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자국 생산’ 정책의 직접적인 영향권 아래 놓일 수 있어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대표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주 지역에 본사를 둔 글로벌 제약사에 수출한 바이오의약품은 지난해 4486억원어치였다. 전체 매출 1조5680억원의 28.6%다. 유럽(48.1%) 다음으로 많다. 불과 2년 전 미주 매출이 624억원(8.9%)에 불과하던 데서 단기간 급성장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수출은 지금까지 국내 생산만으로 이뤄졌다. 아직 해외 공장이 없다. 이번 행정명령 서명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미국 투자 계획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주(州) 정부에 연방 정부 차원의 투자 인센티브까지 더해지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의사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해 국내 CMO업계가 그동안 미국 등에 해외 생산기지를 두는 것을 주저해온 건 높은 인건비와 설비 투자 등 비용 부담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행정명령을 계기로 지원이 늘면 걸림돌이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미 캘리포니아와 워싱턴, 노스캐롤라이나, 텍사스 등 4개 지역을 신규 공장 후보지로 점찍은 상태다. 회사는 시간과 비용을 아끼기 위해 직접 투자와 함께 인수합병(M&A) 전략도 검토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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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바이오 사업에 뛰어든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뉴욕주 시러큐스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을 1억6000만달러(약 2000억원)에 인수한 덕분에 한숨 돌렸다. 국내 투자 계획을 축소하고 미국 투자를 더 늘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바이오의약품 원료를 생산하는 국내 중소 바이오기업들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바이오의약품 완제품뿐만 아니라 원료 물질에 대해서도 바이든 행정부가 자국 생산을 유도할 수 있어서다. 국내에서 생산된 바이오의약품의 원료 물질은 냉동(동결) 상태로 글로벌 제약사에 공급된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의 생산 설비가 모여 있는 미국도 원료물질의 주요 수출 대상국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주요 원료 물질 수입에 ‘역차별’ 정책을 펼 경우 현지 진출을 고민할 수밖에 없지만, 대기업처럼 자본 여력이 크지 않다는 점이 딜레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과거 미국 정부가 반도체와 전기차의 자국 생산 유도를 어떻게 했는지 분석하고 있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안정적인 의약품 생산을 원하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우시바이오에 위탁생산을 맡기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국내 업체의 미국 진출이 지체되면 현지 생산공장이 있는 스위스 론자 등 경쟁사가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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