널에서 피그인더가든 샐러드 키트 등 판매량은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인수한 상록웰가가 운영하는 B2B 중심 홈베이킹 플랫폼 베이킹몬 실적도 큰 폭으로 개선됐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다양한 회사의 인수합병(M&A)을 통해 종합 식품업체로서의 양적 기반을 갖춘 SPC삼립이 새로운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고 고급 제품 비중을 늘리며 두 번째 성장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황 사장이 처음으로 IR 행사에 참석해 기관투자가를 만나고, 배당을 확대한 것도 주가 상승의 요인으로 꼽힌다. SPC삼립은 최근 대주주에게 주당 1000원, 소액주주에게 1500원의 배당을 하기로 했다. 소액주주 배당금액은 전년 대비 36% 늘어난 규모다. SPC그룹 관계자는 “SPC삼립은 9년째 소액주주들의 권리 신장을 위해 차등배당을 하고 있다”며 “ESG 경영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경기 방어주로 꼽히는 식품주 상승 기대도 영향을 미쳤다. 원가와 물류비 인상 압박에 시달려왔던 식품업체들은 최근 잇달아 제품 가격을 올려 수익성이 개선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올해가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상황과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3년 차부터 음식료 업종 지수는 코스피 대비 높은 수익률을 보이기 시작한 것처럼 코로나19 3년 차를 맞은 올해 음식료주가 약진하며 시장 수익률을 웃돌 것이란 관측이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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