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롱거리 만드나"…'저승사자' 유튜버에 발끈한 배달원들 [이슈+]

입력 2022-09-17 19:17   수정 2022-09-17 21:22


오토바이 배달원들 사이에서 '저승사자'로 불리는 유튜버가 있다. 바로 오토바이의 교통법규 위반 행위만을 집중 추적해 신고하는 콘텐츠를 다루는 유튜버 '딸배헌터'다. '딸배'는 배달이라는 단어를 거꾸로 뒤집어 오토바이 배달 노동자를 낮춰 부르는 은어다.

'딸배헌터'의 표적은 단순하다. 법규를 아랑곳하지 않고 도로를 누비는 '무법 오토바이'가 그 대상이다.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과속은 물론 아이가 건너고 있는 횡단보도에서까지 빠른 속도로 달리는 배달원들이 전부 '사냥감'이다. 그는 한 동네에서만 1000건 이상 오토바이의 불법 행위를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딸배헌터'의 영상 속에서는 법규를 위반하는 배달원들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다수의 네티즌은 이 유튜버의 신고를 '참교육'으로 규정하면서 환호를 보낸다. 채널 개설 1년여 만에 누적 조회수는 약 5670만회에 달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배달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일부 배달원들의 불법 행위로 인한 시민들의 불만이 쌓일 만큼 쌓였다는 데 대한 방증으로도 보인다.

네티즌들은 "속이 시원하다", "우리 동네에도 와달라", "이제 그냥 안 넘어가고 보이면 무조건 신고해야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저도 '딸배헌터'가 됐다"며 신고 후기를 남기는 네티즌도 눈에 띄었다.



이에 배달원 사이에서 '딸배헌터'에 대한 인식은 나쁠 수 밖에 없다. 유튜버가 '딸배'라는 조롱 섞인 비속어를 사용하면서 대중들에게 특정 직업집단에 대한 증오심을 심어주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로 인해 법규 위반 없이 양심적으로 생계를 이어 나가는 배달원까지 싸잡아 비판받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는 목소리다.

배달원들이 이용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최근 '딸배라는 말 들으면 기분 좋은가?'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 씨는 "배달원들이 신호를 잘 지키는 걸 보면서 유튜버 자신이 무슨 대장이라도 된 것처럼 '얘들 내가 키웠다'는 듯이 뿌듯해하던데 좀 건방져 보이더라"고 운을 뗐다.

A 씨는 "공공질서를 위해 신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걸 콘텐츠 삼아 '딸배'라는 표현까지 쓰며 조롱하는 것은 보기 좋지 않다"며 "교통법규 준수하며 열심히 생계를 이어 나가는 분들까지 조롱거리로 만들 수 있는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영상을 본 사람들은 '딸배 XX들'이라며 자기들끼리 시시덕거리며 조롱하고 비난한다. 유튜버의 영상들은 좋은 의도보다는 특정 집단에 증오심을 줄 수 있는 표현들이 많이 있다"며 "정말 공공질서를 위해 신고하고 싶다면 조용히 해야지, 저렇게 조롱거리 영상 제작까지 해야했나"고도 했다. 배달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애초에 법규를 위반하지 않으면 신고당할 일도 없다는 원칙론과 '먹고살기 위해서'라는 목소리가 맞서는 상황이다. 한 배달원은 "유튜브 가이드라인을 활용해 채널을 폭파해야 한다"고 항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배달업 종사자는 42만8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 늘었다. 2019년 하반기 기준 34만9000명과 비교하면 22.6%나 늘어났다. 비대면 수요 확산에 따른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늘어난 배달원 수만큼 교통법규 위반 문제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륜차의 신호위반 적발 건수는 지난해 8만6915건으로 집계됐다. 2019년 기준 4만7887건에서 약 2배 증가한 셈이다. 과속 적발은 2019년 95건에서 지난해 404건, 인도 통행 적발 건수는 1만2037건에서 2만522건으로 늘어났다.

교통사고 건수 역시 늘어났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이륜차로 인해 총 6만2754건의 교통사고가 일어났다. 사망자는 1482명, 부상자 8만479명이 발생했다. 2019년 2만898건이 발생한 뒤 최근 3년간 매년 2만 건 이상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시간대별로는 저녁·야식 배달이 많은 오후 4시부터 10시 사이에 이륜차 사고의 43.5%가 몰렸다.

배달업 종사자들은 배달료 대비 과도한 수수료로 인해 지나친 '속도 경쟁'이 벌어진 점을 문제로 꼽았다. 배달노동자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 경기지부는 올해 초 기자회견에서 "최근 배달대행사들이 배달료를 인상하고 있지만 수수료를 과도하게 걷어가는 경우가 많아 배달노동자의 소득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통사고와 사망자 수는 해마다 줄어드는데 이륜차 사고는 늘어나고 있다. 이는 생계비를 벌기 위한 속도 경쟁이 가장 큰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며 "낮은 배달료로 인해 한 건이라도 더 많이 배달해야 한다. 아무리 단속을 강화해도 사고율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단속보다 생계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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