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혁파 외쳤던 문재인 정부 '초라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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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4-18 17:44   수정 2022-04-19 01:00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월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공시 대상 기업’이 자동차를 구매할 때 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를 22% 이상 구매하도록 하는 친환경자동차법 시행령을 마련했다. 기업이 어떤 자동차를 구매할지까지 정부가 정하겠다는 ‘황당한 규제’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규제개혁위원회는 규제 심사 과정에서 ‘아무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공시 대상 기업 2162곳은 내년부터 이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심사 대상에 오른 규제가 5795건에 달하지만 이 중 규개위가 철회를 요구하거나 개선 의견 및 부대 의견을 낸 건은 128건에 불과한 것으로 18일 파악됐다. 심사 대상 규제 중 2.2%만 제동을 건 것이다. 97.8%의 규제(5667건)는 규개위를 ‘무사통과’해 신설 또는 강화됐다. 이는 ‘규제 전봇대 뽑기’를 모토로 내건 이명박 정부 때 규개위의 규제 제동률 10.9%는 물론 ‘손톱 밑 가시’를 빼내겠다고 공언한 박근혜 정부 때의 5.8%보다도 한참 낮은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 5년간 부동산 구매 시 자금조달 계획서 제출 의무화 같은 개인 생활과 밀접한 규제에서부터 남녀고용평등법 적용 범위를 5인 미만 전체 사업장으로 확대하거나, 근로자 기숙사의 1실당 거주 인원을 8명 이하로 규정하는 것처럼 기업 경영에 영향을 주는 규제까지 다양한 규제가 새로 만들어지거나 강화됐다.

올 들어서도 규제 확대는 계속되고 있다.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제도(DB형 제도)를 운용하는 300인 이상 사업장이 퇴직연금의 법정 최소적립금 비율(95%)을 충족하지 못하면 ‘적립금 운용위원회’에 노조위원장 등 근로자대표를 포함시키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비중요 규제’로 분류돼 본심사를 거치지도 않고 규개위를 통과했다. 가사근로자 제공기관의 인증 요건에 10㎡ 이상 사무실을 보유하도록 하는 규제도 생겼다. 비대면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규개위는 개의치 않았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인 규개위는 정부의 행정규제를 심의·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국무총리, 기획재정부 장관, 공정거래위원장 등 정부위원 8명과 민간위원 17명이 규제의 적절성 여부를 판단한다. 규개위가 구성된 것은 1998년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구제금융을 지원한 이후 규제 개혁 필요성이 강조되며 이뤄진 조치였다.

위원회 설립 초기에는 규개위가 적극적인 규제 개선에 나섰다. 특히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에는 1039건의 심사 대상 규제 중 53건이 철회됐고, 105건이 개선 또는 부대 권고를 받았다. 새롭게 나온 규제의 15.2%가 규개위에서 제동이 걸렸다.

문재인 정부에서 규개위가 제 역할을 못한 건 규제 완화 의지가 이전 정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던 측면도 크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자문기구라는 규개위 위상으론 쏟아지는 규제를 제대로 심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이런 이유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대선 때 “규제개혁전담기구를 설립해 규제 혁신을 하겠다”고 공약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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