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나도 당했나"…'달콤한 유혹' 변호사, 알고보니 [류은혁의 기업분석실]

입력 2022-07-17 08:45   수정 2022-07-17 16:52


주식시장이 하락하면서 소액주주들은 애가 타고 있다. 떨어지는 자산가치는 물론이고 투자한 회사들은 주가 부양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아서다. 이러한 점을 파고드는 세력들도 있다. 이른바 '기업사냥꾼'이다. 소액주주들에게는 "소액주주들의 입장을 대변해 기업의 가치를 높이겠다"고 하지만 실상은 기업을 협박하다시피해서 자신의 잇속을 챙기는 게 우선이다.

최근 갑작스러운 파산신청에 따라 거래가 정지됐던 종목들을 살펴보면, 공통된 이름이 등장한다. 바로 A변호사다. 이미 시장에서 퇴출된 여러 상장사의 경영지배인이나 대표로 이름을 올린 인물이기도 하다. 코스닥 기업인들 사이에서 A변호사는 '경계와 공포의 대상'이다. 멀쩡한 회사를 나락으로 보낼 수 있다고 봐서다.
명분은 "소액주주들 입장 대변하겠다"…실상은 '기업사냥꾼' 불과
작년 바이오사를 인수한 코스닥 상장사 M사는 A변호사와 분쟁을 벌이고 있다. 채권자의 파산신청으로 몇차례 거래가 정지된 적이 있는데, 여기서도 A변호사 이름이 등장했다. 당시 영문도 모른 채 투자금이 묶여버린 주주들은 발만 동동 굴렀다. 주주들에겐 무리한 사업 추진으로 채무과 커졌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뒤에선 합의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액주주들은 '변호사'라는 정도만 알고 있지만, 시장에서 A변호사는 유명한 M&A 전문가로 통한다. A변호사는 소액주주들의 권리찾기라는 명분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여건을 만들고, 파산신청 등의 과정에서 최소 수십억원에 달하는 합의금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코스닥 시장의 주요 투자자들은 A변호사를 '기피인물 1호'로 꼽을 정도다.

A변호사가 기업을 무너뜨리는 과정은 의외로 간단하게 이뤄진다. 빈틈이 많은 기업을 선정하고 → 소액주주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면서 → 의결권을 모은 후 → 경영진을 압박하며 → 뒤로 합의금을 챙기는 식이다. 명분은 '소액주주 권리찾기', '주가 정상화' 내지 '경영 정상화·투명성 강화', '전문경영인 체계 필요' 등이다. 소액주주들은 그럴듯한 명분에 넘어가고 경영진들은 주주들의 의견을 청취하겠다고 협상 테이블에 나서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A변호사는 회사를 살리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 회사에 흠짐을 내서 평판을 떨어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수임료와 합의금만 챙기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시장 안팎에서는 권리를 쉽게 넘겨주는 '소액주주'와 안이하게 생각하는 '기업' 모두 문제라고 지적한다. A변호사와 같은 기업사냥꾼들은 소액주주들에게 회사 정상화를 위해선 '누군가'를 중심으로 의결권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누군가가 이왕이면 변호사인 자신이 적임자라고 주장한다. 소액주주들은 A변호사와 같은 이들이 누군지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소액주주들 입장에선 회사 주인이 누구든 간에 주가만 올려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A변호사와 같은 기업사냥꾼들은 소액주주를 대변한다는 명분하에 회사와 수차례 만남을 갖고 취사선택한 내용을 온라인 카페나 단체채팅방에 올리면 그만이다. 권리를 넘겨준 소액주주들은 되레 자신들을 대신해 수고한다며 고마워하니 말이다. 소액주주들은 권리를 넘겨주기 전에는 '분노'하지만 막상 넘겨준 후 '무관심' 단계로 넘어간다.
소액주주들, 권리 넘겨주고 '무관심'…기업들, 안일하게 생각하다 '휘청'
기업들이 초창기에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도 문제다. 기업의 대표나 회장 등은 소액주주 대표를 만나서 몇가지 요구사항을 수용해주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만남을 시작하고 나면 온갖 트집과 이유를 갖다 대면서 소송을 남발한다. A변호사와 같은 이들이 빈틈이 많은 기업이나 약점이 있는 대주주를 노리는 이유다. 경영권을 빼앗기 위해 허위채권을 만들어 파산신청을 하기도 하며, 합의금을 요구하기도 한다.

실제 A변호사와 분쟁을 벌였던 한 코스닥 상장사 경영진은 당시의 기억을 되살리면서 '괴롭힘 그 자체'라고 표현했다. 아무리 상장사라고 하더라고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경영지원이나 법무 관련 인력은 소규모다. 당연히 경험도 부족한데, 외부에서 몰아부치듯이 나오면 경영을 아예 할 수 없는 처지로 내몰린다는 것이다. 그는 "적극적으로 대응할수록 온갖 이유를 갖다대면서 협박을 했고, 소액주주들과 분쟁이 격화되면서 경영이 더욱 위태로워졌다"며 "경영진의 약점을 찾아 협박하거나 기업의 경영권을 빼앗기 위해 소송을 남발했다"고 털어놨다.

A변호사의 입장은 어떨까. 그는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것을 법적으로 가능하게 해주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불순한 의도나 합의금 등에 대해서는 언급자체를 회피했다. A변호사는 "회사 정상화를 위해선 의결권을 모아야 하는 게 당연하고, 아무래도 경험이 많다보니 대표하는 경우들이 많을 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불순한 세력과 분쟁이 생길 시 소액주주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소액주주들이 정보습득을 편중되게 하다보면, 불순한 세력 의도에 따라 휘둘림을 당하기 십상이다. 설령 소액주주를 대표해 회사와 분쟁을 벌이게 되더라도 과정을 면밀하게 살피는 게 필요하다. 회사측의 설명이나 전해주는 정보도 선입견없이 청취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회사가 위태로워지면 소액주주 수백, 수만명의 몰락도 동반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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