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판매량이 3년 연속 증가하며 서점가 ‘핫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확연해진 현상이다. 지친 심신을 시로 달래려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단 몇 줄만으로도 깊은 울림을 줄 수 있어 소셜미디어 시대에 시가 각광받고 있다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판매량 증가세를 견인하는 것은 어렵고 실험적인 시보다 누구나 쉽게 감동할 수 있는 서정시다. 교보문고 시 분야 베스트셀러(올해 1~3월) 1위는 나태주 시인의 《꽃을 보듯 너를 본다》(지혜)이다. 블로그나 트위터에 자주 오르내린 시를 모아 엮은 시집인데 지금까지 60만 부 이상 팔렸다. ‘자세히 보아야/예쁘다//오래 보아야/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라는 다섯 줄의 시 ‘풀꽃’은 전 국민의 마음을 흔들었다.
10위권에 든 이병률의 《바다는 잘 있습니다》(문학과지성사), 이해인의 《꽃잎 한 장처럼》(열림원), 박준의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문학동네) 등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서정시를 담고 있다. 박형욱 예스24 소설·시 담당 MD(상품기획자)는 “서정적인 글귀로 위로와 공감을 전하는 나태주·류시화 등 기성 시인들의 시집이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며 “코로나 등으로 현실의 고단함에 지친 이들이 내면의 불안함을 덜고 희망을 얻고자 이들의 시집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소셜미디어도 청년층의 시집 구매를 늘리는 요소다. 인스타그램에는 시집을 펼쳐 한 부분을 찍은 사진이 계속해서 올라온다. 종이에 베껴 쓴 시를 찍어 올리기도 한다. 시는 단 몇 줄로도 울림을 줄 수 있어 짧은 콘텐츠를 빠르게 소비하는 소셜미디어 시대에 가장 적합한 문학 장르라는 설명이다.
김민정 난다출판사 대표는 “사람들이 시를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것은 2011년 트위터가 국내에 상륙했을 때도 나타났던 현상”이라며 “최근에 다시 짧은 콘텐츠가 선호되면서 시가 소셜미디어 시대에 매력적인 콘텐츠로 뜨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집 독자층이 넓어지면서 출판계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문학동네는 중견 시인들의 첫 시집이나 절판 시집을 복간하는 ‘포에지 시리즈’를 2020년 시작했다. 지난달 나온 최승자 시집 《연인들》은 1주일 만에 2000부가 소진돼 2쇄를 찍었다. 시집 전문 출판사도 생겨나고 있다. 박 MD는 “젊은 시인들의 트렌디한 감각을 내세운 아침달이나 걷는사람 같은 출판사들의 시집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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