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이젠 하다 하다…"통신사라 망사용료 안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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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5-22 10:19   수정 2022-06-15 00:02

넷플릭스, 이젠 하다 하다…"통신사라 망사용료 안 낸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와의 '망사용료' 논쟁이 격해지는 양상이다. 국내뿐 아니라 유럽에서까지 넷플릭스에 망사용료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전세계적 문제로 번지고 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가 자신들을 콘텐츠 공급자가 아닌, '통신사'(인터넷서비스제공자, ISP)라고 주장하면서 더욱 논란이 번졌다.
SKB "망 썼으니 돈 내라는 것"
망사용료 논란을 이해하려면 넷플릭스 콘텐츠가 안방까지 전달되는 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콘텐츠는 본사 미국 시애틀에서부터 한국 집 안방까지 전달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친다. 간략하게 요약하면, 넷플릭스가 아시아인 한국에 콘텐츠를 전송하기 위해서는 일본과 홍콩에 있는 넷플릭스의 캐시서버(OCA)에 콘텐츠를 전달한다.

캐시서버에 전달된 콘텐츠는 SK브로드밴드의 해저케이블 국제 전용회선을 통해 부산까지 온 뒤, 부산에서 전국에 있는 SK텔레콤 가입자들의 안방까지 전달한다.

넷플릭스와 같이 안정적 콘텐츠 공급이 중요한 대형 콘텐츠 공급자는 보통 일반망을 사용했을 경우, 콘텐츠 품질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전용회선'을 사용한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의 전용회선을 사용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당한 사용 비용을 내라고 주장한다.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도 모두 이같은 논리대로 SK브로드밴드나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하는 KT나 LG유플러스같은 통신사(ISP)에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매년 700억~1000억원 수준 망사용료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사업자도 예외는 아니다. 디즈니플러스는 간접적 방식으로 망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 사업자들은 넷플릭스 같이 망을 쓰면서도 돈을 내지 않는 해외사업자들에 대해 '불공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우리가 망 비용을 낸다면 우리보다 트래픽을 훨씬 많이 쓰는 해외 기업도 그에 맞는 비용을 내는 게 공정한 경쟁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넷플릭스 "낼 필요 없어 안 낸다" 반론
하지만 넷플릭스는 망사용료를 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넷플릭스는 지난 18일 자사 뉴스룸에 "넷플릭스는 국내 CP와 성격이 엄연히 다르다"면서 "송신 ISP를 거치지 않고 SK브로드밴드의 네트워크와 '피어링' 방식으로 직접 연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피어링은 통신사(ISP)끼리 서로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트래픽을 교환하는 걸 뜻한다. 통신사끼리 트래픽을 교환할 때 양에 큰 차이가 없으면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는 암묵적 동의 같은 원칙이다.

넷플릭스의 주장을 정리해보면 자신들이 가진 OCA가 일종의 '통신망'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네이버나 카카오 같이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업일뿐만이 아니라 SK브로드밴드와 같이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하는 망사업자(ISP) 역할도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의 OCA는 캐시서버로 단순히 캐시서버에 올라온 콘텐츠를 전세계 통신사(ISP)에 내려주는 역할만 한다"며 "통신사가 인터넷을 서비스할 때 트래픽을 상호 교환하는 것이 상식인 데다, 일반 이용자들이 넷플릭스 망을 이용해서 이메일을 보내거나 동영상을 올리진 않지 않나. 자신들이 통신사(ISP)라는 주장은 성립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유럽서도 "빅테크, 망 사용료 내라"
망사용료 논란은 해외로까지 번지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유럽의 4대 통신업체인 도이치텔레콤, 오렌지, 텔레포니카, 보다폰의 최고경영자(CEO)는 "빅테크 회사들이 인터넷 인프라에 편승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망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 2022'에서는 "글로벌 콘텐츠공급사(CP)가 정부 주도 펀드에 참여해 망 투자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고 의견이 모아졌다.

국내에서는 2020년 대형 콘텐츠 사업자도 망 서비스 품질 유지 의무를 부과하도록 하는 '넷플릭스법'이 시행됐다. 그럼에도 넷플릭스가 여전히 국내 망사용료를 내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면서 최근에는 해외 대형 콘텐츠 사업자가 망사용료를 지불하도록 하는 '망사용료 의무화 법안' 제정이 추진 중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넷플릭스 등 빅테크에 대한 망사용료 무임승차 문제가 불거지는 이유는 이들이 통신사 망을 이용해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음에도 불구, 망에 대한 투자 비용은 전적으로 통신사들이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내 통신업계 관계자는 "빅테크들이 통신사 망을 사용하는 것 가지고 요금 인상이나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협박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막대한 이용자들을 등에 업고 협박하고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푸념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망 사용료 대해 부당함을 지적하기도 한다. 제프 휴스턴 아시아태평양네트워크정보센터(APNIC) 최고과학책임자는 최근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주최한 국제 세미나에서 "오늘날 통신사들은 모든 걸 통제하던 과거의 영광에 취해 있다"며 "신기술이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에게 남은 자산은 가입자 회선뿐"이라고 지적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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