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배짱 좋은 여성들이 세상을 바꿨다

입력 2022-07-08 18:05   수정 2022-07-08 23:50

‘여성은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수십 년 전만 해도 비웃음을 받았을지도 모를 이 말이 지금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수많은 선구자가 도전하며 길을 터놓은 덕분이다. 그 선구자들과 지금도 계속되는 도전에 대한 책들이 잇달아 나왔다.

《배짱 좋은 여성들》(힐러리 로댐 클린턴 외 지음, 교유서가)은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뤄낸 ‘배짱 좋은 여성’ 100여 명의 이야기를 전한다. 힐러리 로댐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과 딸 첼시 클린턴이 같이 썼다. 민권운동가 도러시 하이트, 간호계의 선구자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사회운동가 아이젠 푸, 미국 적십자 창립자 클라라 바톤,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등을 각각 4~5쪽 분량으로 소개한다.

이 중 한 명인 마거릿 나이트는 1850년 12세의 나이로 면직 공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끔찍한 사고를 목격한 나이트는 이후 기계가 오작동하면 자동으로 전원이 꺼지는 섬유직기용 안전장치를 발명했다. 이 발명품은 미국 전역에서 널리 사용되며 수많은 사고를 예방했다. 나이트는 은퇴하기 전까지 20개가 넘는 특허를 출원했다.

클린턴 모녀는 서문에서 “매번 누군가가 용기를 내 시도했고 가야 할 길을 보여줬다”며 “그 모습을 본 어린 소녀들은 자신들의 꿈이 오빠나 남동생, 친구, 그리고 역사책에서의 인물들 꿈과 똑같이 가치 있고 소중하며 중요하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었다”고 썼다.

《계속 가봅시다 남는 게 체력인데》(정김경숙 지음, 웅진지식하우스)는 50세에 세계 최대 검색엔진 업체 구글 본사 근무에 도전한 정김경숙 구글 디렉터가 자신의 이야기를 쓴 책이다. 독문학과를 졸업한 그는 모토로라코리아와 제약회사 한국릴리를 거쳐 2007년부터 구글코리아에서 일했다. 2019년 전 세계 구글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들이 1년에 한 번 모이는 연례행사에서 그는 “미국이 아닌 해외 특파원들을 담당하는 역할을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이를 계기로 구글 본사 근무를 제의받으면서 새로운 모험이 시작됐다. 12년 동안 구글코리아에서 일했지만, 나이 쉰에 가족과 헤어져 미국 실리콘밸리로 가는 건 큰 용기가 필요했다.

영어라는 장벽도 만만치 않았다. 그가 본격적으로 영어를 공부한 건 마흔이 돼서였다. 그때부터 하루 3~4시간씩 영어를 공부했다. 어느 정도 회화는 됐지만 미국 본사 근무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영어를 마스터하기 위한 ‘짠 내 나는’ 분투가 펼쳐졌다. 지난 3년간의 미국 근무 기간에 모르는 단어와 표현, 발음을 정리한 문서만 1400쪽에 이른다.

그의 인생은 무모한 도전으로 가득하다. ‘삑’ 소리도 나지 않는 대금을 7년 넘게 불고 있고, 50년 물공포증을 이기기 위해 최근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대회에 나가면 30초 만에 패배를 당하는 검도를 14년째 하고 있다. 저자는 “남들보다 성장이 느리고 뛰어난 재능이 없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하루하루를 채워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나는 매일 하늘을 품는다》(김경오 지음, 넥서스BOOKS)는 대한민국 최초의 여자 비행사인 김경오가 여든여덟 해의 인생을 돌아보며 쓴 자서전이다. 10대 때 공군에 입대해 비행사가 되고, 6·25전쟁 참전, 미국 유학 후 항공 발전과 여성 운동에 앞장섰던 순간들을 정리했다.

저자는 “군인이 되는 것은 집안 망신”이라던 아버지 말씀을 거역하고 몰래 창문을 넘어 입대한 때를 떠올리며 “그 길은 가시밭길이었다”고 고백한다. 또 6·25전쟁 당시 영창에 끌려갈 위험을 무릅쓰고 대통령 앞에서 “조종하고 싶다”고 말했고, 결국 단독 비행에 성공해 한국 최초의 여자 비행사가 된 일화도 소개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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