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옷' 때문에…죽고 아팠던 존재들

입력 2022-04-22 17:18   수정 2022-04-23 00:31

‘패션’은 설레는 단어다. 멋지고 화려한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인간의 몸을 보호하고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던 옷은 이제 한 시대를 반영하는 문화로, 계층과 정체성을 나타내는 상징물로 진화했다. 하지만 패션산업엔 우리가 알지 못했던 어두운 면도 존재한다. 누군가는 옷으로 인해 죽음에 이르렀다. 동물과 환경 보호에 악영향을 미친 사례도 많다.

《패션의 흑역사》는 화려한 근대 패션산업에 가려진 어두운 뒷이야기를 파헤친다.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라이어슨대 패션스쿨의 앨리슨 매슈스 데이비드 교수가 썼다.

책은 18~20세기 패션의 역사를 경유한다. 18세기는 의류의 원료가 기존 천연 성분에서 석유 등으로부터 추출된 화학 물질로 급격히 바뀌는 시대다. 이전 실크는 까다로운 공정과 높은 가격 탓에 귀족이나 부르주아만 입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인조 실크가 제조되면서 가격이 낮아졌고, 일반 국민도 실크를 입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여기에 들어간 화학물질이 문제였다. 화학물질에 독성이 있었지만 공장주들은 이를 제거하지 않았다. 수익을 위해 문제를 숨기기에 급급했고, 공장에서 옷을 만들던 노동자들은 독성 물질에 고스란히 노출돼 피해를 봤다. 저자는 이밖에 대량 생산을 위해 사용된 수은과 비소 등 독극물, 불이 잘 붙어 화재 사고를 일으킨 크리놀린과 플란넬 등 의류 화학물질로 인한 다양한 피해 사례를 담았다.

19세기부터 20세기 초반엔 인체의 자연스러운 실루엣을 기계적으로 변형시킨 패션이 유행했다. 옷 좀 입을 줄 안다고 자신하는 이들이 건강보다 외모를 우선시한 것이다. 하이힐을 신은 여성들은 넓은 후프 스커트(철사 등으로 고정해 폭을 넓힌 스커트)를 펄럭이며 위태롭게 휘청댔다. 남자들은 꽉 끼는 부츠와 무거운 펠트 모자를 착용하고 다녔다. 시대의 사회·경제적 압박의 산물인 이 ‘고상한 패션’은 제작자와 착용자 모두에게 물리적 통증을 안겼다.

저자는 과거 패션산업을 중심으로 설명하면서도 이 같은 문제가 현재에도 적용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패스트패션’이라고 불리는 의류의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로 인해 환경 파괴와 건강 훼손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앞으로도 역사 속에서 발견되는 문제를 찾아내고 살펴봐야 한다”며 “지속 가능하고 건강한 패션을 지향하는 현대인들이 꼭 참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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